김애란 작가 <바깥은 여름>
하루 종일 하늘은 흐렸다.
그 흐린 하늘을 배경 삼아 곧은 빗줄기가 쉴 새 없이 내리던 어느 휴일.
거실과 방 한편에 있던 화분들을 창가로 옮기는 그녀에게 물었다.
비가 이리도 오고 볕도 없는데 왜 그리 하냐고.
얘네들도 비 오는 것을 봐야 한단다.
볕을 봐야 하지만 비도 봐야 한단다.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그 대답이 어쩐지 따뜻한
"그녀 답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좋은 사람과 함께 살고 있구나 생각을 했다.
책장을 고작 서너 장쯤 넘겼을 때 뜻 모를 웃음과 함께 역시 "그녀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나온 김애란 작가의 신간이 반가웠고 여전한 그녀의 글들이 다행스러웠다.
내가 그녀를 좋아하게 된 건 나와 같은 나이어서라든가 조금은 우울해 보이는 그녀의 감성적인 얼굴 때문이 아니었다.
감정을 표현하는 기발한 단어들이 좋았고 슬픔을 다루는 시선과 태도들이 좋았다.
그녀는 늘 코끝이 시큰할 정도의 슬픔을 던졌다가도 금세 포근한 위로를 덮어준다.
이 감정의 변화를 수십 번 반복하며 한 권의 책을 모두 읽고 나면 어쩐지 나의 마음이 조금은 더 단단하게 성장한 듯한 느낌이 들어 뿌듯한 마음이 든다.
그런 그녀가 그녀 다운 책을 한 권 더 꾸려냈다는 사실이 어찌나 반가운지.
말이든 글이든, 따뜻한 마음씨는 어떻게든 표시가 나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