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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화 Mar 26. 2019

너희의 젊음과 나의 늙음

 77세의 귀여운(외람되지만) 어르신이 화제입니다.

전국노래자랑에 참가한 어르신의 선곡은 손담비의 미쳤어.

선곡 자체로도 화제가 될 법 하지만 어르신의 탁월한 노래 소화력과 풍부한 댄스, 귀여운 외모의 모습까지 더해져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무대를 보여주셨죠. :)



 큰 화제가 된 후 원곡 가수인 손담비 씨도 인스타그램에 인사를 남기고 답례 댄스를 추기도 했습니다. :)

저 역시 어르신의 영상을 보면서 흐뭇하고 따뜻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더불어 저는 지병수 할아버지의 무대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반응에 주목했습니다.


 영상 아래의 댓글은 대부분 아래와 같은 분위기였죠. :)

 몇 해전 노인복지관에서 지역 경로당 임원 어르신들과 함께 리더십 강의를 진행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시작은 평소 가깝게 지내던 강사님의 부탁이었죠. 적은 강의료와 대부분 80대의 어르신이었던 청중 연령 등 평상시 제가 하던 것과는 거리가 있는 강의여서 망설였던 강의였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한 번의 부탁으로 시작된 노인복지관 강의는 그 후 3번이나 더 진행이 될 정도로 어르신들도 복지관도 그리고 저도 무척이나 즐거웠던 강의로 남게 되었죠. :)


 모든 강의의 마지막에 저는 어르신들께 또박또박 당부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젊은 사람들 눈치 보지 마시고 영화관에 가셔서 영화도 많이 보시고 카페에 가셔서 커피랑 차도도 많이 드시라고 말이죠.

 그리고 영화 은교의 대사를 말씀드렸습니다.


너의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 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이 것은 우리 사회의 모든 어르신들을 향한 저의 작은 응원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는 문화적 측면에서의 세대분리가 극명한 편입니다. 이는 곳 많은 종류의 문화들에서 어르신들이 배재되어있다는 말이죠.

 가요계에는 아이돌로 대변되는 어리거나 젊은 가수들만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중 하나인 프로야구 중계에서는 관중을 비추는 화면 속에서 어르신들을 거의 볼 수 없죠. 분명 경기장 안에 어르신들도 계실 테지만 카메라가 비추는 화면에 나오는 주인공은 어르신들이 아닙니다.

나라 곳곳에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나 레스토랑의 손님들에서도 어르신들은 드물죠.

 이렇게 우리의 문화가 젊은이 위주로 돌아가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들은 결국 젊은이와 어르신의 분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세대갈등이 그것이죠. 젊은이들은 어르신들을 점점 불편한 존재로 인식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미 핵가족화가 오래전부터 진행 중이어서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교류도 줄어들고, 이는 세대 간 접점을 축소시켰왔죠. 이런 상황에서 젊은이들이 어르신들을 불편해하는 마음도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전국 노래자랑에서 젊은이들의 노래를 멋들어지게 불러주신 지병수 할아버지, 얼마 전 찡한 감동을 선사하며 종영한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와 TVN의 잊지 못할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TVN의 예능 <꽃보다 할배> 를 너무나도 소중하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이들이 어르신들을 조금 더 친숙하고 친밀하게 느껴지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죠. 어르신들도 CGV에서 영화를 보시고 스타벅스에서 시원한 음료를 즐기시게 되기를 말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어르신에 대한 젊은이들의 마음과 태도가 바뀌어야 합니다. 소위 나이 먹어서 잔소리만 늘어놓는 "꼰대"로써의 어른이 아닌 젊은이들의 오늘을 있게 한 경험과 지혜를 가진 어르신으로써 인식해주길 바라는 것이죠.  


 티브이 속 어르신들을 친근하게 여기고 좋아하는 마음이 우리 사회의 모든 어르신들에게도 이어지기를 바라봅니다.

 또한 "젊음"인 이서진과 "늙음"인 다섯 어르신들의 행복한 어울림이 화면 속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화면 밖 우리 사회 전체에 퍼지기를 바라봅니다. "젊음"과 "늙음" 은 언제나 함께 붙어 있으니까요.


 이 여름, 젊은 사람들 가는 데에 우리가 어떻게 가냐고 손사래 치시는 우리 부모님의 손을 잡고 번화가의 유명한 카페에 가서 따뜻한 차 한잔 나눠보는 것이 어떨까요. :)

  그리고 어색해하시며 주변의 눈치를 보시는 부모님께 이렇게 말씀드려보는 겁니다.


엄마! 아빠!
세상에 젊은 사람들만 갈 수 있는 곳 이란 건 없고
젊은 사람들만 누려야 하는 문화 같은 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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