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의 산뜻한 산미와 달달하고 부드러운 바디감도 좋다.
커피체리는 초록색에서 익으면 색이 변한다. 품종에 따라 색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화이트→옐로→골드→레드→블랙 순으로 점액질의 농도가 높으며 고가 생두다. 생두판매사에서 붉고 검은 커피체리를 배경으로 El Salvador Sola SHG Plus Red Honey Process를 선전하고 있어서 눈으로 봐도 맛이 뛰어날 것 같고 열대과일의 맛과 향이 느껴지는 듯했다.
맛보고 싶었으나 올해 수확한 New Crop이 아닌 2년 묵은 Past Crop이었기에 망설였다. 거래하는 6개 생두판매사 홈페이지에는 일주일에 한 번은 들어간다. 판매사마다 취급하는 생두가 다르며 New Crop 입고 소식과 바겐세일 소식을 보기 위해서다. 6개월 정도 기다렸는데도 New Crop을 판매하지 않아 Past Crop 1Kg을 구입했다.
커피 품종은 Bourbon이며 SPEC이 좋았다. SHG(strictry high grown) Plus로 해발 1420~2000미터에서 자란 커피이며 체리 색상이 붉고 검어 품질은 좋은 생두다. 거기에 단맛과 향을 농축시키기 위해 점액질을 씻지 않고 태양건조, 자연건조 시키는 Honey Process를 거쳤으니 단맛이 뛰어날듯하다. 또한 스페셜티 커피의 기준이 되는 커피라고 하니 Past Crop이라도 잘만 볶아내면 근사한 커피가 나올 것이다.
한 가지 걸리는 것은 가격이 헐한 것이다. 물론 가성비 높은 생두도 있지만 가격대에 맞는 맛과 향을 갖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어떻게 전자저울로 잰 듯이 맛과 향에 맞춰 가격을 책정하는지 생두판매사의 귀신같은 솜씨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스펙만 보면 도저히 그 가격이 아닐 것이라 생각했지만 Past Crop이라 가격이 헐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어 1Kg을 구입했다.
판매사에서 권장한 로스팅포인트는 강중배전 city이며 cupping note 꿀, 자두, 꽃사과, 산딸기, 꽃향기다. 고지대에서 재배한 생두치고는 크기가 크다. 생두 크기로 봐서는 245도로 시작해야 될 것 같으나 처음 볶는 생두이므로 240도로 시작했다. 11분이 되었는데도 1차 Popping가 일어나지 않아 11분에 245도로 온도를 높였다. 14분 30초 로스팅을 해서 169그램을 얻었다.
로스팅 후의 무게를 보면 권장한 로스팅포인트보다 낮은 약중배전정도로 약간 덜 볶았다. 로스팅 후 3일이 지났는데도 고소한 기름향이나 커피 향이 부족하게 올라와 조금 더 숙성시켜야 하나 마음이 급했는지 커피를 내렸다.
단맛의 부드러운 바디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원두 30그램으로 120CC를 추출했으나 눈으로 기대했던 만큼의 맛이 나오지 않았다. Light Roasting을 했으니 산미는 합격점이나 단맛이 덜하고 바디감도 약하다. 덜 볶았다면 꽃과 과일향도 많이 나야 할 것 같은데 꽃내음도 덜하다. There is no rule without exceptions. 역시 비싼 커피가 맛있는 것일까?
커피 향이 올라올 때까지 숙성을 시켰다. 10일 정도 숙성하니 커피 향이 올라왔지만 진하지 않은 것으로 봐서는 로스팅 온도를 높이고 한 단계 높게 잡아야 할 것 같다. 숙성을 오래 해도 한계가 있으므로 10일 정도 숙성해도 기대한 맛과 향이 나오지 않는다면 로스팅포인트를 한 단계 높여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 경험에서 얻은 암묵지다.
두 번째 로스팅에서는 245도로 온도를 높였다. 200 gram을 15분 로스팅을 해서 166그램을 얻었다. 첫 번째보다 3 gram이 감량되었으며 색상도 조금 더 볶아진 듯하다. 숙성 다음날부터 커피 향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과일의 새콤한 단맛이 느껴진다. 3일을 숙성시키니 내릴만한 수준이 된듯하나 하루를 더 묵혔다. 초보 Roaster에게는 이런 것이 어렵다. 새로운 생두가 오면 시행착오를 겪어야 로스팅포인트를 잡게 된다. 경험 많은 Roaster들은 원산지와 품종, 생두 크기를 보면 로스팅 정보가 부족해도 맛난 원두를 만들 수 있지만 초보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내린 커피는 만족할 만한 맛이다. 과일의 산뜻한 산미와 달달하고 부드러운 바디감도 좋다. cupping note 꿀, 자두, 꽃사과, 산딸기, 꽃향기지만 중남미 커피에서 꽃향기를 느끼기 어렵다. 과일, 초콜릿의 단맛, 향과 바디감이 꽃향기를 압도하는 것 같다. 아프리카커피와는 다른 조금은 묵직한 달달함이며 향은 에티오피아, 케냐커피의 화려함을 따라오지 못한다.
주의 및 경고 1: 커피에 대해 일자무식인 생초보가 좌충우돌하며 로스팅하는 이야기이므로 따라 하면 무조건 실패한다.
주의 및 경고 2: 로스팅은 생각보다 번거롭고 시간이 소요된다. 취미를 붙이지 못할 때는 로스팅된 원두를 구입하는 것이 맛있고 저렴하다.
주의 및 경고 3: 앞으로 계속되는 커피이야기는 전문적이지 못하므로 커피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전문서적 구입 또는 전문 학원을 다니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