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퇴치 방울을 2개 구입했다.
오늘 일정은 일본의 북알프스라는 히다산맥의 가미고치(上高地: 상고지), 중부산악국립공원이며 주봉은 삼천미터가 넘는다. 유모토 사이토 료칸(Yumoto Saito Ryokan) 체크아웃을 하고 친절한 환송인사를 받았다.
가미고치는 개인 승용차 주차를 하지 못한다. 택시, 버스, 대절버스만 주차할 수 있다.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승용차가 없으니 오가는 길 정체가 없으며 주차장도 여유 있다. 우리나라 국립공원들은 주차난으로 몸살을 겪고 있으며 정체도 심해 어쩌면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정도다. 도입해 볼 만한 제도다. 에너지절약 효과와 이산화탄소 배출도 저감해 대기질까지 좋아질 수 있다.
공영 주차장에 주차하고 택시를 호출했다. 주차장에는 정액제 안내판이 부착되어 있다. 가미고치까지 요금은 5400엔이다. 20km 정도 달려 목적지에 도착하니 택시메터에는 5700엔이 표시되었으나 5400엔만 받는다.
가미고치 주차장으로 올라가며 연세든 운전자가 일본말로 연신 주변경치를 설명한다. 서양인과 동양인이 섞인 승객을 태웠으니 본인도 답답했을 것이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이곳이 뷰가 좋은 곳이다.’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한다.
가미고치 입구 매점에서 생수를 1500원에 구입했다. 우리나라에 비해 생수가격은 조금 비싸다. 작은아이가 곰퇴치 방울을 사자고 한다. 일본은 곰으로 인해 한해 수십 명이 희생된다. 이곳도 곰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이라 방울을 달고 다니는 것이 좋다고 하여 6600원짜리 곰퇴치 방울을 2개 구입했다. 운전 중 일본원숭이를 여럿 봤으니 곰도 출몰할 것이다. 공원 곳곳에 초등학생시절 봤던 학교종 크기의 종을 매달아 놓았으며 관광객들은 저마다 종을 치며 길을 지난다. 곰 퇴치가 주목적인지 장난인지는 구분하기 어렵지만 나도 종을 치고 지나갔다.
수많은 관광객이 배낭 또는 가방에 곰퇴치 방울을 달고 다닌다. 그리스에서는 딸랑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염소 지나는 소리였지만, 이곳에서는 사람 지나는 소리다. 상술인지 종소리 울리면 정말로 곰이 도망가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관광객 거의 전원이 곰퇴치 방울을 매달고 있으니 상인들 매출은 엄청나 보인다. 곰 목격 주의판도 게시해 놓았다. 오늘이 10월 10일인데 9월 3일, 9월 11일 목격되었단다. 뜸하게 출몰하나 보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떼 놈이 번다’라는 속담이 생각난다. 가미고치곰은 상인들 매출을 엄청나게 올려주는 동물이다.
공원입구에 들어서면 맑은 물이 흐르는 조그만 강이 흐르고 강 너머로 가미고치가 보인다. 주봉이 3000미터를 넘는다지만 이미 많이 올라와 있어 그렇게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멀리 보이는 가미고치는 단풍이 들어 gradation처리를 한 풍경이다. 표고마다 植生(식생)이 다르다는 표시다.
주 산책길에 들어서자 곳곳에 나무다리를 설치해 산책하기 좋았다. 두 종류의 나무가 합쳐져 자라는 連理枝(연리지)가 흔하게 있는 것이 이색적이다. 강 따라 거슬러 올라가며 경치를 구경하다 하류 호수 쪽으로 내려갔다. 강 따라 내려가는 길에도 곰퇴치 방울소리가 넘친다.
가미고치 트래킹 코스는 풍경은 다르지만 맑은 물과 높은 산으로 인해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 트레킹 코스를 연상케 한다. 플리트비체 하천에는 송어가 뛰어놀았는데 이곳은 산천어나 곤들메기로 보이는 물고기들이 많이 보인다. 강 하류에는 커다란 호수가 있다. 하류 쪽에 있는 산이름은 활화산인 야케다케(焼岳:소악)이다. 焼岳은 불타는 큰 산이라는 뜻으로 예전부터 불을 뿜었으며 아직도 활동하는 활화산이다. 일본은 한자만 봐도 어림짐작이 가능하다. 가미고치 구경 후 택시를 불러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점심식사가 늦었다. 활화산이 있는 이곳은 온천촌이다. 온천 내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우동, 돈가스정식과 화우(히다소고기)를 주문했다. 이 지방 화우는 일본 3대 소고기라 하는데 마블링이 심하게 많으나 생각보다 덜 느끼하다. 돈가스도 두툼한 고기두께지만 숙성을 잘했는지 질기지 않다. 커다란 해물튀김 2개가 곁들여 나온 오뎅우동도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