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방식이 중국무협지에 등장하는 주막과 음식점 주문 풍경
katsuragi no Sato Ryokan에서 리틀교토가 있는 다카야마로 향한다. 급할 것 없는 사람들이라 오늘은 숙소로 향하며 천천히 구경할 예정이다. 친수공원(親水公園)이란 곳에 도착했다. 중부산악국립공원 옆이어서인지 이곳도 물 맑고 산에는 나무가 빽빽하다.
차에서 내려 물가에 가보니 수량이 많은데도 물이 얼마나 깨끗한지 마셔도 될 정도로 투명하다. 부럽다. 일본 와서 제일 부러운 것은 깨끗한 물과 산에 아람 드리 나무가 빽빽이 자란 자연환경이다.
親水公園을 찾은 것은 자연경관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다. ‘奧飛驒 寶そば(오쿠히다의 보배로운 국수라는 뜻)’라는 음식점에 가기 위해서다. 이 음식점은 메밀국수전문점으로 평점은 높으나 음식을 맛본 사람은 많지 않은 곳이다. 일주일에 단 이틀 토, 일요일만 문을 열고 그것도 11-13시까지 두 시간만 영업한다. 일본 사람들조차도 이곳 메밀국수를 먹어본 사람이 많지 않을 듯하다. 모리소바 재료인 메밀과 와사비를 직접 키운단다. 실제로 음식점 앞에 메밀밭이 있다. 친수공원 옆이라 경관도 좋다. 가게 뒤로 맑은 물이 흘러가고 산이 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지 않았다면 천막아래 야외테이블에서 먹었을 것이다.
가게는 외관상 가건물처럼 허름하게 보이나 안으로 들어가 보니 시설이 깔끔하고 통창이라 눈이 시원하다. 자리는 불편하지만 흘러가는 물과 산을 보기 위해 통창과 붙은 ‘카운타 세끼’, 일자테이블에 길게 앉았다. 주문한 메밀국수가 맛없어도 용서되는 집이다.
일본 주문방식은 메모지에 주문사항을 받아 적는 아날로그 방식이다. 우리나라도 시골에 가면 이런 음식점들이 아직도 있다. 인건비 절약을 위해 키오스크를 사용해 매장입구 아니면 테이블에서 바로 주문하고 결재한다. 관심밖이어서인지 모르겠으나 일본에서 키오스크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이 음식점 주문 방식이 매우 아날로그다. 아니 아날로그보다 고전적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턱수염 더부룩하고 인상 좋은 주인은 주문하면 메뉴마다 다른 모양의 나무바둑돌을 집어든다. 몇십 년 전이 아니라 수 세기 전 모습으로 중국무협지에 등장하는 주막과 음식점 주문 풍경이 이랬을 것 같다.
이 집 메뉴는 모리소바 백 프로와 육십 프로, 곱배기와 보통이 있으며 튀김이 있다. 메뉴에 따라 나무 바둑돌 모양이 다르며, 곱배기와 보통은 나무 바둑돌 크기로 구분한다. 간단하지만 매우 흥미롭고 재미난 방식이다. 아직도 이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이유는 아마 주방에서 일하시는 할머니를 위해서가 아닌가 한다. 모리소바 백 프로 곱배기 2개와 보통 2개, 튀김을 주문했으며 주인은 메뉴에 맞는 크고 작은 나무바둑돌을 집어 들었다.
상어껍질 강판과 직접 키운 와사비 뿌리가 먼저 나온다. 상어껍질에 와사비를 갈고 조금 맛을 봤다. 일반음식점에서 주는 와사비보다 강도는 덜하지만 신선하고 톡 쏘는 맛이다. 국수는 백 프로 메밀인데도 씹는 맛이 있다. 사실 메밀국수는 국수도 맛있어야 하지만 달콤 짭조름한 쯔유가 맛을 좌우하는데 쯔유맛도 괜찮다. 다진 파와 노란 무가 조금 나온다. 김 자른 것과 강판에 간 무가 제공되지 않는 것이 일본식인가 보다.
아내가 메밀국수를 잘 만들어 음식점에서 메밀국수를 사 먹어 본 지 오래다. 면은 조금 씹는 맛이 있는 33% 메밀국수를 사용한다. 툭툭 끊기는 것보다 식감이 좋다. 간장, 설탕, 가쓰오부시라는 가다랑어 가루, 다시마 등을 넣고 끓여내는 쯔유 맛이 일품이다. 다진 파, 김, 강판에 간 무를 곁들이면 아내표 메밀국수다.
내 입에는 모리소바보다 튀김맛이 훌륭했다. 깨끗한 기름을 사용해 재료 고유의 맛만 느껴진다. 새우, 야채 등 여러 종류 튀김이 나왔으나 맛이 서로 섞이지 않았다. 적어도 해물과 야채는 다른 기름솥에서 튀겨낸 맛이다. 게다가 튀김옷이 오래도록 바삭하다. 음식을 다 먹고 바깥풍경을 바라보자 주인이 다가와 메밀국수 끓인 물을 쯔유에 섞어 마셔보란다. 비가 오는 날이라 따뜻한 국물이 기분 좋게 맛나다. 쯔유에 부어도 맛있고 麵水(면수)만 마셔도 맛있다. 네 명이 麵水 한 주전자를 모두 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