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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2. 敢言不諱 虛心納諫(감언불휘 허심납간)

목숨을 내놓고 거리낌 없이 하는 말

by 물가에 앉는 마음

* 人之將死 其言也善(인지장사 기언야선) 사람이 죽을 때는 그 말이 선하다. 죽음을 앞에 두었으니 두려움도 없고,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바른말을 하는 것처럼 진심 어린 말임을 강조할 때 사용하는 고사성어다

* 敢言不諱 虛心納諫(감언불휘 허심납간) 敢言은 ‘거리낌 없이 하는 말’이고, 不諱는 ‘피할 수 없다는 뜻으로 죽음을 이르는 말’이니 ‘목숨을 내놓고 거리낌 없이 하는 말’이란 뜻으로 옳은 일이라면 불이익이 초래된다 해도 직언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뜻이며, 허심납간은 ‘넓은 마음으로 쓴소리도 주저 없이 받아들이는 자세’를 뜻한다.


얼마 전 某 선배님께 人之將死 其言也善 이란 고사성어를 사용해 편지를 보내드렸다. 선배님 답장 글에는 ‘敢言不諱(감언불휘)하는 후배, 虛心納諫(허심납간)하는 선배’라는 문구가 있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나듯 잘되는 집안은 선후배 손발이 이심전심으로 맞아야 한다는 뜻이리라.

‘블라인드’라는 앱에 가끔 입장해 요즘 직원들 생각을 엿본다. ‘블라인드’는 인증된 직장인 커뮤니티로 익명의 열린 대화방인데 타 회사 직원들과 대화하는 방에는 블라인드 본연의 의도대로 솔직한 쌍방대화로 진행된다. 하지만 회사 내부직원들만 이용하는 방을 열어보면 한 방향 통행이며, 건설적 이야기보다는 불평불만과 온갖 욕설이 난무하고 회사를 떠난다는 이야기가 많다. 회사를 떠난다 하면 많은 직원의 동조 글이 달린다.


그간 같이 일할 식구들을 선발할 때나, 정리할 때나 온다는 사람 막지 않고 간다는 사람도 막지 않았다. 나하고 코드가 맞지 않을 때는 서로에게 피해를 주게 되니 오히려 가라고 등 떠밀었다. 누가 ‘블라인드’ 상의 그들을 떠나지 못하게 잡는지 모르겠으나 그들의 직장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

상사나 인생 선배와 상의한 후 이직을 결심하고 블라인드에 들어와 회사를 떠난다 외치는 예도 있겠지만 익명으로 음지에서만 외치는 경우라면 경험상, 나는 그들이 회사를 떠나지 못할 것으로 본다. 진짜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은 떠나기 위해 준비하지 입으로만 떠들고 다니지 않는다. 그들은 회사에 대한 불만 표출을 엉뚱하게 표현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그들만 탓할 수 없다. 그들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들이는 것은 상사와 조합과 선배와 동료의 몫이고 책임이다.


물론 나도 음지에서 활동하는 때도 많다. 남들 흉도 보고 술자리에서는 윗분들 씹는 맛에 막걸리를 먹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퇴근 후 술자리에서 윗분들을 씹어야 깊은 제 맛이 나는 것은 예전부터 그래왔고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 자리에 안줏거리가 되었던 당사자가 없었을 뿐이지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가듯 씹은 소리는 바로 전달된다. (술자리의 친구들 아니면 옆자리에 앉아있던 손님들을 통해 전해지게 되어 있다. 혁신도시나 발전소 인근 음식점 손님은 누구인가? 우리 회사 식구, 그룹사 식구, 고객 회사 식구를 빼면 주방장과 서빙 아줌마, 사장님 빼고는 없다. 모두 한 울타리에 사는 사람들이다.)


나는 씹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피드백을 잘하는 편이다. 성희롱과 음주운전 등 해고 사유가 늘었지만, 공기업직원 좋은 것이 무엇인가? 내가 깨끗하다면 해고당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바른 방향이라면 팀장, 처장, CEO에게도 못할 말은 없다고 본다. 바른 방향, 옳은 소리를 하는데 무엇이 두려운가? 마음 비우지 못한 선배를 만나 잘못된다 해도 한직으로 근무지를 옮기면 된다. 한직에 가서 몸과 마음 닦고 오롯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행운이다.

회사가 잘되려면 ‘敢言不諱(감언불휘)하는 후배’가 많아야 하고 ‘虛心納諫(허심납간)하는 선배’가 맞장구를 쳐줘야 한다. 마음 비우고 쓴 소리를 받아들일 선배들이, 목숨 내놓고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는 후배들을 키우고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블라인드’같이 음지에서 활동하는 직원들이 양지에서도 발언할 수 있도록 언로를 터줘야 한다. 후배들은 환경이 척박하더라도 예의는 갖추되 용기를 갖고 바른 이야기를 해야 한다. 바른말 하는 사람을 중용하는 선배를 만나면 되니 손해 볼 것도 없다. 그리고 이제는 세상이 변해 虛心納諫하는 선배들이 많아졌다.


후배님들! 예의는 갖추되 용기를 갖고 바른 이야기를 하세요. 본인이 잘되기 위한 복선이 깔린 이야기가 아니라 회사와 조직을 위해 하는 이야기이니 거리낄 것 없습니다. 불이익 받을 것이라 걱정하지 마세요. 후배님들에게 자신 있게 말씀드리는 이유는 바른말 잘해서 잘못된 예도 있었지만, 퇴직 즈음 계산해보니 손해는 커녕 이익이 많았습니다. 세상 변했습니다. 절대 손해 안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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