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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6. 초격차 관련 2권의 책에서

‘느리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

by 물가에 앉는 마음

오늘은 ‘일본 초격차 기업의 3가지 원칙 (최원석著, 더퀘스트刊)’, ‘초격차 (권오현著, 쌤앤파커스刊)’ 책 두 권을 소개드리려 한다.

산업계에서 ‘초격차’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얼마 되지 않으나 젊은이들이 이미 사용하고 있었다. “超格差(초격차: 넘볼 수 없는 차이)의 뜻은 젊은 친구들이 이야기하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너무 뛰어나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 없거나 대적할만한 상대가 없다는 젊은이들 은어)의 뜻과 동일하다. 초격차 기업은 순이익, 매출, 자기자본이익률 등 수치적 지표로 표현되지만 다른 회사와 비교 불가하며 절대로 따라올 수 없는 기술적 우위와 혁신적 경영을 하는 기업을 말하는 것이니 기업의 경영철학과 조직문화 등 소프트웨어 & Soft Power도 포함된다.


CEO가 고위 간부들에게 소개한 책은 삼성 권오현 사장의 ‘초격차’다. CEO 취임 후 강조 사항이 ‘초격차’의 내용과 흡사하거나 맥을 같이 하기에 낯설 수밖에 없었다. 공기업과 사기업 차이만큼이나 CEO와 기존 식구들 생각은 멀어 보였다. ‘혁신의 아이콘인 삼성’의 방법을 ‘변화에 둔감한 공기업’에 성공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까는 의문이다. 하루아침에 초격차가 만들어지지 않지만, CEO 임기 3년 이내에 기반을 다지는 것은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결국 key는 직원들 손에 달려있다. 초격차로 가기 위한 첫걸음인 좋은 조직은 구성원이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조직이란 다음과 같은 특성이 있어야 합니다.

- 구성원이 스스로 알아서 일한다.

- 구성원이 서로서로 협력한다.

- 조직에 문제가 발생하면 빨리 그것을 드러내놓고 해결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초격차 (권오현著, 쌤앤파커스刊)

CEO와 같이 호흡을 맞추려면 먼저 ‘초격차’를 읽어야 한다. 또한, 앞으로 지시할 내용도 나와 있으며 만들어 가야 할 회사의 리더, 조직, 전략, 인재에 대해 實戰的(실전적) 내용도 담겨 있다. 물론 호흡을 맞추지 않더라도 조직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예방하는 ‘효율적 방법’을 찾고 있다면 읽어봐야 한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초장기 침체를 지나오며 온갖 대내외적인 위기를 겪었다. 이럴 때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은 기업들의 근본적인 비결은 무엇일까? “그들은 당연한 것을, 멈추지 않고 했다. 그리고 그 일을 제대로, 극한까지 밀어붙였다.” 바로 여기에 초격차 기업들의 성공과 성장의 답이 있다. ‘당연한 것을, 멈추지 않고 제대로 하는 것’이라 했는데 이것은 전혀 일본적인 것이 아니다. 일본은 이 세 가지를 잘하는 기업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이지 이 세 가지가 일본만의 특징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연한 것을, 멈추지 않고 제대로 하는 것을 하는 것은 어느 기업, 어느 분야에서나 성공으로 가는 ‘느리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한국에도 당연한 것을 제대로 해나가는 스타일의 기업인은 LG생활건강 차석용 부회장이다. 2018년 3분기 기업실적을 보면 반도체를 제외한 거의 모든 기업이 부진했다. 화장품업계 강자 아모레는 영업이익 36% 감소, 반면 LG생활건강은 사상 최대실적을 경신했다.

‘업무시간에 충실히 하고 야근을 지양하자.’

‘협력업체에 겸손한 마음을 갖자.’

‘회사에서 올바른 호칭을 사용하고 언어예절을 지키자.’

‘고객과 맺은 신뢰를 지키지 않거나 권력을 가진 외부에 의존해 기업을 키워가는 일, 직원이나 거래처에 군림해 부당한 요구를 하는 일은 아무리 교묘하게 법 테두리 안에서 일어난다 하더라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가 평소에 전하는 말이다. 사실 당연히 해야 할 것들이지만 우리가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들이다.

일본 초격차 기업의 3가지 원칙 (최원석著, 더퀘스트刊),


삼성 권오현 사장이 초격차로 가기 위한 혁신 방법에 대해 즉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처방전을 발급한 반면 일본의 초격차는 기본 충실 즉 기초를 다진 상태에서 꾸준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장기적 처방전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두 권의 책을 자세히 읽어 보면 맥을 같이 한다고 해석된다. 삼성이 기초가 부실한 상태에서 초격차를 추진하지 않았고 일본기업도 느긋한 혁신을 추진한 것은 아니다.

얼마 전 어느 부서 업무계획 초안을 보니 제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었지만 세부수행내용은 4차와 연관성이 떨어졌다. 물론 자료실에 자료가 많이 쌓여 있는 것을 Big Data라고 했던 임원도 있었다. 입으로는 4차 산업혁명, 초격차를 이야기하면서도 행동은 3차 산업혁명이며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이고 초격차는 더욱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초격차’ 어떻게 도입하고 적용할 것인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여러 가지 질문을 해봐야 할 것 같다.


회사는 사 창립 35주년이 되었다. “우리 회사”와 “초격차” 단어 간 연관성을 찾을 수 있을까?

o 우리 회사 초격차 기술은 무엇일까? 우리 회사에 초격차 기술은 없는 것인가?

o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우리가 모르는 것인가? 없다면 어떻게 초격차 기술을 개발할 것인가?

o 개발 분야는? 연구 인프라는 있나? 박사급 연구원이 몇 명이나 필요로 하고 소요기간은?

Technical한 측면으로만 접근한다고 해결될까? 나는 무늬만 기술자이기에 초격차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토양, 즉 초격차 기술을 탄생시킬 수 있는 경영철학, 조직문화 등 소프트웨어 분야를 들여다보는 데 익숙하다. 또한,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적인 역량이 초격차 기술을 탄생시킨 중요한 핵심요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o 초격차를 가능케 하는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o 삼성 권오현 사장은 눈앞의 성과에만 매달리는 리더가 운영하는 회사는 미래는 없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했는데 우리 회사는?

o 미래도 중요하지만, 단기성과도 중요하다. 단기성과도 올리고 멀리 보는 시야를 기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o 우리 회사에 삼성과 같은 조직문화와 업무시스템을 구축하려면 가장 큰 난관은 무엇일까?

이런 것들을 먼저 물어보고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


항상 내가 처한 위치와 상황에 대한 냉철한 분석 없이는 로드맵을 그리기 어렵다. 또한, 매번 내 위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아! 그리고 근본적인 질문이 빠진 것 같다.

o ‘4차 산업혁명, 초격차’를 왜(why), 무엇을 위해(for what) 도입하고 적용해야 하는데?

필요성과 목적을 명확히 하지 않고 공감대를 이루지 않는 한 로드맵을 그리기 어렵고 추진한다 해도 추진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당연한 것을, 멈추지 않고 제대로, 극한까지 밀어붙여 본 적이 있는가?‘ 라는 당연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했다. 최원석씨가 간단명료하고 세련되게 문구를 정리했다. 프로의 솜씨다.

‘기본과 본질을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화려한 계획보다 소박한 실천이 중요하다.’ 후배들에게 잔소리를 세련되게 못하고 투박하게 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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