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zz에 wine 한잔해 볼까나?
몇 개의 이질적 조직이 합친 종합기술원 발족 후, 시너지효과 창출을 위한 조직문화 구축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전담반이 구성되어 조직문화 진단을 해보니 100인 100색의 문제점과 불만이 도출되었다. 경험상 문제가 많다고 이야기하면 문제조직이 아니다. 문제가 없다고 응답하는 조직이 문제조직일 가능성이 크다. 종합기술원은 개성 강한 조직이지 문제조직이 아니다. 불만을 토로한 식구들께 전담반을 대표해 감사말씀 드린다.
조직의 문제점: 소통 부재, 업무 부하 불균형, 과다한 행정업무, 업무공유 미흡, 타부서와의 교류 부족
상사의 문제점: 업무 배분 불균형, 일방적 지시, 의사 결정력 부족, 리더십 부족
부하직원의 문제점: 소극적 업무수행, 전문성 부족, 협력 부족, 개인주의, 애사심 부족
공통적인 문제점: 책임감 부족, 개인주의, 소통 부재, 경직된 조직문화를 꼽았다.
사실 나열된 여러 가지 문제점은 우리 회사, 종합기술원의 독특한 문제점이 아니며, 동일한 현상에 대해 세대 차에 따른 견해차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상사가 일방적 지시를 하고 부하직원이 전문성 부족, 협력 부족, 소극적, 창의적이지 않다는 것은 같은 문제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상사가 일방적 지시를 하면 부하직원은 창의력을 발휘하기 어렵고 소극적 자세로 바뀌며 이러한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직원들은 회사를 떠나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상사는 왜 일방적 지시를 할까? 주어진 목표를 주어진 기한 내에 달성해야 하고 명령권자의 취향을 알고 있으니 상황에 맞춰 지시하는 것이다. 상사는 부하직원이 상사의 의도를 알고 적극적으로 해결해 줬으면 하나 직원들이 소극적이라 일방적 지시를 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부하직원 입장에서는 상사의 지시와 다른 방향의 창의적 결과물을 갖고 가면 칭찬은 커녕 질책받기 일쑤이니 이를 상사의 의사 결정력 부족, 리더십 부족, 소통 부재, 경직된 조직문화, 일방적 지시로 보는 것이다.
세대 간 견해차뿐 아니라 업무 배분 불균형, 개인주의, 협력 부족 등의 문제점들을 관통하는 저변의 근본 원인(Root Cause)은 소통 부재(Mis- communication, Misunderstand, Inefficient communication 포함)와 배려부족이 아닌가 한다.
전담반에서 14가지 처방을 내놓았다. 모두 새로운 것은 아니고 일부는 다른 회사나 조직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도 있다. 하지만 경비가 많이 소요되고 큰 노력이 필요하거나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요구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해야 하나 하지 않는 것, 약간의 노력으로 소통과 배려와 협력을 끌어낼 수 있는 항목들로 구성된 처방전을 만들었다. 가장 어렵다고 판단되는 처방전인 ‘Book積 Book積 100권’은 20권/년을 읽어야 하나 추천도서 중 이미 읽은 책이 있기에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수준이라 생각된다.
처방전 명칭들이 별스럽다고 느낄 수 있으며 50대 이상은 이해하기 곤란할 수도 있다. 후배 직원이 30대 중반 정도 감각으로 작명했으니 공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1. 우리 마음을 열고’의 原名은 ‘1. 전지적 선배 시점’이었다. 내가 끌고 가야 할 프로그램인데 후배의 작명이 맞는지 많은 고민을 했다. ‘전지전능한 선배의 시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니 후배들은 듣기만 해라.’로 해석하지 않을까? Talk concert 전날까지 고민하다 ‘선배인 내가 주관적으로 인문학을 해석하고 지나온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이니 잘된 작명’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이런 경우를 ‘꿈보다 해몽이 좋다.’라고 하나? 하지만 권위주의적 냄새가 너무 진한 듯 해 Talk concert가 끝난 후 改名했다. 전지적 참견시점 이라는 오락프로그램처럼 가볍게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나 작명한 후배의 의견과 성의를 무시한 것이니 꼰대질을 한 것이다.
1. 우리 마음을 열고
심리학, 동양고전 등 인문학 서적 소개와 일상에 대한 반면교사와 정면교사에 관한 이야기를 매주 편지로 송부하고, 매월 1회 공감할만한 내용을 Talk concert 형식으로 진행
2. Book積 Book積 100권
심리학과 리더십, 고전과 문제 해결사례, 업무기술과 미래예측 등 100권의 책을 5년 동안 읽기를 통해 왜 일하는가?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 를 깨닫게 하여 창의적이고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유도
3. 라떼는 말이야
행정직원, 전문원, 연구원으로 구성된 인적구조 및 조직 특성상 인적교류가 없었기에 얼굴도 모르는 경우가 많음. lunch – time, coffee – time league 전을 통해 얼굴 익히기로 같은 조직 구성원으로서의 동질감 조성
4. 너의 목소리가 들려
유능한 정신과 의사는 환자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부터 시작한다. 근무성적평정규정과 연계, 반기 1회 주기면담을 하고 계층별 공개대화를 정례화하여 인간적인 측면에서의 유대감, 결속력을 증대
5. 懷疑 없는 會議
회의 종류도 많고 시간은 많이 소요되나 전달효율은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도출됨. 회의 목적, 소요시간, 주제 사전공지, 비판금지를 회의 전 주지시킨 후 회의를 진행
6. 종합기술원 소확행(소통은 확실한 행복)
출장, 파견이 많은 조직 특성상 off line 전달은 지양하고 업무 관련 공지는 회사 전산망 on line 지향, 일반적 공지사항과 경조사 등은 Band를 통해 소통
7. 우리가 남이가
같은 식구, 동료의식을 높이기 위한 이벤트로 일반사업소에서 시행하고 있는 “같은 달 생일자 축하 합동 점심”, “수험생 합격 떡, 입학생 학용품” 챙겨주기를 시행
8. 문화가 있는 저녁
기성세대 회식은 알코올 일변도로 신세대 회식 문화와 동떨어져 있는 측면이 있어, 볼링 치는 회식, 영화 보는 회식, Jazz와 wine이 있는 회식 등으로 다양화
9. 전문직 GoGoGo!!!(배우고 나누고 성장하고)
기술적으로 상위 정점에 있는 전문직에 대한 교육을 누가 어떻게 시행할 것인가? 현재 도제식으로 진행되는 교육을 정형화된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세미나를 통해 함께 배우고 나누고 성장
10. 행정업무? 나도 달인
공기업 특성상 입으로 되는 업무는 없고 모든 업무가 문서로 이루어지나 전문직의 경우 행정업무에 익숙하지 않다. 기술행정업무 표준화, 절차화를 통해 효율을 높이고 접근하기 쉽게 조치
11. 우리는 이런 사람입니다.
박사, 기술사 등 학위 및 자격취득자에 대해 게시판 홍보, 모범직원으로 선정된 직원에 대해 전용주차구역(3개월)을 제공하여 면학과 자긍심을 고취
12. 전문직 Pride up
전문직은 사령장을 받을 기회가 없으므로 승격 시 사령장을 대신할 문서를 수여하여 Pride를 고취하고 대외 용역 수행 시 전문가 Certificate 제시 요구 시 활용.
13. 위기와 기회는 형제다.
하버드나 서울대에도 전공과 적성이 맞지 않아 적응하지 못하고 낙제하는 학생들이 있다. 업무와 적성이 맞지 않아 위기에 처하고 성과를 내지 못해 괴로워하는 전문직 직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부여.
14. 未來 Forum 시행
기술개발 가능성과 사업수행 전망과 문제점과 관련된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안과 보완사항을 토의하는 Forum이 16회 시행되었으나 2016년부터 중단, 효율적 업무추진을 위해 未來 Forum 재개
‘마음을 두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 14가지 처방 또한 마음에 두지 않으면, 습관화되지 않으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게 될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거북한 면도 있을 것이며, 혹자는 이 나이에 겸연쩍게 젊은 친구들이랑 Jazz bar에 가서 취하지도 않는 wine을 들이켜야 해? 하겠지만 상대방이 원하는 것도 해줘야 내가 원하는 것도 얻을 수 있고 조직에 평화가 찾아온다. Jazz bar와 wine은 상위직급일수록, 선배일수록 먼저 나서서 해야 한다. 물론 후배들도 일정 부분은 양보하고 선배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한다.
특정인이 조직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다. 조직에 속한 모든 식구가 행하고 생각하는 모든 것, 즉 먹는 것이 식문화이며, 일하는 것은 조직문화, 노는 것이 놀이문화, 배설하는 것은 화장실 문화이다. 문화를 바람직하게 만들어 가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고 출근이 기다려지는 조직을 만드는 주체는 우리들이다.
오늘은 수십 년째 단골 메뉴인 모둠전에 막걸리가 아닌 jazz에 wine 한 잔 해 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