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육지 화장실이 푸세식 이었을 때, 제주도 전통화장실은 돼지우리 위에 나무판자를 성기게 올려놓은 것이어서 볼일 보러 가면 조그만 흑돼지들이 꿀꿀대며 몰려오는 매우 자연친화적인 시스템이었다. 1981년에 제주도 전통화장실을 구경하러 갔으나 제주시내에는 없었고 모슬포라는 시골 동네까지 가야했다. 물론 제주여행의 목적인 화장실에서 일 보는 체험도 했으나 엄두가 나지 않아 작은 체험으로 만족해야 했다. 우리나라 공중 화장실 문화가 획기적으로 변한 계기는 88올림픽으로, 깨끗해졌고 고급스러워졌다. 최근에는 유럽 사람들도 한국의 화장실 문화에 놀라고 부러워한다. 입에 담기 곤란한 욕으로 도배한 낙서도 사라졌고 깨끗한 화장실이 공짜라는 사실에 한번 놀라고, 일 보는 동안 명언과 명화를 감상할 수 있는 것에 다시 한 번 놀라며, 화장지, 비누, 심지어는 양치도구까지 구비되어 있는 것에 까무러친다.
플랜트서비스센터 2공장 화장실도 예외는 아니어서 소변기에 한발 다가서면 명언들이 눈에 들어온다.
‘행운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간 쌓아온 인간관계, 실패와 좌절, 리스크를 무릅쓴 과감한 도전을 통해 만들어 가는 것이다. 오랫동안 진지하게 맵고 쓴 경험을 견디어 난 끝에야 맛볼 수 있는 달콤한 열매이기도 하다. - 니토리 아키오, 일본 니토리회장 -’
이와 반대되는, 守株待兎(수주대토)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송나라 때 한 농부가 밭 가운데 나무 그루터기에 달려오던 토끼가 부딪혀 죽는 것을 보곤 농사를 그만두고 그루터기를 지키며 토끼가 부딪치기만 기다렸다는 이야기다. 구습과 전례만 고집하거나, 노력하지 않고 요행만 기다리는 어리석음을 비유한 말이다.
행운은 기다리는 것일까? 만들어 가는 것일까? 니토리회장 말씀과 고사성어를 소개했으니 물론 정답은 만들어 가는 것이다.
행복도 행운과 마찬가지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守株待兎처럼 행복해지기를 무작정 기다린다고 행복이 찾아올까? 농사를 접고 토끼가 부딪혀 죽기만 기다리는 농부에게 행복이란 또다시 토끼가 부딪혀 죽는 것이나 절대 그럴 리 없을 것이다. 부지런히 토끼몰이를 해야 취할 수 있으니 행복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인간은 독립적이고 주관적 개체이므로 내가 남이 될 수 없고 남이 내가 될 수 없다. 그러므로 내 행복은 네 행복과 같을 수 없고 다른 모습이다. 친구 놈이 벤츠를 타고 다니며 행복해 한다고 국산차를 사려다가 조금 무리해서 벤츠를 산다면 행복할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S-Class옆을 지나갈 때마다 위축 되고 행복을 느낄 수 없는 것은 왜일까? 친구 놈은 벤츠가 행복이지만 내 행복은 SUV에 낚시 짐을 가득 싣고 전국을 유랑하는 것일 수 있다. 친구 놈은 벤츠가 행복이고 여러 가지 문제 연구소장인 김정운 교수에게는 만년필이 행복이다. 엄홍길 대장은 등산이 인생이자 행복이고 고든 램지는 음식 만드는 것이 행복이자 삶이다.
행복은 개개인의 머리와 마음속에 있으므로 자기 내면을 유심히 들여다보거나 자기 자신에게 행복이 무엇이냐 물어보기 전에는 찾기 어려워 결혼 하고, 아이 낳고, 집 사고 하는 일반적이고도 커다란 행복 밖에는 찾지 못한다. ‘내 행복은 무엇일까?’ 질문이 없는 사람은 덜 행복한 삶을 살게 되니 늦기 전에, 오늘밤이라도 당장 질문을 던지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의외로 내가 원했던 행복은 커다란 것이 아니라 조그마한 것일 수 있다. 주변과 일상의 검소하고 소소한 것들에서 행복을 찾는다면 행복의 빈도가 높아질 수 있으니 오늘 저녁 메뉴인 김치찌개와 화분에 심어져 있는 다육이 에서도 행복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직장인이니 승진이, 여유 있게 살아야 하니 재테크로 돈을 버는 것이 행복이라 생각한다면 행하면 된다. 속물주의 근성이라 비난할 필요는 없다.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요행만을 바라는 사람보다 한 가지 일이라도 실행에 옮겨 승진, 축재한 속물들이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다. 원하는 것을 이뤘으니 행복한 시점, 한 가지 잊지 않아야 할 것은 ‘승진, 축재하면 왜 행복한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내가 행복한 이유는 기뻐해 주는 가족이 있음에, 축하해 주는 친구가 있음에, 막걸리 한잔 사줄 수 있는 동료가 있음에 행복한 것이다.
너무 빨리 가려다 보면, 너무 높은 곳만 쳐다보려 하면, 너무 많은 것을 가지려 하면 외톨이가 되기 십상이며 인간관계, 심지어는 가족관계까지 뒤틀어지기 쉽다. 승진과 축재에 몰두하면 시간이 흐른 뒤 뒤를 돌아봤을 때 아무도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돈 버는 것만이 행복이라면 富(부)는 얻었으되 죽을 때까지 쓰지 못하니 貧(빈)하게 살다 죽는 것이며, 높은 직위에 오르는 것만이 행복이라면 직위를 내려놓을 때 박수치는 동료들이 없어 추한 모습이 된다. 달이 차면 기울고 꽃피면 씨 맺듯 서슬 퍼런 대통령도, 따뜻한 마음의 대통령도 임기 마치면 내려와야 하니 높은 직위도 花無十日紅이다. 사랑하는 가족, 친구, 동료들과 마음 터놓고 이야기하고 막걸리 한잔 할 수 있는 좋은 관계가 나를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여러분, 가족과 친구와 동료와 더불어 행복을 만들어 가려면, 너무 빨리 가려하지 마시고, 너무 높은 곳만 쳐다보지 마세요. 또한, 너무 많은 것을 가지려 하지 마세요. 시간이 흐른 뒤 뒤를 돌아다보면 아무것도 없을 때, 내가 너무 빨리 갔기에 남들이 쫒아오지 못했거나, 너무 높은 곳에 올라가 남들이 보이지 않거나, 너무 많은 것들에 둘러 쌓여 남들이 접근한 틈이 없었던 겁니다. 돈? 돈 버는 것이 행복인데 아까워 어떻게 쓰고 죽습니까? 명예? 높은 지위를 원했습니까? 대통령도 임기 끝나면 내려오니, 높은 자리는 낮은 자리로 내려오는 준비를 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주위 사람들과 오늘을 소중히 여기고 오늘의 행복을 만들어 가세요. 그것이 내가 행복해지는 지름길입니다.
플랜트서비스센터 2공장 2층 남자화장실에서 작은 일을 보면서 바라본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