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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6. 君君臣臣 父父子子

자기 자리에서 직분에 맞게 일하는 것

by 물가에 앉는 마음

論語(논어)의 顔淵(안연)편, 제경공이 공자에게 政事(정사)에 대해 묻자 공자는 君君臣臣 父父子子(군군신신 부부자자: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답게 되는 것)라고 답했다. 공자말씀이니 지극히 당연한 것인가? 아니면 지극히 당연한 말씀이니 공자 말씀일까? 공자는 定命論(정명론)을 주장했기에 각 개체가 마땅히 해야 하는 것을 이야기 한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여러 역할을 맡고 있다. 아버지이기도 하지만 부모님을 모시고 있다면 때로는 아들이며, 회사에서는 상사이자 동료이며 때로는 카운슬러이기도 하다. 공자는 각자 자기 할 몫을 충분히 해내는 것을 인간의 기본으로 봤고 거기에 仁을 겸비해야 인간답다 했다.

정명론은 현실이 이상에 접근해야 한다는 논리지만 사실 논어에서 말하는 이상은 실현불가능하고 하늘나라에나 존재하는 높은 이상이 아니다. ‘君君臣臣 父父子子’처럼 지극히 당연하게 행해야할 낮은 이상이다. 사람은 이상적 개체가 되기 위해서는 이상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이 마음에 있어야 하며 이것이 달아나지 않고 흐려지지 않도록 갈고 닦아야 한다. 마음을 깨끗하게 잘 닦고 덕을 쌓으면 이상적 개체인 ‘君子’가 된다. 그것이 仁의 마음이며 인은 사랑이자 완벽한 인격으로 가는 바탕이다.

사실 공자말씀은 지극히 당연해서 졸리다. 하지만 지극히 당연하고 이해하기 쉬운데도 현실에서 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공자말씀을 현대식으로 풀어 써야 지루하지 않다. 젊은 시절부터 공부했어도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여 내 것으로 만들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꼰대나이가 되니 현대식으로 해석한 책을 내놓아도 젊은 사람이 보기에는 현대적이 아니다. 고루한 꼰대말씀이고 지루한 공자말씀이며 신선함은 둘째 치고 잔소리로 치부하기까지 하다. 지금 어설프게 공자말씀을 풀어가는 나도 졸리고 당연한 말을 한다는 원성이 들리는 듯하다.


조금 분위기를 바꾸겠다. 연세 드신 어르신들이 ‘노세 노세 젊어 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노래 하셨다. 그래서인지 어리고 젊었을 때는 누구나 논다. ‘노세 노세 젊어 노세’는 1954년 작곡된 것으로 알려진 ‘노래가락 차차차’라는 노래 가사인데 한국의 젊은이도 놀았고 영국의 젊은이들도 놀았다는 것이 신기하지 않은가?(1960년대 영국에서도 댄스스포츠 차차차가 유행했다.) 노래가 나오기 전부터 어리고 젊을 때는 노는 것이 일이었다. 나는 TV를 통해 ‘차차차’노래 가락을 듣고 자랐기에 덩달아 놀았다. 심하게 그리고 오랫동안..., 놀아 청춘의 꽃날이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몰려다니며 노는 것에 몰두하고 행복해 했던 친구들은 모두 학교 졸업 후 군대를 갔고 제대 후 조금 더 놀다가 모두 비슷한 시기에 늦장가를 들었다.

나이 들어 철 드니 젊은 시절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행복은 가짜행복이고 쾌락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쾌락은 인성에도 악영향을 끼치니까 젊은 시절 내 삶은 분명 인간답지 않았을 것이다. 40을 넘겨서야 불현듯 ‘인간다움’, ‘행복은 무엇일까?’,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 궁금했다. 답을 구하기 위해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읽었다. 나이 서른에 책 3,000권을 읽었다는 이상민작가(그리 유명하지는 않다), 대학시절 하루에 한권을 독파한 지식을 바탕으로 철학, 과학, 예술, 종교에 대해 얕게 소개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채사장(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저자)씨와는 비교할 수 없는 독서량이지만 100권정도 읽으니 ‘인간다움’, ‘행복은 무엇일까?’, ‘행복하게 사는 방법’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으나 어느 정도 감이 잡히는 듯 했다.


100권은 결코 적은 독서량이 아니다. 한국 성인의 평균독서량(조사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연간 1~2권 수준)으로 따지면 평생 읽을 분량이다. 장자는 생활이 빈한해 소유한 책이 많지 않았으나 친구 혜시는 책이 많았다. 男兒須讀五車書의 주인공이 혜시인데 당시의 책은 대나무를 쪼개 만든 竹簡(죽간)에 쓰인 것으로 오거서는 현대 책 100권도 되지 않는 분량이니 장자시대 최고 지식인만큼 읽은 것이다. 아무튼 100권을 읽자 어느 정도 감이 잡히고 다시 100권을 읽자 세상의 이치들이 눈에 들어오는 듯 했다. 속칭 도를 트기 위해 다시 백 권을 읽자 아이러니 하게도 책속에서 길을 잃어버렸다. 다시 공부해 잃었던 길을 찾으려 한다.


다시 공자말씀으로 돌아가 자기 자리에서 직분에 맞게 일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인간이 해야 할 일이며 언행에 사랑을 담아 양심껏 행동 하면 군자가 된다. 이것이 인간답게 사는 것이며, 내 마음 속에 행복과 불행이 공존하지만 욕심을 버릴수록 행복이 커지는 것을 느끼게 되면 진정한 행복을 찾게 된다. 더욱 간단히 이야기하면 양심에 거리낌 없이 사는 사람이 군자이며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출근하고 싶은 마음에 회사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팀장은 어떻게 하면 직원들을 안전하고 편하게 만들어줄까 고민하고, 직원들은 열심히 일해 담당 분야 최고 기술자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서로 말은 없지만 해야 할 일을 알고 있고 본분대로 처신 한다. 일부 직원들이 퇴근 무렵 돌발 작업 중인 차 없는 동료를 위해 남아 있고 팀장은 서로 위해주는 모습이 아름다워 저녁을 사주기 위해 남아 있다. 여러분들이 그리는 사업소 풍경입니까? 아니면 현재 그렇게 되고 있습니까? 아침에 출근하고 싶었던 위의 풍경은 팀장으로 있었던 사업소의 15년 전 모습이었다.


이처럼 “君君臣臣 父父子子”의 뜻과 모습은 멀리 있지 않고 우리 생활 속에 있다. 집에서는 가장 역할을, 직장에서는 성실한 직장인의 자세로, 퇴근해서는 친구간 우정을 나누고 서로를 배려하고 위해주는 행복한 삶, 여러분 모두 그렇게 하고 있지 않습니까? 바로 여러분들이 君子, 賢者, 菩薩(보살)이며 나아가 彌勒(미륵)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아름다운 이 세상, 바로 천국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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