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0. 재회 scene4

재회 선물로 어분과 보리가루 등 낚시용 미끼를 잔득 던져줬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scene1

나주 사옥 연못에 살고 있는 붕어들은 내가 입식해 놓은 것이다. 아니 엄밀히 이야기하면 입식해 놓은 붕어들의 2세대, 3세대들로 척박한 환경에 적응하여 수온이 높은데도 활발히 헤엄치는 놈들이다. 지하주차장 위에 설치된 인공연못이며 수심이 낮아 서식여건이 좋지 않다. 입식 붕어들이 죽어 나갔는데 종족번식 본능으로 산란철이 지난 늦여름에 산란해 태어난 강인한 놈들이다. 본사 떠난 후 신경 쓰는 사람이 적었는지 살이 붙지 않았다. 우선 밥, 감자, 떡 등 요기 될 만한 것들을 던져줬다.

후배들이 물어 본다.

‘아직도 붕어 있어요?’

‘응, 내년이면 열대어가 헤엄치는 것을 보게 될 거다.’

‘네? 열대어도 풀어 놓으시게요?’

‘척박한 환경에 적응한 놈들이니 이 폭염에도 살아남기 위해 열대어로 진화할 것 같다.’

재회 선물로 차 트렁크에 있는 어분과 보리가루 등 낚시용 미끼를 잔득 던져줬다.


scene2

본사 근무하는 프리미엄중 하나는 도서관에 신간이 많은 것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오는 길에 청소하시는 여사님 세분을 만났다. 멀리서 봐도 한 분이 낯이 익다. 본사 근무할 때 내 사무실을 청소해 주시던 여사님으로 아침형 인간인 나보다 더 빨리 출근해 사무실을 청소해야 한다며 다른 분들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하셨던 분이다. 폐 끼치는 것이 미안해 보는 책을 빌려 드렸더니, 여사님은 철마다 텃밭에서 기른 과일과 떡, 수정과를 챙겨주셨다.

1년 반 만에 다시 뵈니 반가웠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요즘 몇 층 담당하세요?’

‘4, 5층 담당합니다. 다시 오셨다는 소문 듣고 찾아뵈려 했습니다.’

‘저도 뵙고 싶었습니다. 그럼 다음에 뵙지요.’ 다른 여사님들이 계셨기에 간단한 인사만 하고 헤어졌는데 잠시 후 휴대 전화로 문자가 왔다.

‘언제 식사 한번 하게 시간을 내주세요. 예전에 책을 빌려주셨던 고마운 마음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제가 사겠습니다. 다음 주 전화 드리겠습니다.

영산강변 우리밀 칼국수 집에서 시원한 콩국수 한 그릇을 맛나게 먹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토종닭이 낳은 유정란, 기러기 알과 삶은 옥수수가 되어 돌아 왔다.


scene3

영산포 홍어거리에 있는 4층 빌딩 홍어전문점은 관광버스를 탄 외지 손님이 많이 온다. 맛집이라고 매스컴을 타서인지 항상 손님이 넘쳐 복잡하고 시끄러우며 종업원들의 접대 태도는 극히 사무적이라 한번가고 발을 끊었다. 어디 음식이 입으로만 먹는 것인가? 옆에 있는 홍어 집은 현지인들이 자주 가는 맛집이고 광주에 있는 사업소위원장님이 소개한 집으로 번잡하지 않고 주인아주머니 응대도 정성스러워 남도 정취가 느껴지는 집이다. 외지 손님이 홍어 먹고 싶다하면 모시고 가는 곳이며 주인에게 눈짓만 하면 홍어 삭히는 숙성실을 프리패스로 견학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역 사람들 단골집이니 물론 맛도 있지만, 음식이란 눈으로도 먹고 마음으로도 먹고 오감으로 먹는 것이니 복잡하지 않고 남도 정취가 있어 막걸리 먹기 좋은 집이라 단골로 삼았다. 예전 어느 잡지에서 지역 맛집을 소개해 달라는 원고청탁을 받고 망설이지 않고 나주 맛집으로 소개한 집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뵌 아주머니께서는 아무 말 없이 제일 맛있는 홍어 날갯살 몇 점을 추가로 내오셨다.


scene4

예전 본사에서 같이 근무하던 실장님은 프로젝트 실패로 인해 징계 후 좌천되어 지방사업소에 근무하게 되었다. 실장님 주거지가 경인권이라 추후 서울로 발령을 내줬으나 해당사업소에서 연속으로 발생된 추문으로 인해 또다시 좌천되어 남도 땅으로 발령 났다. 나도 남도 땅으로 내려왔기에 한번 만나자고 전화 할까하다 아직도 충격에서 회복되지 않았을 듯하여 연락하지 못했다. 나주에 내려간 지 한 달쯤 지나자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보직을 놓으셨는데도 바쁘신가 봅니다. 전화를 여러 번 드렸는데 회의 가셨다고 하는 경우도 있었고 자리를 비우셨다 하네요.’

‘반가워요. 연락을 드리려 했는데 죄송합니다. 어때요? 내려오시니’

‘서울보다 좋습니다. 사업소도 조용하고 안정되어 있어서 기분 좋습니다. 제가 위원장하고 같이 날짜를 잡겠습니다.’

서울에 근무할 때 연이은 추문으로 인해 공황장애가 와서 병원을 다니고 있다며 어두운 목소리로 전화 했었는데 목소리가 밝아지고 예전의 웃는 얼굴이 보이는 듯해서 마음이 놓였다. 좌천이라도 마음으로는 영전이라 생각하면 영전한 것이니 그 실장님은 좌천된 것이 아니다. 이제는 그도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많은 것을 내려놓았구나 하는 생각에 내 마음도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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