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9. 채근담(1)

채근담(1) (쑨하오가 쓰고 이성희가 옮김, 시그마북스刊)

by 물가에 앉는 마음

명나라 기인 홍응명은 채소 뿌리를 제목으로 하는 글을 지었다. 속된 세상의 도리를 고상하게 승화시키고 부패함을 오묘하게 바꾸었으며 청아함으로 세속을 초월한 특별한 격식의 글이다. 이를 통해 세상을 통찰하는 통찰력과 세상만사의 근본원리를 알려주고 있다. 채근담은 유가, 불가, 도가의 정수를 하나로 융합해 처세와 사람됨의 전략을 정리했으며 인격연마의 중요함, 참과 거짓의 진위를 가리는 방법과 生死名利(생사명리)의 오묘한 이치를 알려준다.

앞으로 5회에 걸쳐 채근담을 소개하고자 한다. 400년 전에 만들어진 책이지만 인간 본성은 바뀌는 것은 아니므로 처세에 관한한 채근담은 바이블급인 책이다. 그렇다고 얍삽한 지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됨을 통해 세상 살아감을 알려주는 책이다.


제1장 성공과 실패의 열쇠


성공을 열망하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뒤로 물러설 줄 아는 지혜를 배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살다보면 존경과 멸시, 고귀함과 비천함, 전진과 후퇴를 겪기 마련인데 무시 받고 버림 받았을 때 자신을 갈고 닦으며 변하는데 힘쓰기 때문에 물러서고 낮춰야 할 때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성공했을 때 자기 자리로 돌아오며, 낙심했을 때 포기하지 마라.

예상치 못한 은혜가 오히려 재앙이 될 수 있다. 일이 순조롭게 풀려 쾌재를 부를 때 얼른 자기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떠올려라. 실패와 좌절이 성공에는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역경이 닥쳤을 때 쉽게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교만하면 공이 사라지고 뉘우치면 허물이 감해진다.

아무리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큰 공을 세웠다 할지라도 자기 공을 자랑하고 교만하며 독불장군 노릇을 한다면 그 공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그러나 대역무도한 죄를 지었다 할지라도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고칠 줄 안다면 그 죄는 참회를 통하여 씻을 수 있다.


하늘의 도는 채워짐을 피하니 업적도 빈틈을 남겨둔다.

어떤 일을 하던지 여지를 남겨야 한다. 모든 일을 얄미울 정도로 빈틈없이 처리하지 마라. 그래야 조물주도 나를 질투하지 않고 귀신도 나를 해하지 않는다. 만약 모든 일을 완전무결하게 처리하고 최고의 성과를 얻는데 만 치중한다면 이로 인해 심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반드시 밖에서 환란이 온다.


부지런함도 과하지 않게 청빈함도 지나치지 않게

온 마음과 힘을 다해 일을 하는 것은 본래 아름다운 덕이다. 하지만 너무 열심히 일한 나머지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다면 정신은 평형을 잃고 생활의 즐거움이 상실된다. 공과 명리, 복록에 집착하지 않는 것은 아주 고상한 정신이긴 하지만 너무 깨끗하고 욕심이 없다면 오히려 차가워지고 사회나 사람에게도 도움을 줄 수 없다.


더러운 곳에서는 생명이 자라지만 맑은 물에는 물고기가 없다.

오물이 많이 쌓인 곳일수록 많은 생명이 서식하지만 너무 맑은 물에는 물고기가 살지 않는다. 그러므로 진정한 덕을 갖춘 군자라면 반드시 다른 사람의 결점을 용납하고 과실을 용서하는 아량이 필요하며 절대 스스로 고결하다는 독선에 빠져 독불장군으로 살아서는 안 된다.


굳은 기개를 지키면서 날카로움은 감추어라.

마음이 청렴하고 욕심이 없는 사람은 명예와 이익을 목숨처럼 여기는 사람들의 눈에는 의심스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삶이 올바르고 조심하는 사람은 방탕한 사람들에게는 시샘의 대상이 된다. 군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기개를 굽혀서는 안 되지만 자신의 날카로움을 드러내서도 안 된다.


군자는 성공했을 때 더욱 신중해진다.

나이 들어 앓는 질병은 젊은 시절 부주의한 생활에서 비롯되며 인생에서 실패한 후에는 죗값을 치러야 하는데 이는 과거의 교만함에 따른 화근이다. 인생이 성공하고 원만할 때 진정한 군자는 더욱 조심하고 신중한 태도를 취한다.


공적과 과실은 혼동하지 말고 은혜와 원한은 뚜렷이 드러내지 마라.

공적과 과실은 조금이라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혼동할 경우 사람들은 정신이 해이해져 더 분발하려는 패기를 상실한다. 은혜와 원한은 너무 뚜렷하게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너무 뚜렷하면 사람들은 의심과 배반하려는 마음을 품게 된다.


덕은 재능의 주인이며 재능은 덕의 종이다.

품격과 덕성은 재능과 학식의 주인이며, 재능과 학식은 품격과 덕성의 노예일 뿐이다. 만일 한사람에게 재주와 학식만 있을 뿐 품격과 수양이 없다면 이는 한 가정의 주인이 아니라 노예가 집안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것과 같다.


타인을 믿는 자는 진실하고, 타인을 의심하는 자는 간교하다.

타인을 신임하는 사람이란 타인이 진정을 다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자신만은 진정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타인을 의심하는 사람이란 타인이 간교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그 자신은 어떤 간교한 꾀를 부리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어지러울 때 냉철해야 위기가 왔을 때 혼란스럽지 않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쁠수록 한가로운 시간을 내어 심신의 긴장을 풀어야 하며 반드시 한가한 시간에 합리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야 한다. 어지러울 때에는 머리를 냉철하게 해야 하며 반듯 마음이 평정할 때에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해 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지러울 때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된다.


타인을 용납하는 넓은 도량을 가져라.

입신처세는 너무 고결해서는 안 되며 더러움과 굴욕, 수치와 추악함을 모두 용납할 수 있어야 한다. 타인과의 인간관계도 너무 시시콜콜 따져서는 안 되며 선량한 사람, 약한 사람, 지혜로운 사람, 어리석은 사람 모두를 이해하고 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재능과 지혜를 감추는 자가 중임을 감당한다.

독수리는 서 있을 때 마치 잠자는 듯 눈을 반쯤 감고 있으며 호랑이는 걸어 다닐 때 아픈 듯 힘없이 어슬렁거린다. 이런 상태는 사냥을 준비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다. 그래서 품격을 갖춘 군자는 지혜를 자랑하지 않고 자신의 재주를 드러내지 않음으로 막중한 임무를 맡을 진정한 힘을 얻는다.


평안하려면 간교한 모함과 꾀를 경계하라.

남이 잘못한 일을 전해 들었을 때 곧바로 혐오스럽게 생각하지 말고 누가 고의로 모함하고 화풀이 하려고 한 말은 아닌지 자세히 판단해 보라. 망이 잘한 말을 전해 들었을 때 바로 믿고 무턱대고 가까이 하지 말고 간사한 사람이 좋은 자리에 오르고 싶어 한 말이 아닌지 경계하라.


사람에게 각박하면 떠나버린다.

사람을 부릴 때는 관대하고 후대하는 것이 원칙이며 너무 각박하면 열심히 일하던 사람도 떠나 버린다. 친구를 사귈 때는 너무 많은 친구와 경솔하게 교제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부하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오래 움츠릴수록 높이 나니 성공의 때를 기다려라.

새 는 움츠려 있는 시간이 길수록 더 높이 날수 있다. 꽃은 빨리 만개할수록 더 빨리 시들고 만다. 이 도리를 아는 사람은 재능이 있지만 성공하지 못할 때 걱정하지 않으며 발전과 변화가 없을 때 초조한 마음도 사라지게 된다.


몸은 일 가운데 있어도 마음은 초월하라.

거센 파도가 하늘까지 치솟아도 배 안의 사람은 두려움을 모르지만 배 밖의 사람은 두려워한다. 연회의 누군가가 사납게 날뛰며 욕을 해도 연회에 참석한 사람 경계심을 갖지 않으나 밖에서 이를 보는 사람은 깜짝 놀란다. 덕 있는 군자는 어떤 일 가운데 있더라도 마음만은 일을 초월해 외부에서 바라보는 눈이 있어야만 깨끗함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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