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6. 정의가 승리할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생각하는 것처럼 정의롭지 않아요.
‘君子(군자)란 학식이 높고 행실이 어진 된 사람’을 말하며, ’小人(소안)은 도량이 좁고 간사한 사람‘을 지칭하는데 한비자는 인간의 본성을 ’이해득실만 따질 뿐 도덕성은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했으니 인간의 본성을 소인으로 규정했다. 그래서인지 한비자뿐 아니라 모든 고전에서는 명리를 쫒는 소인이 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여 덕을 쌓은 군자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예전에도 그랬고 현대에도 소인이 더욱 많으며 군자가 소인을 이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유는 군자는 ’사익‘보다 ’공익‘을 우선시하며 ’도‘를 벗어나지 않는 등 행동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 속담에도 ’군자는 소인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소인은 온갖 계략과 음모를 다 동원하고 이익에 철저하기에 군자를 이길 수 있다. 하지만 군자는 사소한 일에 지더라도 큰일에는 이기는 법을 알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소인에게 지는 이유가 ’도‘이나, 이길 수 있는 것도 ’도‘ 때문이다.
공자는 군자가 명심해야할 필수덕목으로 사려깊이 생각하고 의로운 행동을 강조했다.
볼 때는 밝은 것을 생각하고, 들을 때는 슬기로운가를 생각하고, 얼굴빛에서는 따뜻함을 생각하고, 말에서는 진실 됨을 생각하고, 일에서는 경건함을 생각하고, 의문 나는 것에서는 질문을 생각하고, 분노 앞에서는 폐해를 생각하고, 이익 앞에서는 의로운가를 생각하라 했다.
이런 교육을 받고 행동하는 군자들은 소인보다 임기응변에서도 뒤지고 행동이 빠를 수도 없었을 것이기에 ‘정도’를 걷는다는 것은 불편하고 손해 보는 길을 가는 길이나 험한 길을 마다하지 않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
평소 말이 없고 성실하며 책임감 있는 과장님, 사업장내에서도 ‘우수 직원’이 술자리에서 이야기 했다. ‘제가 상무님 업무 하시는 것을 보고 또 Talk Concert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바꾸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맡은 일만 똑바로 하면서 조용히 사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는데 앞으로 정의롭고 남들을 위해 봉사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여러 번 고사했던 조합의 부위원장직도 수락 했고요. 시간나면 커피나 막걸리 한잔 하며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정의?’, ‘내가 어떤 이야기로 썰을 풀었기에 그러는 것일까?’
‘제 방문은 항상 열려 있으니 언제든지 오셔도 됩니다. 그리고 정의 이야기를 하셨는데 우리가 사는 세상은 생각하는 것처럼 정의롭지 않아요. 서부영화를 보면 항상 악당이 죽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어요. 보안관이 엄청 죽었고 심지어는 보안관이 기피직종이 되기도 했어요. 그래서 영화에서 만이라도 善이 惡을 이기는 것으로 그려 대리만족을 즐기는 것이지요. 세상사람 모두 자기의 이익과 명예를 위해 못된 짓도 마다않는 세상인데 그나마 이 세상이 살맛나게 유지되는 이유는 과장님같이 바르게 살아야겠다고 마음먹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선진국이고 우리나라도 그렇게 변하고 있지요.’
GT정비기술센터에서 1년 동안 Talk Concert를 진행하며 인문학에 대해 짧게 소개했다.
‘세상과 인생을 넓고, 길게 때로는 자세히 봐야 합니다. 우리가 보고 생각하는 것은 말 타고 지나가는 사람을 좁은 골목길 안에서 보는 것과 같고 蝸角之爭(와각지쟁)과 같다고 보면 됩니다. 인문학을 공부하면 여러 가지 효과가 있는데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되고, 고난이 닥쳐도 삶을 견디는 기술을 습득할 수 있으며, 배려, 양보, 역지사지로 인간관계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과장님이 삶의 방식을 바꿔야겠다고 이야기한 것은 내 영향을 받았다기 보다는 평상시의 생각에 촉매정도의 역할을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순자가 性惡說(성악설)을 주장하며 인간의 본성은 이익을 좋아하고 손해를 싫어하며 좋은 목소리와 예쁜 용모를 탐하는 성향이 있어 본성대로 욕구만 따라간다면 다툼이 일어나고 사회질서가 문란해진다 했는데 이는 한비자가 주장한 ‘인간이란 이해득실만 따질 뿐 도덕성은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말과 맥을 같이 한다. 이에 반대되는 이론은 맹자의 性善說(성선설)로 인간의 본성은 본디 선하다는 것인데 굳이 따진다면 내가 믿는 것은 성선설이며, 정의와 진실을 이기는 힘은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액션영화의 전개는 평화로운 마을 - 악당의 출현 - 악당의 횡포와 정의에 대한 박해 - 정의에 대한 대중의 깨달음과 영웅의 부활 - 악의 추방 - 다시 찾은 마을의 평화 로 상투적이기까지 하지만 영화의 전개와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은 닮아 있다. 순간적으로는 군자가 소인을 이기기 어렵고 악당이 정의를 이길 수 있지만, 넓고 길게 보면 결국에는 군자와 정의가 승리한다. 다만 ‘정의’를 지키는 과정은 대가 없이 얻어지는 것은 아니며 시간도 다소 소요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