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4. 언행이 일치되어야

‘행동하는 리더십’이 진정한 리더십이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회사 내 익명게시판에 오르는 글들을 보면 간부직원들 험담이 많이 올라온다. 물론 잘못된 행동을 하는 간부들이 있으니 하는 이야기지만 전체 간부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승진 할수록 고민의 폭과 깊이가 늘어나는 것은 맞다. 책상에만 앉아 있는다고 ‘간부는 일하지 않고 월급만 축낸다.’는 시각은 ‘체력이 떨어지는 중견직원이상은 생산성이 떨어지니 퇴직해야 한다.’는 말과 같이 근시안적이고 단견에 지나지 않는다.

IMF사태직후 울진원자력 전기팀장시절 구조조정 대상자 명단을 통보받고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한 적이 있었다. 갓 입사하여 피어나지도 못한 동생보다 어린 신입직원들을 구조 조정할 용기가 없어 사표를 던지고 싶었다. 80년대 초 언론통폐합 및 언론인 구조 조정시 나하고 같은 상황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시던 아버님께 상의하고픈 생각이 굴뚝같았다. 직원들에 대한 인위적 구조조정 없이 사태를 넘긴 다음에야 그런 사실이 있었다는 것을 당사자들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고 요즘은 막걸리 한잔하면 농담 삼아 이야기를 한다. ‘김과장, 똑바로 안할래……. 그때 잘랐어야 얼굴도 안보고 좋았을 텐데’


간부도 고민하면서 일하고 있는데 왜 직원들은 간부들의 무능과 나태를 꼬집을까? 어쩌면 ‘언행불일치’를 꼬집는 것일지 모른다. 어미 게가 새끼 게에게 똑바로 걷지 않고 옆걸음을 걷는다고 야단치면서 정작 본인은 옆으로 게걸음을 걷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논어에서 ‘군자’라는 인물이 자주 등장하는데 말만 앞서고 행동이 뒤따르지 않으면 ‘군자’가 아닌 ‘소인’이라 칭한다고 했다. 군에서도 장교가 ‘나를 따르라’했는데 휘하 장병들이 따르지 않는다면 장교는 평소에 말만 앞섰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언행이 일치했거나 義와 德이 겸비되어 장병들과 信義관계가 돈독했다면 장병들은 총알이 빗발치는 위험한 상황임에도 장교 뒤를 따르거나 앞장서게 된다.


모든 직장인들은 출근하면 업무를 ‘隨行’한다. 모두가 업무를 수행하는 입장이지만 ‘隨行’을 ‘勞動’으로 인식하는 직원들과 ‘隨行’을 ‘修行’으로 여기는 직원들 간의 괴리는 얼마나 클까?

직원들 대부분이 꺼려하는 현장 잡초제거작업도 ‘修行’으로 생각하여 허리운동도 되니 체력단련 하는 것으로 간주한다면 능률이 높아질 것이다. 땀나는 것도 운동을 하니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잡초를 뽑을 때 이놈의 이름은 무엇일까? 배우는 것으로 치부하니 전혀 창피하지도 이상할 것도 없다.

우리가 꿈꿔왔던 세상은 모든 직원들이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닌 ‘修行’하는 자세로 회사를 다니는 것이 아니겠는가. 간부들이 직원들과 어울려 노는 것도 ‘修行’이고 카운슬링도 ‘修行’이며 운동장의 잡초제거도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 ‘修行’의 일부라고 생각하여 실천한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던 ‘행동하는 양심’, 한 글자 한 글자 뜯어보고 음미해보면 얼마나 무섭고 의미 있는 이야기인가. ‘행동하지 않는 양심’, ‘말로만 하는 양심’, ‘생각만 하는 양심’..., 아무 필요 없는 것이지요. 바로 논어에서 이야기하는 ‘군자’와 맥을 같이 합니다. 길 가다 다툼이 벌어졌는데 약자를 돕지 않는다거나, 쓰레기를 줍지 않고, 오히려 쓰레기를 남몰래 버리는 행동은 스스로 義를 버리고 道를 내팽개친 것이니 ‘군자’의 도리가 아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업무도 대충대충, 손해 보는 상황에서는 언성을 높이고 본인이 이익을 보는 상황에서는 언급을 회피하는 것은 ‘행동하는 양심’이 아닌 ‘행동하는 몰염치’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리더십이나 상대방에 대한 존경심이 생기길 바라는 것 자체가 무모한 일일 것이다. 논어에서도 강조한 것이 ‘군자의 삶’이었고 이를 유추해 보면 ‘행동하는 양심’입니다. 서양철학도 ‘생각만이 아닌 행동’을 중시했다. 간부들이 말만 앞서지 않고 솔선수범한다면 직원들이 따라오지 않을 재간이 없다. 리더십은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손과 발에서 나온다. ‘행동하는 리더십’이 진정한 리더십이다.


인천으로 온 이후 몇몇 후배들이 근처 출장길에 시간을 내어 찾아와 막걸리 한잔하곤 한다. ‘요즈음 비빌 언덕이 없어 고민됩니다. 상무님 계실 때는 방향과 기준도 잡아주시고 하셨는데 요즈음 모호한 것이 많습니다.’

‘이 사람들이, 이제는 당신들이 언덕인데 누구한테 비비려고? 나는 이제 반년만 있으면 보직을 놓을 사람이니 당신들이 후배들 비빌 언덕이다. 걱정하지마라. 주관을 갖고 똑바로 행동하면 문제 없다.

많은 사람들은 언행일치되는 사람에게 호감이 가고 말만 앞서는 사람은 싫어한다. 경험이 없어 서툴고 어설퍼도 열정이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직원들이 욕을 하는 일부 부류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거나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일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