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두려운 그대에게’
언론인, 국회의원, 장관을 하다가 전업 작가 및 방송인으로 활동 중인 유시민씨는 국회의원시절 하얀색상 바지를 입어 ‘빽바지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이며 탄핵정국 시사프로그램에서의 인기로 차기 총리로 거명된 ‘핫’한 인물이다.
유시민씨의 글쓰기 특강 인트로는 ‘글쓰기가 두려운 그대에게’로 시작된다. ‘어떻게 해서 그렇게 잘 쓰게 되었나요?’30년 전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는데 뭐라 대답하기 어려웠다. 비법도 없었고 글 쓰는 사람이 되겠다는 목표도 없었으며 누구한테 글 쓰는 방법을 배우지도 않았다. 몇 권의 책을 낸 후에야 글쓰기에 관한 책을 읽었다. 내가 글을 잘 쓰지 못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고 잘 쓰기 위해 나름대로 애를 썼다. 몇 년 전 어느 선생님의 끈질긴 부탁으로 서울 어느 고등학교에서 글쓰기 특강을 한 적이 있었는데 강연 내용이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가는 것을 보고 조금 놀랬다. ‘글쓰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참 많구나!’
정치를 그만두고 재능기부 차원에서 ‘청소년과 학부모를 위한 무료논술특강’을 했다. 청중의 반은 중고등학생이었으나 나머지 반은 대학생도 있었고 다양했다. 청중이 다양해 강연내용과 수준을 정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책을 두 권 쓰게 되었다. 이번 책은 논리적 글쓰기 일반론이다. 중고등학생 수행평가 글쓰기부터 대입논술 입사 인문학논술, 신문기사, 가전제품 사용설명서, 판결문, 보도 자료까지 논리적인 글은 구조와 특성이 모두 같다. 잘 쓰는 능력을 기르는 방법도 동일하다.
글 쓰는 방법만 배우면 글을 잘 쓸 수 있지는 않다. 몸으로 익히고 습관을 들여야 잘 쓸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운전과 비슷하다. 자동차 구조와 원리를 공부한다고 운전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핸들, 페달, 변속기가 손발의 일부로 느껴져야 운전을 잘 할 수 있게 되는 것처럼 글도 논술문의 구조와 논리학의 규칙을 공부하는 것을 넘어 글 쓰는 습관을 익혀야 잘 쓸 수 있다. 운전교습소에서 처음 핸들을 잡았을 때 느꼈던 두려운 감정처럼 원고지나 컴퓨터 앞에서 글 쓰는 두려움을 느낀다. 그런 분들에게 ‘두려움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글쓰기에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자꾸 글을 쓰다보면 키보드나 볼펜이 손가락처럼 자연스러워지는 순간이 올 겁니다.’
글쓰기에 대한 내 생각이 전적으로 옳지는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은 나와 다른 방식 다른 경로를 거쳐 글쓰기를 익힐 수 있으며 내가 제안한 것과 다른 훈련법을 찾아낼 수도 있다. 그런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므로 이 책의 내용을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활용하기를 기대한다.
글쓰기의 철칙 1
시나 소설 같은 문학작품은 객관적 기준을 세우기 어려우나 논리 글은 쉽게 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이어야 하며 논리적으로 반박하거나 동의할 근거가 있는 글이 잘 쓴 글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글을 쓰려면 다음 네 가지를 유념해야 한다.
첫째,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주제가 분명해야 한다.
둘째, 그 주제를 다루는데 꼭 필요한 사실과 중요한 정보를 담아야 한다.
셋째, 그 사실과 정보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문명하게 나타내야 한다.
넷째, 주제와 정보와 논리를 적절한 어휘와 문장으로 표현해야 한다.
많이 읽지 않으면 잘 쓸 수 없다. 많이 읽을수록 더 잘 쓸 수 있다. 한마디로 독서광이 되어야 한다. 책을 읽지 않고 타고난 재주만으로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없다. 글 쓰는 기술만 공부해서 잘 쓰는 사람도 물론 없다.
글쓰기의 철칙 2
책을 많이 읽기만 하면 모두 글을 잘 쓰게 될까? 그렇지는 않다. 독서는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독서와 글쓰기는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똑같지는 않다. 쓰지 않으면 잘 쓸 수 없다. 많이 쓸수록 더 잘 쓰게 된다. 글쓰기 근육이 부실한 사람은 무엇보다 첫 문장을 쓰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전우용선생의 칼럼 ‘백신’ 의 첫 문장은 대단히 매력이 있다.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살인마는?’
(답은 ‘천연두’이다)
첫 문장을 이렇게 쓰기는 사실 쉽지 않다. 그게 왜 그리 어려울까? 첫 문장은 그저 첫 문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첫 문장을 자신 있게 쓰려면 글 전체를 대략이라도 구상해야 한다. 그런 구상 없이 첫 문장을 쓰려면 설계도와 조감도 없이 무작정 집을 짓는 것처럼 막막할 수밖에 없다.
글쓰기는 모두에게 어렵다. 남에게 평가받는 것이 싫어서 혼자 움켜쥐고 있으면 글이 늘지 않는다. 혹평과 악플을 겁내지 말아야 한다.
유시민씨의 말대로 글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내 자신이 아직까지 경지에 오르지 못해 차마 ‘글을 쓴다.’고 이야기하지 못하고 ‘끄적거린다.’고 이야기 한다. 주된 원인은 자신감 결여인 것 같다. 에세이 쓰는 것이 숙제인 미국 친구들과 논술 세대인 요즈음 세대들은 아마도 이러한 문제점이 적을 텐데 사지선다형 세대에게는 글 쓰는 능력이 요구되지 않았다. 기껏해야 방학숙제인 일기 쓰는 것이 글쓰기의 전부였기에 글 쓰는 능력을 개발할 기회가 없었다. 아직도 열심히 책 읽고 매주 한 번씩 끄적거리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