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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 한 손에는 위기가 또 다른 손에는 희망이

배치되는 의미인 위기와 희망은 종종 같이 붙어 다니는 단어

by 물가에 앉는 마음

연초에 말씀드렸던 '올해의 이야기 주제'가 거의 마무리되어 갑니다. 위기를 부풀려 말하려 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초록빛 희망만 부각하지 않았습니다. 중립적인 시각으로 보려 했지만 제 관점이 비관적이었다면 논조가 비관적이었을 겁니다. 반대로 읽는 분들의 관점이 희망적이었다면 미래가 밝다고 보였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말씀드리고자 했던 것은 우리 앞에는 위기와 희망이 같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배치되는 의미인 위기와 희망은 종종 같이 붙어 다니는 단어이다. 특히 회사 내에서는 단짝처럼 붙어 다녀 각종 보고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SWOT분석(기업의 환경을 Strength, Weakness, Opportunity, Threat요인으로 규정, 분석하여 사업전략을 수립)도 따지고 보면 회사와 사업의 위기와 희망을 도식화해놓은 것이다.


위기와 희망과 관련된 일화는 무수히 많다. 이건희 회장이 말씀하신 '자식과 마누라만 빼고 다 바꿔라.'라는 것은 혁신을 강조하기 위한 이야기이나 삼성이 위기를 돌파하려면 뼈를 깎는 혁신을 해야 하며 혁신을 해야만 희망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1995년 3월 9일 삼성전자 구미공장 애니콜 화형식, 2000여 임직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15만 대의 제품, 당시 500억 원에 달하는 전화기를 불에 태웠다. 품질경영을 중시하던 이건희 회장은 통화품질이 좋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자 극약처방을 한 것이다. '시중에 나간 제품을 모두 수거하여 공장 직원들이 모는 앞에서 태워라.' 위기를 목도한 삼성 직원들은 이후 심기일전하여 세계 최고의 휴대폰을 만들어 2류 기업에서 1류 기업으로 도약했다. 정성 들여 만든 휴대폰 화형식을 보며 경악하고 위기를 느꼈지만 품질만이 살길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준 것이다.


이처럼 경영자의 한 손에는 위기의식이 들려 있고 또 다른 한 손에는 비전과 희망을 들고 있다. 리더는 위기를 넘어야 비전과 희망이 생긴다고 이야기해야 한다. 비전과 희망을 제시하지 않은 채 위기만 고조시킨다면 민심이 흉흉해지고 도를 넘으면 민심이 이반 되고 직원들은 회사를 떠나게 된다. 반대로 현재의 위기상황을 감추고 비전과 희망만을 이야기한다면 어느 한순간 공멸하는 시기를 맞게 된다.

또한, 어떠한 것이 위기인지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현재 위기는 높은 가격, 낮은 품질일 수 있으나 미래의 위기는 전혀 양상이 다를 수 있다. 산업화 시대의 위기요소는 대부분이 가격과 품질이었으나 미래의 위기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닥쳐올 수 있다. 프레임이 바뀔 수가 있고 패러다임이 변할 수도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 고전적인 경쟁은 디젤과 가솔린기관 간의 연비, 정숙성, 가격 등이 주요 인자가 되어 갑론을박을 했으나 미래의 자동차 산업은 자동차 생산회사 간의 경쟁이 아닐 수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출현하면서 연비 경쟁은 무의미해졌고 수소차, 배터리 차가 등장하면서 더 이상 연비는 중요한 경쟁 인자가 되지 못한다. 무인자동차가 등장하면서부터는 자동차산업을 기계, 금속산업으로 분류해야 할지 전기, 전자산업으로 분류해야 할지 애매모호해졌다. 현대, 도요다, 폭스바겐 등 세계 굴지의 자동차 회사들은 결정을 해야 할 기로에 서있다.

영국의 산업혁명을 주도했던 세계 제일 증기기관차 회사들은 동종업계로 분류할 수 있는 디젤기관차 회사에 밀려 도산했지만 현재의 자동차 회사들은 삼성전자나 구글과 같은 타 업종의 회사들과 경쟁하게 되는 세상이 온다는 이야기이다.


이야기가 샛길로 가는 감이 있어 되돌려 본다. 아무튼 구성원들이 무엇이 위기인가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 어떻게 위기를 돌파할 것인가? 위기를 돌파하면 우리는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 에 대해서도 토론과 제시와 공유가 필요하다.

일부 관리자들은 목표에 대해서 이야기 하나 정작 본인도 어떻게 목표를 달성할 것인가에 대한 아이디어가 없다. 이렇게 해서는 위기를 기회와 희망으로 반전시킬 수 없다.

아래는 흔히 현장에서 범하는 오류들이다.

매일매일의 작업내용과 작업장소가 상이한데도 관리자들은 매일 '안전하게 작업해라.' 똑같은 이야기만 반복한다면 과연 안전사고가 예방될까?

팀장도 '안전하게 작업해라.'

차장도 '안전하게 작업해라.'

주임도 '안전하게 작업해라.'

작업조장이 '안전하게 작업해라.'지시를 여러 번 받았지만 '어떻게 안전하게 작업해야 할까?'

A조는 '고소작업을 하니 안전대를 착용한 후 안전 고리를 체결해라.'

B조는 '중량물을 운반하니 안전화를 필히 착용하고 2인 1조로 운반해라.

C조는 '활선작업을 하니 검전을 시행하고 사선이라도 접지 작업 후 작업해라.'는 등의 구체적인 행동지침이 없다면 '안전하게 작업해라.' 는 지시는 잔소리에 불과하다.


위기상황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으로 설명을 해야 한다. 전 직원이 위기상황을 공유하고 구체적인 위기탈출 방안을 논의하고 대처하면 위기를 탈출할 수 있으며 희망을 만들 수 있다.

'현재의 문제는 고객에 대한 불친절이 근본 원인으로 고객만족 방안을 찾아보자.'

'작업 오류로 재작업이 발생되었으니 절차에 준해 작업해야 한다.'

'원가율이 높으니 외부인건비를 줄여야 하며 자재를 최대한 아껴 사용해야 한다.'

'고전적인 정비방법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점검 로봇을 개발할만한 아이디어를 제출해 보자.'

'가공송전선로는 님비현상으로 성장의 한계에 부딪쳤다. 지중선이나 마이크로그리드 분야의 시장을 개척하자.'


우리 회사가 고도 성장기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지만 고도 성장기에도 위기는 있었다. 하지만 전 직원들이 잘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기에 또 할 수 있다는 의지가 있었기에 오늘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도 비슷한 말씀을 하고 계시다.

'인간으로서 올바른 것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경영적 판단기준과 리더는 조직원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는 훌륭한 인간성을 가져야 함과 동시에 세운 목표는 어떠한 환경변화가 있어도 달성하려는 강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평소 강조한 것이었다. 불타는 투혼 중에서 (이나모리 가즈오著, 한국경제신문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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