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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7. 내 삶의 길을 누구에게 묻는가?(2)

내 삶의 길을 누구에게 묻는가?(2) (백승영著, 샘터刊)

by 물가에 앉는 마음

2장 함께하는 삶

어느 추운 겨울날, 고슴도치들은 얼어 죽지 않으려고 서로 바짝 달라붙어 한 덩어리가 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의 가시가 서로를 찌르는 것을 느꼈다. 그리하여 그들은 다시 떨어졌다. 그러자 그들은 추위에 견딜 수 없어 다시 한 덩어리가 되었지만 가시가 서로를 찔러 다시 떨어졌다. 이처럼 그들은 두 악 사이를 오갔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들은 상대의 가시를 견딜 수 있는 적당한 거리를 발견했다. -쇼펜하우어, 여록과 보유 -

우리는 고슴도치와 같습니다. 홀로 있는 것과 함께 있는 것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합니다. 너무 혼자만 있으면 자신의 성안에 갇혀버리기 쉽고, 너무 함께만 있으면 자신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적절한 균형점을 잘 찾는 것이 필요한 까닭입니다. 거기에는 정답도 정도도 없습니다. 그러니 자신만의 ‘균형점’을 찾으면 됩니다.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찾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균형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어떤 함께’를 이루어낼 것인가 입니다.

진정한 ‘함께’는 나의 성장과 너의 성장 그리고 공동체의 성장이 같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일심동체와 이심동체 모두 존중되어 두 정신이 어우러져야 합니다. 각 개인의 다름과 차이를 인정해야 합니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상대방과 화해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우리가 관계체이고 내 생각과 선택과 행위가 다른 사람들과 온 세상의 협동작업의 산물이라 해도, 그 생각과 선택과 행위의 최종 주체는 물론 나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내 바람대로 되지 않습니다. 많은 변수가 생기고 내 의지와 무관하게 벌어지는 일들이 속출합니다. 심지어는 내 의도와는 반대되는 일도 발생합니다. 무력감이 들고 실패와 패배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지배해 삶이 끝나버리기라도 한 듯 삶 자체를 회의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인생은 곡선이라는 사실을 떠올려 보세요. 목표를 세우고 계획대로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 목표에 도달해야만 제대로 사는 것은 아닙니다. 목적달성을 못했기에 실패했다는 생각이나, 목표를 이루었으나 허무감에 사로잡혀 실패라고 생각하는 것은 인생이 곡선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생은 곡선입니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새로 길을 만들기도 하며, 쉬기도 하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인생이고 삶입니다. ‘실패와 패배’라는 단어가 떠올려지는 순간에도 ‘잠시 쉬었다 가는 거지, 기운 차린 후 다시 걸어가면 되지’ 하고 생각하면 됩니다. 개구리가 파리를 잡으려하다 놓쳤을 때 ‘나는 실패한 개구리야!’하면서 좌절하지 않습니다. 잠시 쉬었다 가도 괜찮습니다. 때로는 길게 휴식을 가져도 괜찮습니다.



3장 행복하고 싶으세요?

나를 만드는 것은 무엇일가요? 나의 상당 부분은 바로 내 선택의 결과입니다. 우리는 늘 이런 저런 선택을 해야 합니다. 음식, 친구, 공부, 직업 등 삶 자체가 선택의 과정입니다. 인생이 결정될 중대한 선택에 직면했을 때 무척 불안합니다. 올바른 선택인지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입니다. 잘못 선택한 음식이야 먹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전공과 직업은 번복과 철회하기 간단치 않습니다. 그런 만큼 불안감이 커져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고 타인의 결정에 따르기도 합니다.

올바른 선택이란 것이 있을까요? 기준은 단 하나입니다. ‘그것이 나를 행복하게, 잘 살게 하는 것인가?’ 입니다. 진짜 욕구와 가짜 욕구를 구별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 과정을 거치면 어느 정도 행복에 이르는 자신만의 길을 찾게 됩니다. 자신을 위한 선택이란 자기결정권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자유로운 선택이기에 스스로 책임도 져야 합니다.


짧은 인생을 불행한 의식으로 살다가 죽는 것만큼 억울한 일은 없습니다. 행복은 우리의 권리입니다. 하지만 행복을 인생의 최고 목표로 삼을 필요는 없습니다. 내 행복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고 남을 희생시킨다든지, 행복에 집착한 나머지 무언가 부족하다면서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일이 생기면 오히려 행복은 멀어집니다. 행복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지 무조건 추구해야 하는 집착의 대상은 아닙니다. 그래도 행복은 중요합니다.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자신에 대한 사랑의 표현입니다.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므로 하고 싶은 일 즐거운 일만 하며 살 수 없습니다. 하고 싶지 않은 일도, 즐겁지 않은 일도 하고 살아야 합니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나 정도는 해도 됩니다. 아니 하나 만큼은 꼭 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꼭 하고 싶은’, ‘그것이 없으면 결코 내가 행복해 질 수 없는’것이라면 그것만큼은 양보하지 마세요.


4장 잘 살아간다는 것

‘어째서 우리는 재산을 지킬 때는 인색하면서도 시간을 낭비하는 일에는 그토록 너그러운가?’ - 세네카, 인생의 짧음에 대하여 -

우리는 시간 낭비에 너무나도 관대합니다. ‘내일하지 뭐, 내년을 기약하지 뭐’ 그러면서 인생이 짧다고 탄식해요.

우리 삶은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릅니다. 내일은 내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모든 순간을 마지막 순간인 것처럼 소중하고 신중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카르페 디엠’이란 말도 같은 뜻을 갖고 있습니다. 과거와 미래에 대한 집착과 걱정에 붙들려 있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충실하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와는 반대로 살곤 하지요. 이전에 했던 말과 행동 때문에 자책하며 현재를 망치고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에 사로잡혀 현재를 그냥 흘려보내기도 합니다.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에 빠져 사는 것은 현재의 시간을 죽이는 일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요? ‘카르페 디엠’


well being을 추구한다면서 우리는 그냥 살지도 못하고, 오히려 남을 능가하는 성공을 위한 싸움꾼으로 전락해 버린 듯합니다. 러셀이 20세기 유럽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내일 아침에 무엇을 먹을까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옆 사람을 뛰어넘지 못할까 두려워한다.’ 라고 했던 것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과연 인생에서 성공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미국 시인 에머슨의 시를 소개합니다.


성공이란 무엇인가(What is Success)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들의 존경을,

아이들의 애정을 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의 인정을 받고,

그릇된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아,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을 발견하는 것


아이를 건강하게 기르든, 한 뙈기 정원을 가꾸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게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성공이 이런 것이라면 치열한 경쟁이 필요치 않습니다. 유쾌한 자존감으로 스스로를 사랑하고 인정하고, 삶을 해치는 나쁜 감정과 습관을 선택하지 않고, 서로를 인정하고 수용하며, 누군가 작은 미소를 지울 수 있게 한다면, 더불어 사는 삶이라는 작은 지혜를 갖춘 채, 하루하루를 의미 있는 현재로 만들면서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즐겁게 걸어가면 그뿐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를 행복으로 이끄는 성공이 아닐까요? 잘 살았다고 할 만한 삶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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