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1. 밥 한 그릇의 행복, 물 한 그릇의 기쁨(2)

밥 한 그릇의 행복, 물 한 그릇의 기쁨(2) (이철수著, 삼인刊)

by 물가에 앉는 마음

답게

키 작은 우리 민들레를 보았습니다.

볼품없어도 꽃 색은 밝습니다.

민들레는 민들레로 살고 망초는 망초로 삽니다.

질경이는 질경이로 살지요.

거친 땅, 길에서 사는 질경이는 모질게 클 수밖에 없지만 기름진 땅에서는 또 다른 모습으로 기품 있고 의젓합니다.

이래도 저래도 제 모습 잃지 않고 온전한 질경이로 살아갑니다.

거기서 배웁니다.

나도 나답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구나!


사람이 깊으면

갚은데 앉아서 오가는 손님을 맞으면 얻는 것이 많습니다.

잘 살아서, 마음 건사를 잘하고 있어서, 향기가 묻어나는 이들 있습니다.

평범해 보이는 세상에 허튼 이름이 나있는 것도 아닌데 존재가 깊고 아름다우니 맺힌 봉오리 같고 벌어진 꽃송이 같습니다.

사람이 깊으면 꽃도 같아 보이고 별도 같아 보이고...,

새벽 들판에는 밤이슬로도 제 잎을 씻는 풀포기가 지천입니다.

사람이 되어서 무엇으론들 제 마음을 씻지 못할까?


지혜로운 사람

지혜로운 사람은 가난하다.

가난한 사람이 다 지혜로운 것은 아니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가난한 삶을 선택하고 그 가난에 휘둘리지 않는다.

아무래도 그러시는듯하다.

자신을 위해서 바깥재물을 많이 쓰는 사람은 스스로를 미워하는 셈이다.

못난 놈, 미운 놈에게 주어야할 떡을 스스로 차지하는 꼴 아닌가?

스스로 가난해져서 가난과 넉넉함을 두루 거느리는 사람들 곁에서 말마다 행복해 질 수 있었으면...,

그 지혜로움을 다 받아들이는 제자의 삶을 살게 되었으면...,


마음비우기

가을편지 드립니다.

여름내 무성했던 나뭇잎들이 어디로 가고 있네요.

자연은 어김없어서 잎 지는 계절에는 저를 내려놓을 줄 알고, 추워질 겨울을 준비합니다. 대추나무 잎은 다 떨어졌구요.

목련은 아직 괜찮습니다.

소나무는 늘 푸른 나무라지만 그도 낙엽을 떨구는 것 아시지요?

버리지 않고 새로워질 수 없는 법이라고 이야기해 주는 듯합니다.


가을 들판에서

가을편지로 시작해서 금세 겨울편지가 되었습니다.

벼를 털었습니다.

예년만은 못하지만 여름 가혹했던 것 생각하면 수확이 나쁘진 않았습니다.

올해 욕심껏 심은 참깨 수확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대신 메주콩은 동네 분들이 입을 댈 만큼 많이 거두었습니다.

산비둘기가 콩씨를 파먹는 것 무서워서 모종을 해서 옮겨 심었더니 그 덕분에 풍작이 되었다는 해석이 많습니다.

하늘 뜻입니다.

사람의 생각만으로 온전한 농사가 되지 않는다는 걸 해마다 배웁니다.

부지런히 일하고 기다리는 것, 농사뿐 아니라 인생사도 그렇지요.

꼭 한번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만 결코 똑같은 삶이 주어지지는 않습니다.

제 몫의 삶을 온전하게 최선을 다해 살아가면서,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소중히 여기고, 뜻 깊은 삶이라 여기는 것, 그게 중요하지 않은가요?

텅 비어 가는 가을들판에서,

잠시 다녀가는 한해 사는 식물들의 생애를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 한 생애도 그리 긴 시간은 아닙니다.


작은 짐승들

오늘은 문득, 작은 짐승들 안부가 궁금해졌습니다.

이 겨울을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뱀, 개구리, 다람쥐, 지렁이 그 많던 나비와 나방들, 오소리..., 배추벌레, 포도벌레...,

눈 쌓인 한겨울이면 토끼, 노루, 고라니, 멧돼지들은 배고픈 기색으로 눈앞에 나타나기도 할 테지요.

어디서 조용히 겨울잠 자고 있을 짐승, 벌레들...,

작고 힘없는 존재들,

이 겨울을 따뜻하게 무사히 지내기를 빌고 싶었습니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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