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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Feb 03. 2023

343. 사기의 리더십(김영수著, 원앤원북스刊)

가장 못난 정치란 백성들과 다투는 정치다.

 리더십을 둘러싼 숱한 논의와 진단에 정답과 해답은 없다. 리더 자신도 모순투성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우주 생명체중 가장 복합적이고 복잡한 동물인 인간의 행위를 말이나 글로 규정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다만 상대적으로 나은 이상적인 리더십을 찾는 과정이 있을 뿐인데 정답은 없지만 모범답안 정도는 있을 수 있다. 인간이 지나온 역사 속에서 찾을 수 있는데 찾는다고 다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이 있어야 한다. 소양이란 지식이 아니라 역사의 이면을 바라볼 수 있는 직관력을 말한다. 어쩌면 모범답안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리더십을 기르는 것인지 모른다. 과거를 성찰하는 리더야 말로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란 지난 일을 돌아봄으로써 다가올 일을 생각하는 가장 고차원적인 인간 행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반세기 미국식 리더십 이론을 배웠다. 미국식 리더십을 비판하자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 차이, 경험의 시간차가 존재한다. 미국역사는 300년, 우리와 중국 역사는 5000년이니 비교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우리 역사는 단군 이후 천년이상이 공백인 반면 중국은 우리보다 충실하다. 중국은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도 우리나라 50배의 영토를 갖고 있어 역사경험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지구상 어느 나라도 따라갈 수 없다. 중국은 5천 년간 83개 왕조, 96개 도읍, 600명의 제왕을 경험한 리더의 역사라 불러도 될 만하다.


 사기는 3천 년간의 중국고대사를 정리한 것으로 전체 130권 52만 6천5백 자로 기술되었다.

 112권은 인물에 대한 기록으로 90명의 제왕과 200명의 제후를 다루고 있다. 사기에는 약 4000명의 인물이 등장하며 인간군상의 희로애락, 은혜와 원수, 우정과 배신, 탐욕과 양보 등 인간 행위가 기술되어 있다. 황제 심기를 건드려 사형을 선고받은 사마천은 죽음보다 더 치욕적인 궁형(거세형)을 택해 죽기 전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사기를 완성하였다. 오랜 시간 광활한 영토, 다양한 민족 사이에서 활약해 온 리더십은 오늘날 세계가 충돌하고 융합해 나가는 것과 흡사하다. 2천 년이 넘는 시공을 초월하여 지금 적용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유용하게 적용되는 리더십들이다.


 사기 첫 페이지는 리더와 리더십에 관한 논의로 시작된다. 힘없고 의지할 데 없는 백성들의 간절한 염원을 반영하고 있는데 첫 번째로 '덕'을 꼽고 있다. 요임금에 대해 '부유했으나 교만하지 않았고 존귀했으나 거드름을 피우거나 오만하지 않았다.' 요컨대 나쁜 리더란 '교만하고 거드름을 피우고 오만한' 자란 뜻이다. 사마천이 분류한 리더십 등급은 

1등급: 자연스러움을 따르는 정치 즉 순리의 정치

2등급: 이익으로 백성을 이끄는 정치, 즉 백성을 잘 살게 하는 정치

3등급: 백성이 깨우치도록 가르치는 정치, 즉 훈계형 정치

4등급: 백성을 일률적으로 바로 잡으려는 정치, 즉 위압정치

 가장 낮은 등급은 '가장 못난 정치란 백성들과 다투는 정치다.'라 했는데 사마천은 백성들이 마음으로 그리는 유토피아를 대신 그린 것이고 본인의 염원이기도 했다. 


 사마천이 분류한 리더십의 분류는 급속한 민주화와 경제화를 이룬 우리나라의 근대사와 궤를 같이한다 할 것인데 아마도 50대 이상 연배이면 정권이 변함에 따라 등급이 올라갔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2014년 현재가 몇 등급에 해당될 것인가는 시간이 흐른 뒤에 평가할 문제이나 1~2등급 사이에서만 움직인다면 정치적 패러다임상 문제이지 민주주의의 퇴보는 아닐 것이다. 이러한 리더십 분류는 비단 정치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닐 듯하다. 가정이나 직장 내에서도 조직의 특성에 따라 여러 리더십이 발휘되어야 함은 물론 상황에 따른 리더십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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