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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May 29. 2023

266. 蒙求(몽구) (이한著, 홍익출판사刊)

어리석은 어린 사람이 스승에게 가르침을 구한다



‘동양에서 가장 오랫동안 읽힌 젊은이를 위한 도덕교과서’라는 蒙求(몽구), ‘어리석다, 어둡다는 蒙’, ‘구하다, 찾다'라는 求’로 어리석은 어린 사람이 스승에게 가르침을 구한다는 뜻이다. 小學(소학)처럼 구구절절 다 맞지만 왠지 거북한 도덕책이 아니다. 옳은 삶이라 못 박아 말하지 않고 고대인들의 다양한 삶 그 자체를 가식 없이 보여주며 읽는 이가 판단하는 책이다.

 지은이 이한은 당나라 때 사람으로 말단관리로 일하다가 곧 사직하고 고향인 요주에서 후학을 양성했다. 蒙求는 당 시대의 교과서다. 훗날 왕에 의해 일반 백성의 훈육서로 채택되며 중국 역사상 가장 널리, 가장 오랫동안 읽힌 도덕교과서가 되었다.


사는 곳에 수레바퀴 자국이 깊게 파인 진평

 진평의 집은 가난했다. 그러나 책 읽는 것을 좋아해 노장사상에 능통했고 풍채가 크고 잘 생긴 사람이다. 장부는 부자였으나 다섯 번 시집가 다섯 번 모두 남편이 죽었던 손녀딸이 있어 아무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진평이 그를 받아들이고자 했다. 장부가 진평을 따라 그의 집으로 갔는데 정말 가난한 집이었고 대문도 없이 거적이 달려 있었다. 하지만 문밖에는 지체 높은 사람의 수레바퀴 자국이 많이 있었다.

 장부는 집으로 돌아와 아들 장중에게 말했다. ‘나는 진평에게 손녀를 주려고 한다.’ 장중은 반대했다. ‘가난한데도 생업에 힘쓰지 않아 마을사람들이 그의 생활을 비웃고 있습니다.’ 장부가 아들을 설득했다. ‘나는 그의 사람됨을 보고 왔다. 진평같이 훌륭한 남자가 가난한 것은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손녀를 시집보내며 '가난하다고 섬기는데 소홀해서는 안 된다.'며 훈계했다. 진평은 고조 유방을 좇아 호군중위가 되어 여러 장군들을 통솔했다. 고조가 천하를 평정할 때까지 모셨고 결국 승상에 올랐다. 


No라고 말하는 참모 주사

 조간자에게 주사라는 신하가 있었다. 주사는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거리낌 없이 진실하게 말하는 사람이다. 주사가 죽은 후 조간자가 조정에 나아가 정무를 볼 때마다 표정이 언짢았다. 신하들은 자신들에게 부족함이 있지 않나 해서 처분을 내려달라고 했다. 그러자 조간 자가 이렇게 말했다. ‘내가 하는 말에 그저 예, 예만 하는 사람들뿐 주사처럼 꽥꽥거리며 직언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네. 그래서 기분이 안 좋은 것일세.’ 


큰 매보다 혹독한 관리 질도

 질도는 궁중의 근위대 관리이나 천자라도 잘못하면 직간하기도 하고 조정대신을 마주 보고 꾸짖기도 했다 황족과 외척들도 질도를 바로 보지 못할 정도로 그를 창응(청백색의 사나운 매, 추후 잔혹한 관리를 지칭)이라 불렀다. 흉노족과 맞닿은 곳의 태수가 되었을 때는 흉노족까지 겁을 먹고 접근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를 못마땅하게 여긴 두태후에 의해 참수되었다. 결국 자신의 업보를 받은 것이다.


탐내지 않는 마음이 가장 귀한 보물이라는 자한

 송나라 사람이 귀한 옥을 손에 넣자 자한이라는 관리에게 바쳤다. 그러나 자한은 극구 사양했다. ‘어찌 받지 않으십니까?’ ‘재물을 탐하지 않는 마음을 가장 귀한 보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네. 만약 자네가 보옥을 나에게 준다면 당신은 보옥을 잃고 나는 탐내지 않는 마음가짐을 잃게 되어 두 사람 모두 보물을 잃는 것이 되네. 내가 보옥을 받지 않는다면 두 사람 모두 보물을 잃지 않는 것이 되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네.’  


난세에 벼슬하는 것을 부끄러워 한 오릉

 초나라 왕이 오릉자종이 현인이라는 말을 듣고 황금 이천 냥을 예물로 가져가 모셔오게 했다. 오릉자종은 왕명을 받자 그의 아내에게 물었다. ‘나를 재상으로 삼으려고 사신을 보냈네. 재상이 되면 말 네 마리가 끄는 마차를 타고 호위를 받으며 맛난 음식을 질릴 때까지 먹을 수 있네. 좋은가?’ 

 ‘당신은 지금 가죽신을 만들어 생활하지만 불편도 부족함도 없으니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습니다. 거기다 왼쪽에 거문고 오른쪽에 책을 두고 즐거운 인생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재상이 되어 큰집에 살아도 몸을 편안히 쉴 곳은 무릎 들어갈 만한 장소이며 상에 늘어놓고 음식을 먹어도 맛있는 것은 고기 한 조각입니다. 재상이 되어 무릎 들어갈 만한 편안한 장소와 고기 한 조각을 위해 나라의 온 걱정을 품게 된다면 좋은 일일까요? 난세에는 해를 당하는 일이 많으니 온전하게 수명을 유지할 수 없을까 두렵습니다.' 그래서 오릉자종은 재상이 되는 명령을 거절했다.


흰 비단을 보고 슬퍼한 묵자

 묵적(묵자)은 하얀 비단을 보고 울었다. ‘그것은 하얀 비단실은 노란색으로도 물들일 수 있고 검은색으로도 물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성품은 습관에 따라서 선하게도 악하게도 되기 때문이다. 한 번 더러워지면 다시는 원래 색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후한시대 고유는 이 글에 주를 달았다. ‘원래 사람의 근본은 한 가지다. 사람의 천성은 원래 선하며 모두 같지만 교육이나 사귀는 친구에 따라서 선하게도 되고 악하게도 되어 오랜 세월이 지난 다음에 결국에는 완전히 다르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것을 불쌍히 여겨 슬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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