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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 중년이 행복해지는 여섯 가지 비결(2)

(히로카네 켄지著, 아카데미북刊)

by 물가에 앉는 마음

네 번째 비결: 방황하고 있다면 한 발짝 앞으로 나간다.

30년 샐러리맨 생활을 한 남자는 10년간 바다낚시를 했다. 깊은 밤 차를 달려 바닷가에 도착을 하면 한참을 망연하게 있다가 낚시를 했다. 조용하게 낚시에 몰두해서 잡아 올린 오징어와 전갱이로 아침밥을 먹을 때까지만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날이 밝으면 좋았던 기분이 사라진다. 돌아가서의 일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내일부터 할 일이나 그 일을 위한 준비를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출세도 순조로웠고 가정도 문제가 없었는데 지난 30년은 ‘고통의 세계’였다. 샐러리맨 시절은 결코 마음대로 처신할 수 없었던 ‘부자유한 30년’이었다.

구조조정이나 회사의 도산을 홀가분하게 생각하면 ‘고통의 세계’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기회이며 내려쬐는 햇빛과 불어오는 바람에 부딪쳐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회사에서 무리 지어 살았던 생활이 길어 회사 밖이 황량할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정해진 규격에 맞추어 살아가는 것보다 임기응변적으로 살아가는 인생이 훨씬 홀가분하다.

위기를 맞을 때 두 가지 대응자세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먼저 손을 쓰는 것이다. 대책 없이 있기보다는 먼저 대처해서 피해를 최소한으로 막는 것이다. 하지만 위기는 갑자기 예고 없이 습격해 온다.

지금까지는 타인과의 거리나 위치관계를 고려해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해 왔다. 내가 너보다 공부 잘해, 네 회사보다 월급이 많고 동기 중에서 승진이 제일 빨라. 하지만 그 모든 비교는 자신의 위치를 보여주는 지도 한 장으로 끝이 난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는 죽음이 있고 네가 그려온 지도는 3분의 2를 넘어섰다. 3분의 1은 이제부터 그려가야 한다. 아직까지의 지도가 어떻든 인생의 승자는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정치가, 고급공무원들의 온갖 비리가 폭로될 때마다 서민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호화 저택을 갖고 있는데... 왜? 나이를 먹고 지위가 올라갈수록 경험과 실력이 있으니 자기 몫이 많을 거라 생각하나 천만의 말씀이다. 나이가 들면 아무리 진수성찬이라도 다 먹을 수는 없다. 자기 몫을 적게 해야 한다.


다섯 번째 비결: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존재를 마음속에 둔다.

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친구는 많지 않아도 되지만 한 사람도 없다면 쓸쓸한 전반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남자들은 혼자가 되어가고 여자들은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의 모임이 많아진다. 할머니는 혼자 여행 가는 경우는 드물고 친구들끼리 여행 가는 할아버지도 드물다. 어쨌든 ‘이 사람을 위해서라면’ 할 정도의 친구가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인생에 촉촉한 윤활유가 생긴다.

아무 계획도 없는 어느 날 불현듯 멀리 있는 친구의 얼굴이 보고 싶어 작은 선물 하나 준비해 방문하는 길은 얼마나 마음이 설레는가. 반대로 멀리 있는 친구가 찾아온다는 것은 얼마나 큰 기쁨인가. 과장된 대접도 필요 없고 간단하게 준비한 소박한 안주와 술 한 잔이면 충분하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통풍이 잘되는 산뜻한 마음으로 눈앞의 친구와 진심으로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남자이고 싶다.


쓸쓸한 전반생을 살아왔다면 지금이라도 존경할 수 있는 친구를 만들면 된다. 가족에 대해서도 가장 홀가분한 친구 같은 마음으로 살고 싶다. 이미 성숙해 버린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같이 나이 들어가는 아내도 가끔씩 이해 못 할 행동을 하지만 그것이 가족이고 일반적인 현상이다. 즐겁게 살려면 가족과의 동지의식도 솔직 담백 해 지는 것이 좋다. 아이는 나이를 떠나 사랑하는 동지, 아내는 다른 세계를 소유한 동지로


여섯 번째 비결: 인생은 일장춘몽임을 깨닫는다.

후반생은 고독을 받아들여야 하는 시기이며 황혼이 가까워지면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난다. 아이들은 각자의 가정을 이루어 독립하고 아내는 원기가 왕성해져 활발하게 활동하며 자신의 인생을 즐긴다. 남자의 일생에서 친구들과 떼를 지어 만나고 마음이 들떠 기분 좋게 놀 수 있는 시기는 정말 한때뿐이다. 생각해 보면 중요한 일은 자신이 혼자서 생각하고 결정해 왔다.

지난 50년을 반추해 보면 참 많은 일이 있었지만 한순간에 끝나 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꿈처럼 지나가 버렸고 결국 인생이란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마음 편하다. 병, 이별, 죽음은 후반생의 피할 수 없는 체험이 될 것인데 인생이 일장춘몽이라는 것을 깨닫는 사람은 태연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수십 년을 살았어도 헤어진다는 것은 쓸쓸한 일이다. 직장과도 친구와도 헤어져야 하지만 구원을 풀지 않고 헤어질 필요는 없다. 사이가 좋지 않았던 동료와도 ‘그동안의 섭섭했던 일을 용서해 주게, 그리고 행운을 빌겠네.’ 이것이 가능한 남자들은 새로운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다.

인생을 크게 10년 단위로 구분해 보면 20대는 도전, 30대는 전문가로서의 소양을 개발하는 공부, 40대는 현실, 50대는 놀이로 구분할 수 있다. 즐겁게 살아야 즐겁게 죽을 수 있다. 지위, 명예, 재산을 위해 분주하고 시끄럽게 살아도 누구나 죽게 되어 있다. 한순간, 한순간 즐거웠던 장면을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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