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바랑이 비워져도 행복한 시기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받기 좋아하고 주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받는 일이 곧 주는 일이며 주는 일이 곧 받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주었기 때문에 받고 받았기 때문에 주는 것이다. 준다는 일은 결코 주어 버린다는 관념으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주는 것과 다시 돌아오는 것의 순환은 너무도 보편적이다.
- 윤준호 ‘변화하는 시대의 지혜’ 중에서 -
회사 내에서 가장 힘든 것은 밤새워해야 하는 업무가 아니라 인적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피를 나눈 가족끼리도 재산을 놓고 반목과 불화가 생기며 심지어는 살인까지 저지르는 세상인데 회사 내에서는 나눔의 관계가 더욱 치열하고 타산적일 수밖에 없다. 도와주지 않으면서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특정인에게만 계속적으로 도움을 줄 수 없다. 주고받음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튼튼한 인적네트워크가 구성된다. 받는 일이 곧 주는 일이며 주는 일이 곧 받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고 했으나 먼저 주어야 할까? 받아야 할까?
Give & Take, 먼저주어야 받을 수 있다. 처(실) 간 보이지 않는 벽이 높아지고 소통이 아닌 불통 문화의 시작은 받기 전에는 줄 수 없다는 작은 이기심에서 시작된다. 먼저 주기 시작하면 불신의 벽이 높아도 불통의 벽이 아무리 두터워도 손쉽게 허물 수 있다. 먼저 주고, 먼저 지고, 먼저 베풀기 시작해야 한다.
회사 내에서 부서 이기주의가 문제지만 국가, 사회적으로도 남보다 조금 더 가지려는 욕심으로 문제가 커지기도 한다. 권력과 명예와 금력을 다 가질 수 있을까? 이미 검증된 이야기지만 세 가지 모두를 갖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대통령은 권력을 갖고 있는 것에 만족해야 하고 재벌총수는 돈을 갖고 있는 것, 선비들은 명예를 갖고 있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데 대통령이 돈까지 가지려 하니 의혹이 생기고 게이트가 생긴다. 재벌은 돈으로 만족해야 하는데 권력을 쥐기 위해 대통령을 한다 하니 문제가 생긴다.
얼마 전 강원도 원주 어느 별장에서 고위층들이 난잡한 파티를 했는데 관련 동영상이 나돌아 나라가 발칵 뒤집혔던 적이 있다. 북한 위협이 시작되면서 이 사건은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는데 영화에나 나올법한 이 이야기의 전체 시나리오는 이렇다.
별장주인인 건설업자는 돈은 있으되 권력이 없었고, 파티에 모인 사람들은 권력과 명예는 있으되 돈이 부족한 사람들이었다. 건설업자는 돈을 이용해 더욱 커다란 이권을 따내기 위하여 권력을 이용하려고 사회 지도층 인사들을 불렀고 권력과 명예가 있는 검찰, 병원장들은 쾌락과 뒷돈을 받기 위해 별장에 모였다. 각자 조금 더 많은 돈과 명예와 권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중의 일부가 신정부 고위층으로 발탁되는 과정에서 동영상이 나왔고 이것이 불거지면서 돈도 명예도 권력도 잃고 소중한 가족도 잃게 되는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부도덕한 일들이 벌어진 것인데 뉴스를 접하면서 우리가 모르는 사회는 이렇게 많이 타락한 것에 놀랬다. 시나리오는 다르지만 탐 크루즈 주연의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을 보면 상류층 인사들의 난잡한 Group Party장면이 나오는데 이런 이야기가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이야기였다.
* 참고로 “아이즈 와이드 셧”은 19금이다.
우리 회사에서 소통이 잘된 사례를 소개해 보겠다. 예전 영광3사업소 전기팀장으로 있을 때 S주임이 있었다. S주임은 아직도 영광3 전기팀 주임으로 재직하고 계신데 업무추진력이나 동료 간 친화력이 뛰어 나신분이다.
어느 발전소나 TBN135'는 업무싸움이 치열한 곳이다. 터빈 발전기는 기계, 전기, 계측부서의 업무협조 없이는 정비가 어려운 설비이며, 동시에 작업이 벌어지는 오버홀 기간 중 조장들은 본인 공정을 소화하기 위해 크레인을 사용하는 문제부터 대립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는 팀장끼리도 반목하고 이로 인해 공정이 지연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발전소 초창기이니 정비문화를 바로 잡기 위해 S주임에게 사이좋게 일할 분위기를 만들어 보라고 했더니 조장들을 모아 밥을 먹는다고 했다. 이번 오버홀을 잘해보자고 단합대회를 하고 난 후 TBN135'에 화이트보드를 갖다 놓았다. 기계가 전기와 계측에게 부탁할 사항을 적어 놓고 전기는 기계와 계측에게... 화이트보드에 적힌 사항들을 먼저 해주자고 약속했더니 화기애애하게 오버홀을 끝낼 수 있었다. 불통의 벽을 깨고 소통하고 상대방에게 먼저 베풀기 시작하니 싸움이 없어진 것이다.
S주임이 밥을 사고, 부탁받은 일을 먼저 해결해 주었듯 비움과 채움 그리고 주는 것과 받는 것도 하나다. 생명체와 같이 선순환 구조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법장스님의 열반송을 다시 한번 읽어보시면 이해가 빠를 듯하다.
我有一鉢囊(아유일발낭) 나에게 바랑이 하나 있는데
無口亦無底(무구역무저) 입도 없고 밑도 없다.
受受無不灆(수수이불람) 담아도 담아도 넘치지 않고
出出而不空(출출이불공) 주어도 주어도 비지 않는다.
빨간 사랑의 열매가 사랑스럽고
구세군 빨간 냄비가 정겨워지는 연말입니다.
나누면 나눌수록 풍족해집니다.
모두의 바랑이 비워져도 행복한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