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색상의 새싹들 몇 개가 자라고 있습니다.
3월 하순에 눈이 오는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의 시기지만 오늘은 ‘봄’과 관련된 ‘씨 뿌리고 꽃 피는 계절에’에 대해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초봄에 메마른 가지를 뚫고 나오는 새싹의 노르스름한 연두색을 좋아합니다. 초봄에만 볼 수 있는 연약한 연두색은 세상에서 가장 경이로운 색이 아닐까 합니다. 북극의 오로라가 신비롭다고 한들, 천하 명산 금강산이 아름답다고 한들 초봄 새싹의 연두색에 비할 바 있겠나 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새싹의 노르스름한 색은 생명이며 모진 추위를 견디어낸 오랜 인내의 결과지만 보살피지 않으면 이내 병들고 시들어버리는 연약의 색입니다. 아기피부보다 연약하고 부드러운 새싹이 두터운 나무껍질을 뚫고 나오는 것도 경이롭고 새싹이 생명을 잉태하는 꽃을 만들고 열매를 맺고 새로운 생명 탄생의 씨앗을 만드는 것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제 표현력으로는 부족하니 전문가의 표현을 빌려 보겠습니다.
봄은 생명이 발화하는 시기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말할 것도 없이
그 꽃이 제 목숨을 바쳐 그것을 피워냈기 때문이다.
미물도 마찬가지고 새들도 마찬가지고 짐승들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소중하게 여겨야 할 것들은
꽃을 피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과정이지
꽃이라는 결과물이 아니다. 그게
사람이라면 더 말해
무엇하랴. - 박범신의《산다는 것은》중에서 -
우리 회사에서 연구 및 기술개발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기술연구원 태동과 맥을 같이 합니다. 1994. 06월 기술연구원이 발족했으니 18년 동안 기술개발의 씨를 뿌렸고 많은 새싹이 올라와 일부는 결실을 맺었고 일부는 말라죽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우리 회사 기술개발 성과가 미흡하다고 말씀을 하셔도 현재 솔루션, 연구원, 원정센터, GT센터에서 하고 있는 사업의 대부분은 기술개발(연구개발, 기술협력, 교육훈련, 신장비구입...)에 의한 산물입니다. 연구원, 전문원들 노력과 회사 투자가 수반되지 않았다면 어려운 일입니다.
식물을 기르기 위해서는 거름도 부지런히 줘서 地力(지력)을 높여야 하고 공기가 통하도록 굳은 땅도 헤집어 주어야 씨 뿌릴 수 있습니다. 씨 뿌린 후에는 잡초도 뽑아야 하고 어린 새싹들이 상처 입지 않도록 애정과 관심을 갖고 지켜줘야 합니다. 비가 많이 와도 걱정이고 너무 가물어도 근심입니다.
사람 나이 88세를 米壽(미수)라고 합니다. 쌀 미(米) 자를 분해하면 여덟 팔, 열 십, 여덟 팔. 이는 쌀농사 지을 때 농부의 손길이 88번 간다고 하여 지어진 글자입니다. 쌀 한 톨을 만드는데도 88번 손길이 가야 하며 우리가 매일 먹는 밥은 농부가 흘린 땀의 결실입니다. 기술개발도 비슷합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씨를 뿌렸다면 88번 정도 연구원, 전문원 들 땀과 노력이 가미되어야 작품이 나옵니다. 주변의 우리들은 88번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8번 정도는 눈길을 주고 관심을 가져야 더욱 좋은 결과가 도출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지금 경이로운 색상의 새싹들 몇 개가 자라고 있습니다. 또한 오늘도 씨를 뿌려야 합니다. 여름에 먹을 씨감자도 심고 김장도 담가야 하니 가을에 수확할 배추밭도 일궈야 합니다. 3년 후에 수확할 감과 더딘 느낌은 있지만 5년 후에 빨간 열매를 맺을 사과묘목도 심어봅니다. 우리들 관심과 노력으로 어린 새싹들이 무럭무럭 자라 열매를 맺고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같이 나눴으면 합니다.
씨 뿌리고 꽃 피는 계절, 生命(생명)이자 忍耐(인내)이며 軟弱(연약)의 색인 노르스름한 새싹들은 아직 어리지만 꽃을 피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울긋불긋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