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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아우라

마음이 끌리는 사람

by 물가에 앉는 마음

마음을 잘 숙이는 사람에게서 나는 광채 ‘아우라(AURA)’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아우라(AURA)는 그리스어로 사람이나 장소에 서려 있는 특별한 기운, 후광, 광채 등을 뜻하는데 최근 연예계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습니다. ‘영화배우 장동건 씨는 뒤에서 광채가 난다, 아우라가 대단하다.’ 장동건 씨의 외모가 남자도 반할 만큼 멋이 있다는 소리겠지요. 동생이 방송국에 근무하는데 장동건 씨는 멀리서 걸어와도 환하게 보일정도라고 합니다. 인품까지 대단한지는 제가 겪어보지 않아서 모릅니다. 하지만 아우라는 껍질이 아닌 내면의 빛을 뜻합니다. 명품으로 온몸을 휘감아도 가부끼(歌舞伎) 배우처럼 두텁게 분장을 해도 만들 수 없는 빛이 아우라입니다.

신라 시조 박혁거세 신화를 보면 우물 옆에 번개빛 같은 이상한 기운이 서렸는데... 붉은 알에서 나온 어린아이를 목욕시키니 몸에서 빛이 났다. 누구나 읽어 봤음직한 무협지 倚天屠龍記(의천도룡기)를 보면 보이지 않는 적으로부터 살기를 느끼고 누추한 옷차림의 주정뱅이지만 무림고수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 이런 기운도 아우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돈이 없어도, 외모가 허름해도 학식과 덕망이 높은 사람들은 표시 납니다. 바로 아우라 때문입니다. 그런 분을 아직 만나지 못하셨다면 쉬운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예전 알렉산더 대왕은 엄청난 권력과 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가 당시 유명한 철학자이자 거지인 ‘디오게네스’의 이야기를 듣고 그를 등용하고자 찾아갔습니다. 마침내 대왕은 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누워 햇빛을 쬐고 있는 디오게네스를 찾아냈습니다. 평소 걸인처럼 생활한다는 철학자임을 알고 있었던 대왕은 조용히 다가가 디오게네스에게 말했습니다. 대왕 : ‘그대가 내게로 와 내게 힘을 주었으면 좋겠다. 그대가 원하는 것은 뭐든 들어주겠다.’ 그러자 누워있던 디오게네스가 대왕에게 대답했다. 디오게네스 : ‘대왕님, 햇볕 좀 받게 비켜주시겠습니까?’ 대왕 : ‘헐.....’ 당대의 부와 권력을 모두 갖고 있는 알렉산더 대왕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디오게네스에게서 아우라를 느꼈을 것이 분명합니다. 지위가 높다고 아우라가 있을까요? 김대중 전 대통령 아호는 뒤가 넓다는 뜻의 후광(後廣)이고 AURA는 후광(後光)입니다. 지위가 높다고 무조건 아우라가 있는 것은 아니나 김대중대통령, 박정희대통령, 노무현대통령, 이명박대통령... 일국의 대통령을 하신 분들이니 모두 아우라가 있으실 겁니다. 불운하게도 의천도룡기를 읽지 못했고 장동건 씨, 대통령을 만나지 못해 아우라를 모르겠다는 분들과 종교가 없는 무신론자들도 절, 교회, 성당구경을 하셨을 테니 모두들 아우라를 보신 겁니다.

부처님과 미륵보살 그림이나 불상을 보면 후광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부처님 몸 뒤로 내비치는 빛. 이것이 형상화되어 불상(佛像)의 머리 위에 둥근 바퀴 또는 불의 형상을 그리거나 붙여 나타냅니다. 유럽여행코스는 성지순례라 할 정도로 성당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유럽여행을 다녀오신 분들은 스테인드글라스에 표현된 아우라를 보셨을 겁니다. 성서 판매하는 가게에 가면 예수님을 그린 성화에도 예수님 주위를 밝게 그린 후광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아우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림이나 조각에서 후광을 표시한 것이지만 그 옛날 예수님과 부처님의 실체일 수 있습니다.


아우라는 설명하기가 쉽지 않은데 석굴암의 부처님 상에서는 아우라를 느낄 수 있어도 차 안에 대롱대롱 매달린 부처님 상에서는 아우라를 좀처럼 느낄 수 없습니다. 얼마 전 청계사에 산책 갔을 때 거대한 臥佛(와불)이 있었는데 아우라를 느낄 수 없어서 가까이 보니 시멘트로 만든 와불이었습니다. 같은 부처님인데 왜 아우라가 없을까? 이것은 진본과 복사본 차이 같습니다. 사람들이 진품 모나리자를 보러 비행기 타고 루브르 박물관에 가고, 기차 타고 경주 석굴암에 가는 이유가 있습니다.

고대 성인뿐 아니라 현시대를 사는 장동건 씨 에게서 아우라를 느끼듯 회사 내에서 아우라를 갖고 계신 분이 있습니다. 지위가 높지 않아도 디오게네스 같은 분이 계실 겁니다. 회사 내에서 아우라가 있는 분을 선발하는 것이 ‘한공인’입니다. 올해에도 아우라가 있는 분이 선발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혹시 ‘한공인’으로 선발되지 않았어도 아우라가 있는 분이 현장 곳곳에 계시니 바로 이 분들이 우리 회사의 진정한 ‘한공인’으로 손색이 없으신 분들입니다.

o 위험하고, 더럽고, 어려운 일을 솔선수범 하는 열정적인 선배님

o 땀 흘리며 일하는 협력직원에게 시원한 음료수 한 잔을 건네는 따뜻한 후배님

o 풀지 못한 문제로 머리 싸매고 있을 때 해답을 던지고 지나가는 샤프한 차장님

o 본인 일보다 부탁을 먼저 해결해 주는 소통의 부장님

o 왠지 모르게 나의 고충을 털어놓아도 들어줄 것 같은 포근한 처장님

o 주변 여건이 머리를 무겁게 하지만 인상을 찌푸리지 않고 싱긋 웃으며 바른 길을 안내해 주시는 마음 넓은 전무님

o 모든 직원들의 사장임을 자랑으로 여기는 CEO


아우라가 있는 많은 선, 후배, 동료, 상사가 서로의 마음을 진정으로 숙이는 행복한 회사의 일원이라 행복합니다.


아우라가 느껴지는 사람이 확실히 있다. 우리는 '훌륭하고 존중할 만한 이론을 가진' 인물보다는 '이유도 모르지만 어찌 된 노릇인지 모습이며 말투며 일거수일투족에 마음이 끌리는' 사람에게 더 강한 아우라를 느끼게 된다. 아우라가 있는 사람은 폭포 밑에서 도를 닦는다거나 하는 별난 일을 벌이지 않더라도 전설을 만들어 낸다.- 무라카미 류의《무취미의 권유》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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