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합니다.
어느 누가 안전재난팀에 근무하게 되더라도 안전사고가 발생되면 가장 고민되는 부분 중 하나는 사고관련자에 대한 징계일 것입니다.
물론 감사실로 조사보고서를 移牒(이첩)하면 안전재난팀 업무는 종결된 것이지만 보고서를 쓰는 각도에 따라 懲戒量定(징계양정)이 상이할 수 있기에 고민하게 됩니다. 그러나 객관적 사실만을 놓고 사고의 因果關係(인과관계)를 따지고 관련자가 책임을 다하였는가를 제삼자 적인 입장에서 眺望(조망)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조사자 입장이자 태도일 것입니다. 하지만 빼놓지 말아야 할 부분은 사고정황과 기술적 분석입니다. 관련자들에 대한 辯護(변호) 내용이 대부분이겠으나 사고 원인을 이해하고 대책을 수립하는데도 참고사항이 되며 간혹 가다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배관 폭발에 의한 사고 시에는 다음과 같은 조사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비록 관련자들이 책임을 다하지 못한 부분은 있었더라도 폭발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기술이 現存(현존)하지 않으며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예견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사고였다. 같은 유형의 사고는 20년 전에 한번 발생할 정도로 발생확률은 낮지만 설비를 정지시키고 작업하지 않는다면 재발가능성은 상존한다.
사고를 조사하다보면 이런 경우도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사고의 인과관계와 재발방지대책과는 무관한 사항이지만 본인 역무가 아니나 善意(선의)의 마음에서 동료를 도와주러 나갔다가 사고 관련자가 되었다던지 하는 조사자 의견은 징계양정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물론 사고조사 목적은 관련자 징계가 아니며 징계를 강하게 할 것인가 약하게 할 것인가 보다는 사고원인을 명확히 밝히고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는 것이므로 징계조치가 사고 재발 방지에 효과가 있을 것인지도 감안하여야 할 것입니다. 사고가 연이어 발생된다면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으니 징계 강도가 세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2007년에는 2, 3, 5월 연이어 사망사고가 발생되었습니다. 첫 번째, 두 번째 사고 경우는 경징계에 그쳤으나 세 번째 사고 경우에는 소장 무보직이라는 중징계가 내려졌습니다. 제가 부임하기 전 사고였으며 이미 내려진 결정이고 처분된 사항이라 말씀드리기 껄끄러운 부분이 있으나 인사위원회 결정은 過(과)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단위 사고만을 놓고 보면 무보직처분이 과 할 수 있으나 당시 내려진 결정으로 사고의 연결고리를 끊었다면 적절한 처분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징계라고는 하지만 징계양정시에는 사고관련자들이 겪게 되는 트라우마(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라고 불리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신체적인 손상과 생명의 위협을 받은 사고에서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은 뒤에 나타나는 질환)를 감안하여야 할 것입니다. 안전사고로 인해 트라우마를 경험하신 인사위원회 위원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4건의 사망사고를 처리하면서 사고관련자들이 트라우마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는 것을 간접경험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사망사고가 발생되면 사고관련자들은 유족 측으로부터 인격적 모욕을 당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또한 유족 합의가 되어 장례를 치른다 해도 살아남은 사고관련자의 삶은 상당기간 정상적이 아닐 수 있습니다.
*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
* 동료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
* 작업에 대한 공포로 인해 트라우마를 앓게 됨을 목격하였습니다.
비근한 예로 09년도에 발생된 사망사고로 인해 출장소장은 극심한 정신적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여 25년간 정들었던 회사를 떠나게 되었고 동료작업자였던 협력직원 두 명도 퇴직을 하였습니다. 이 정도라면 사고관련자들은 회사에서 처분되는 징계보다 더한 징계를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당시에는 관련자 퇴직으로 인해 인사위원회 및 징계조치가 없었습니다.)
지난주 8월 24일 관리감독자 안전교육 시에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합니다. 죽은 사람은 이미 죽은 것이고 산사람까지 죽이는 경우는 없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도 그렇고 부하직원들도 살 수 있는 방법은 잔소리를 많이 하는 것입니다.
안전장구를 착용하지 않았고, TBM도 안 했고, 유해위험작업지시서도 발행하지 않았고, 절차도 지키지 않았고... 현장순시를 하면서 직원들에게 잔소리를 하고 안전조치가 부실하다고 지적해야 여러분들이 살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 여러분들이 살고 저도 살고 직원들이 살 수 있습니다. 부하 직원들과의 마찰이 귀찮아 잔소리를 하지 않음으로 인해 부하직원이 다치고 관련 직원들까지 징계를 받게 만드는 것은 살기를 원하지 않는 나쁜 관리자입니다. (오늘은 이야기가 조금 과격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