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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읽고 쓰기

108. 고마운 답장

본인 안부이며 우리 가족 과거사이기도 하며

by 물가에 앉는 마음

미국 사는 누나는 登壇(등단)했고 유명작가는 아니지만 부지런히 글을 쓰고 있습니다. 2주에 한번 정도 수필을 쓰고 본인 블로그에 올리는데 2주가 지나도 글이 올라오지 않으면 아프거나하는 變故(변고)가 있는 것이니 누나 안부가 궁금해집니다. 누나 글에는 본인 家族事(가족사)가 담겨 있어 주기적으로 글이 올라오는 블로그를 보면 매형과 조카도 잘 살고 있는 것을 알게 되고 우리 가족들 지난이야기가 있어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이 나면 가끔 지난 글도 읽어보게 됩니다.

누나 글은 본인 안부이며 우리 가족 과거사이기도 하며 형제들 우려를 불식시켜 주는 고마운 답장이기도 합니다.


안전편지에 대한 답장은 매주 10통 정도 옵니다. 저와는 一面識(일면식)도 없지만 편지를 주고받으며 친구가 된(요새는 一村이라고 그러지요) 울진 3의 김대리, 영광 2의 백팀장처럼 자주 보내시는 분도 계시고 전화 하는 절친도 있습니다.

얼마 전 모사업소 여직원으로부터 고마운 답장을 받았습니다. 여직원이 희귀한 현장에 근무하는 여직원, 그것도 안전과는 거의 상관없는 사무직 여직원에게 답장을 받아보니 일단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답장을 읽어보니 많은 분들께서 공통적으로 느끼셨을, 왜 안전팀장이란 사람이 나한테도 편지를 보내 귀찮게 할까? 편지내용이 사무직인 나에게 도움이 될까? 등 의문에 대해 실감 나게 쓰셨기에 이를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편지 내용 중 저에 대한 과도한 美化(미화)가 있는 점은 어여쁘게 넘어가 주시기 바랍니다. 편지를 송부하신 분이 실명을 밝히는 것이 부끄럽다고 하셔서 프로필만 밝힙니다. 95년에 입사해 현재 oo지점 총무팀에 근무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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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oo지점 총무팀에 근무하는 ooo입니다.

어느덧 팀장님께 받은 편지가 100통이 넘었어요.

친한 친구 하고도 이렇게 꾸준히 편지를 주고받기가 쉽지 않은데

팀장님으로부터 100통이 넘는 편지를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니 너무 감사하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하네요.

처음 안전편지를 받았을 때 사무직한테도 이런 편지를 보내시네....

굳이 사무직한테까지 안전편지를 보내실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고,

이 편지 몇 회까지 가려나 의심도 했었어요.

그러다 편지가 한 주도 빠지지 않고 계속 오니 이젠 월요일 아침이면 제일 먼저 편지를 읽어 보는 것이 순서가 되었습니다.


안전편지를 받은 후 저의 변화는 안전에 관한 분석과 정보를 공문으로 받으면 으레 안전담당 일이려니 하여 제목만 보고 넘긴 경우가 많았으며

내용을 읽어 보더라도 길고 수식과 문어체적인 보고서에 끝까지 읽기가 힘들었는데, 팀장님께서 보내주신 편지는 말 그대로 편지이기 때문에 정성껏 읽을 수 있었고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안전에 관한 내용을 접하다 보니 저도 안전에 관해 꽤나 아는 내용이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사무직이라 하여 안전사고와 안전수칙을 지킬 의무에서 예외가 아님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자연스럽게 업무하며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직원들 근무환경 개선에 있어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는지 없는지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팀장님의 백통이 넘는 편지를 받고서야 이렇게 조금씩 인식의 변화를 가지게 되어 송구스럽기도 하고 늦게나마 그런 인식의 변화를 가질 수 있어 다행이다 싶기도 합니다.


팀장님 편지에 항상 안전에 관한 내용만 있었다면 백통을 꾸준히 읽기는 어려웠을 텐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안전 내용보다는 인간관계 이야기, 고사성어 이야기, 팀장님 경험담 그리고 좋은 글귀 등으로 이루어진 내용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이렇게 답장 한통 쓰는데도 몇 번을 생각하고 지우기를 반복하는데 팀장님께서는 매주 그렇게 다양한 내용으로 편지를 쓰시니 그 내공에 정말 감탄드립니다. 간혹 전문용어를 쓰시거나 고사성어를 쓰실 때 틀린 글씨 없는지 한번쯤 확인을 하실 테고, 전 직원이 읽는 글이니 글의 난이도나 내용에 무리가 없는지 검토를 하실 테고, 편지로 읽히기에 적합한지 쓰신 편지를 몇 번이고 읽어 보시리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한 주도 빠지지 않고 편지를 쓰시는 팀장님께 더욱 더 감사를 드립니다. 안전편지 시작은 팀장님께서 일방적으로 하셨지만 이젠 더 이상 일방적인 편지는 아니라 생각됩니다. 많은 직원들이 편지를 기다리고 답장을 하시니 이젠 정말 왕래하는 편지가 됐죠?

모든 직원들이 알아야 할 사항이지만 왠지 찾아서 읽어 보고 싶지는 않은 내용을 이렇게 쉽게 전달할 수도 있구나 싶어 새삼 안전편지의 발상에 놀랍기만 합니다.


훗날 팀장님께서 다른 보직으로 자리를 옮기셔서 안전편지가 중단된다면 많이 그립고 아쉬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때 답장이나 한번 쓸걸.... 후회하지 않기 위해 오늘에야 답장을 적습니다.

그동안 받은 편지 너무도 감사했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개인의 건강이 안전의 기본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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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편지말미에는 oo지점 ooo드림이라고 써야 할 것 같은데 이대리님과 著作權(저작권)에 대한 협의가 완료되었으므로 제 이름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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