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 呼客(호객) 행위

집에서 기른 거래요. 떨이로 가져가래요.

by 물가에 앉는 마음

울진1 사업소에 근무할 때이니 15-6년 정도 지난 일입니다. 五日場(오일장)에 나가보면 시골할머니들이 집에서 기른 채소들을 들고 나와 물건을 팔고 계시는데 그분들도 호객행위를 하십니다. ‘집에서 기른 거래요. 떨이로 가져가래요.’ 투박하지만 구수한 맛의 강원도 사투리에 농약도 치지 않은 자연산 먹거리로 착각하고 眩惑(현혹)되어 떨이물건을 삽니다. 하지만 한 바퀴 돌아 그 자리에 오면 같은 물건을 놓고 ‘집에서 기른 거래요. 떨이로 가져가래요.’ 라며 호객행위를 하는 같은 할머니가 계십니다. 추후에 시골할머니들 商術(상술)이라는 지역사람들 이야기를 듣고는 失笑(실소) 한 적이 있었습니다. 요모조모 따져보길 잘하는 서울깍쟁이가 시골할머니들을 당하지 못한 것이니 이쯤 되면 상술과 호객기술이 상당히 발전한 것입니다.


인터넷이 발달하여 전국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이 어렵지 않은 세상이 되었습니다만 그것은 꼼꼼하고 계획성 있는 사람들 이야기이고 저 같은 덜렁뱅이들은 사전 예약도 없이 차 몰고 나서서 호텔방을 잡지 못하는 곤욕도 치르기도 하고 수많은 음식점 앞에서 선택의 고민에 빠지기도 합니다.

경기도 양평으로 가족 휴가를 간 적이 있었는데 전국의 보리밥집은 양평에 몰려 있는 듯했습니다. 음식점 모두 SBS, KBS, MBC 음식프로그램에 나온 집임을 광고하는 플래카드 한두 개를 걸지 않은 집이 없었으나 그중에 특이한 현수막을 건 집이 있었습니다. ‘우리 집은 절대로 TV에 나오지 않았지만 맛이 있습니다.’라는 현수막을 걸었습니다. 경쟁적으로 현수막 한 두 개 걸지 않은 집이 없는 상태에서 그 집 현수막 내용이 눈에 띕니다. 전부가 TV에 소개되었다고 광고하고 있는데 유독 한집만이 절대로 TV에 소개된 적이 없는 집이라고 광고 하니 段數(단수) 높은 호객행위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호객행위도 과장과 뻥튀기의 세상이니 제일 붐비는 집으로 들어가 식사합니다. 자고로 경험에 비춰볼 때 붐비는 집의 음식 맛은 평균이상이었고 저보다 손 빠른 사람들이 이미 인터넷검색을 하여 門前成市(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을 테니 현수막 내용과는 무관하게 주차대수가 가장 많은 집에서 끼니를 해결했습니다.


요즘 저도 삐끼처럼 호객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Two Job을 하여 물건이나 음식을 파는 것이 아니라 ‘안전 Mind’를 팔기 위해 직원들 관심을 모으기 위한 호객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안부편지를 보내드리며 안전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타짜’, ‘트라우마’,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흥미를 유발할만한 제목을 붙이고 있지만 내용은 안전과 관련된 것입니다.

‘현장작업도 좋지만 착수 전 안전을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또는 ‘공정이 빠르게 간다고 해도 안전사고가 발생되면 훨씬 늦게 가는 것입니다.’ ‘소장님부터 안전에 관심과 모범을 보이셔야 직원들이 따라옵니다.’ ‘안전은 내가 지키는 것이지 다른 사람이 지켜주는 것이 아닙니다.’


매번 보내드리는 안부편지 주제는 거의 大同小異(대동소이) 합니다. 이야기 내용과 소재만이 상이할 뿐 숨어있는 주제들은 그 나물에 그 밥이며 그 밥에 그 나물입니다. 각종보고서와 공문을 내면서도 예전보다는 잘 보이기 위해서, 잘 팔리게 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연지곤지 바르고 꽃단장도 시켜봅니다.

‘사창립 이후 25년간의 안전사고 내역을 분석한 최초의 분석보고서입니다.’ ‘사창립 이후 최소 안전사고기록을 달성했습니다.’ ‘우리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는 안전가이드 역할을 할 것입니다.’

공문 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최대한의 화려하고 현란한 수식어를 동원하여 못난 얼굴이지만 분홍색 립스틱을 발라 예쁘게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관심을 끌어야 한 줄이라도 읽히는 문서가 될 테니까요.

때로는 어르고 협박도 해봅니다. ‘유사사고가 발생되면 관리감독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라고 협박도 하고 책임을 묻고 있지만 이것도 따지고 보면 ‘안전 Mind’를 팔기 위한 상술이며 호객행위입니다.


이러한 상술과 호객행위로 인해 매출이 늘어나는지, 수익이 증가를 했는지는 해를 넘겨 결산 할 때 주판알을 튕겨 보렵니다. 전년도보다 사고건수가 줄었으니 50%의 매출신장을 이뤘고 강도율이 낮아졌으니 수익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하지만 사고 유형에 있어서는 협착사고가 증가했으므로 내년도에는 협착사고를 줄이기 위한 호객행위에 치중해야겠다는 貸借對照表(대차대조표)가 나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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