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釣行도 그렇게 이야기만 낚다 끝이 났다.
나주에 내려온 목적 중 하나가 낚시이니 갖고 내려온 짐 중에 낚시 관련 용품이 반이다. 낚시 세트와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접어드니 방한복까지 갖고 왔다. 남쪽이라 웬만해서는 영하로 내려가지 않으나 물가에 앉으면 춥기에 옷을 두툼하게 입어야 한다.
눈에 아른거렸던 낚시터에 왔다. 영산강으로 흘러드는 대초천 부엉이바위 앞포인트는 붕어가 잡히지 않아도 눈이 시원한 곳으로 호황과 몰황이 겹치는 곳이다. 아침나절에는 폭발적인 입질을 보이고 정오에 가까워질수록 입질이 없어진다. 그래도 월척을 가장 많이 잡았던 곳으로 혹시나 하는 희망을 갖게 해 주는 곳이다.
블루길과 배스 등 외래어종이 있지만 물이 깨끗해 토하와 우렁이도 살고 있다. 가끔 누가 쳐다보는 느낌이 들어 눈을 돌려보면 수달과도 눈을 마주치는 청정한 곳이다. 가을가뭄인지 물이 흘러넘치지 않고 洑(보) 안에 물이 갇혀있다. 보를 넘치게 물이 흘러야 조황이 좋은 곳인데 물이 흐르지 않으니 바닥에는 靑苔(청태)가 가득하다. 청태가 있는 곳에서는 미끼가 청태에 파묻혀 붕어낚시가 되지 않는다.
현지꾼들이 한 명도 보이지 않고 토하를 채취하는 할머니만 보인다. 현지꾼들이 없는 것으로 봐서는 이곳의 낚시시즌은 마감된듯하다. 낚시가 안될 것을 알지만 지인도 부엉이바위를 좋아해 붕어 입질이 없어도 자리를 옮기지 않기로 했다. 둘은 종일 파란 하늘과 우뚝 선 부엉이 바위를 보고 왔다. 불루길 몇 마리 잡았지만 눈호강하는 날이다.
혁신도시 바로 옆에 위치한 연 밭에 앉았다. 2 만평 정도되는 넓이지만 연이 빽빽하게 자라 낚시자리는 드물다. 잔 씨알의 붕어가 잡히는 것을 보면 아직 외래어종이 없는 듯하다. 블루길은 토착어종의 알과 치어를 먹어치우고 배스는 중치급 붕어도 잡아먹기에 외래어종이 많은 곳에는 작은 붕어가 드물다.
햇볕에 빛나는 비늘을 가진 붕어는 너무 깨끗하고 순박하게 생겼다. 서울근교 양어장에서 잡히는 양식붕어와는 생김새부터 다르다. 연 줄기에 걸려 채비를 뜯기는 곳이지만 연 밭 속에서 낚시하는 맛도 쏠쏠하다.
연 밭은 강한 바람도 막아줘 물이 잔잔하다. 붕어들의 은신처이기도 하니 붕어낚시하기 좋은 장점이 있다. 단점은 억 센 줄기로 인해 채비안착이 어렵고 낚시채비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에 장점만 또는 단점만 존재하는 것은 많지 않다. 백해무익한 사람은 있어도 백해무익한 자연은 드물다.
지역낚시꾼들이 맨몸으로 입수해 연과 갈대 줄기를 제거하며 개척해 놓은 자리에서 몇 마리 잡아냈다. 찬바람 부는 11월 중순이지만 나주는 아직 물 낚시가 되는 곳이다. 찬바람이 불면 나주꾼들은 조금 더 따뜻한 영암, 해남 등 더욱 따뜻한 곳으로 원정낚시를 떠난다. 이곳은 입질이 뜸하지만 근처에 맛집들이 있어 출출하면 식사를 하고 와도 되는 편리함이 있다.
우산제는 낚시 후 생오리구이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수년 전 가뭄으로 인해 저수지가 말라 40Cm 이상 되는 대물은 없지만 심심치 않게 월척이 잡히는 곳이다. 블루길을 수없이 잡아내어 토착어종 보호에 기여했다고 나주시에서 표창장을 수여할만한 저수지였는데 오늘은 블루길 입질조차 없다.
오늘은 붕어대신 오리를 잡기로 했다. ‘꽃무지 야생화촌’ 행정구역상으로는 나주시 평산동이지만 논밭으로 둘러싸여 있는 시골이다. 생뚱맞을 정도로 저수지 옆에 덩그마니 위치해 있는 생오리로스와 삼겹살을 파는 곳으로 나주의 숨은 맛집이다. 삼겹살은 흔하게 먹을 수 있어 갈 때마다 생오리로스를 먹는다.
식사는 햇반이나 컵라면을 구입해 전자레인지에 데워먹어야 한다. 술을 먹는다면 대리기사를 직접 불러야 하며 대리기사가 오지 않을 수도 있으며 가격이 비쌀 수 있을 만큼 불편하고 외진 곳이지만 생오리는 신선하고 잡내가 없다. 붕어는 잡지 못하고 식탁 옆에 있는 연못에서 비단잉어 노는 모습만 질리게 보고 왔다.
지석천은 영산강으로 흘러드는 지방하천이다. 나주에서 근무할 때 종종 찾았던 곳으로 붕어, 잉어, 누치가 많은 곳이다. 인터넷을 검색해 최근 붕어를 낚았다는 포인트를 찾아내 날씨 좋은 날 낚싯대를 드리었지만 찌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혁신도시 바로 옆에 위치한 회지제는 아담하고 예쁜 곳이다. 전역에 붉은 연이 가득하고 저수지가운데 버드나무 가득한 섬이 있어 더욱 운치가 있다. 공기업이 나주 혁신도시로 이전했을 때 처음 낚시했던 곳이다. 계절이 늦어 연은 누렇게 말랐으며 그렇게 많던 붕어는 입질조차 없다.
수도권은 겨울 낚시시즌이 시작되었다. 텐트와 난로가 없으면 낚시하지 못한다. 양어장에서도 월동채비를 마쳤다. 날씨 온화한 나주에서 토종붕어를 낚아내는 상상을 하며 낚싯대를 폈지만 빈 바구니로 낚싯대를 접는 날이 많았다.
트렁크에 낚시 짐이 가득하지만 釣友(조우)와 나는 1대 또는 2대만 펴고 낚시한다. 10대씩 펴는 요즘트렌드와 맞지 않으며 채비 또한 구식이다. 굳이 많이 잡으려는 욕심도 없으면서 낚시 간다면 가슴이 뛰는 환자들이다.
낚싯대 드리우고 흘러간 이야기와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낚아낸다. 붕어를 잡으면 더욱 좋겠지만 약삭빠른 붕어들은 핸드폰을 보고 있거나 멍하니 먼 곳을 바라보고 있을 때 입질한다.
이번 나주 釣行도 그렇게 이야기만 낚다 끝이 났다. 붕어대신 비타민D를 실컷 만든 것은 보너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