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사람 사는 냄새 몇 가지

by 물가에 앉는 마음

지금은 퇴직하셨지만 한수원의 김태현처장님은 우리 회사를 많이 알고 계신 분 이셨고 아끼셨던 분 중의 한분입니다. 현장에 계실 때 한수원 간부들에게 ‘이 사람들아, 한전KPS 직원들에게 빨리하라고 다그치지만 말고 여름이면 수박 한 덩이라도 사들고 가서 더운데 수고한다는 말 한마디 해봐라. 그 사람들은 순박해서 수박 한 덩이에도 감동하니 재촉하지 않아도 더 빨리 더 깔끔하게 일할 것이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게 발전소를 만드셨던 분이었습니다.

그분 덕분이었는지 영광 3 발전소는 분위기 좋기로 소문이 났었죠. 계획예방정비 전에 한수원에서 우리 회사 직원들을 위해 저녁자리를 만들고 끝나면 고생했다고 자리를 또다시 만듭니다. 발전소 전체로도 하고 부서별로도 하고 계획예방정비가 시작되면 조별로도 저녁자리를 만드니 부지런하지 못하면 참석하기도 힘듭니다. 우리도 체육의 날 행사 등 먹을거리가 있을 때에는 한수원 직원들을 초청하여 나눠먹고 같이 운동합니다. 아예 합동으로 체육의 날 행사를 할 때가 많았고 경조사 때는 서로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축하해 주는 것이 자연스러우니 회사이름은 달라도 같은 식구였고 발전소가 잘되는 쪽으로 같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영광 3 사업소 전기팀에 근무를 할 때 우리 팀은 냉장고에 항상 먹을거리가 있다고 자랑했습니다. 매일 차가운 기계와 난해한 도면과 씨름해야 하니 부서분위기가 딱딱해질 것 같아 한 가족 같은 푸근함이 느껴질 수 있도록 조치한 덕분입니다. 생일이나 집안행사가 있을 때와 출장을 다녀올 때면 먹을 것을 갖고 오도록 했습니다. 먹거리를 나눠먹으면서 끈끈한 동료애를 느끼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소문이 퍼지니 타 팀 직원들도 우리 팀에 오면 자연스럽게 냉장고를 열어봅니다. ‘팀장님 오늘은 먹을거리가 별로 없는데요?’ ‘내일 와라 내일 떡해 올 사람이 있으니 아침 미팅 끝나면 일등으로 달려와서 먹고 가라.’ 이로 인해 우리 팀은 항상 손님들이 넘쳐났고 한수원이나 타 부서에 도움을 요청하면 조용하고도 자연스럽게 일이 되어 처음 목적이었던 부서화합 이외에 부수적으로 얻는 소득이 더 많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니 출근이 기다려지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일도 부드럽게 잘 풀려 나갔습니다.


오래전 해외출장 때 코디네이터들과 私談(사담)을 하는데 한 친구는 장애인용 자전거를 만드는 것이 취미라 하면서 페달을 손으로 돌리는 자전거를 보여주었습니다. 동네에 사는 아이가 다리를 못 쓰는데 그를 위해 만들고 있는 중이라면서... 몸집이 산만하고 투박한 손을 가졌으며 수염이 덥수룩하여 산적처럼 보였던 그가 천사처럼 보였습니다. 기계쟁이인 그는 자기가 갖고 있는 능력으로 주위의 장애아들에게 봉사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하고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시간만 나면 머리를 식힌다는 핑계를 대며 물가에 달려가 낚싯대를 드리우고 물질적인 면만 추구하는 속물근성의 집합체였던 저는 마냥 부끄러웠고 한편으로는 깨달은 바가 많았습니다. 불우이웃을 돕는다고 중식보조비 탈 때마다 성금으로 몇 푼 내는 것이 봉사가 아니었으며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노블리스 오블리쥬를 다하지 못하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투박한 손을 가졌으나 마음씨가 비단결보다 더 고왔던 코디네이터의 사람 사는 냄새가 무척 아름답고 향기롭기까지 합니다.


기술이 발달해서 향기 나는 TV가 개발되었다고 합니다. 꽃피는 계절이 배경이면 향기로운 꽃향기가 나고 된장찌개로 식사하는 장면이 나오면 구수한 냄새가 난다고 하니 옛날 만화책에서나 보던 장면들이 현실화될 정도로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냄새는 어떻게 표현을 했을까 하는 궁금함이 있습니다. 사람 사는 냄새가 정확하게 표현되어 우리들이 마음으로 느끼듯 푸근함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으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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