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사고 역시 후진국형 인재
며칠 전 이천 지하 냉동창고 화재는 40여 명의 귀중한 목숨을 앗아갔고 십 수 명의 화상환자가 발생한 대참사였습니다. 화재를 경험해 본 사람들은 화재의 끔찍함과 살아서의 고통이 죽음보다 더 무섭다는 화상 후유증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는 화상을 당해보지는 않았지만 살아오면서 두 번의 화재진압 경험이 있어 오늘은 체험적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한 번은 군대에서, 한 번은 사업소에서였으며 두 번 모두 부주의에 의한 사고였고 당사자들이 당황하여 화재에 침착하게 대응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군대에서의 화재는 유류화재로 원인은 보일러 연료배관이 누유되는 것을 알면서도 조치하지 않은 안전불감증에 의한 人災(인재)였습니다. 불이 나자 동료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는데 옆에 있는 소화기를 보지 못해서 왔다 갔다만 하지 화재진압에 나서는 이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후에 도착한 제가 투척식 소화기와 휴대용 소화기를 사용했으나 소화기가 오래되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해 평소에 배운 대로 담요와 모래를 이용하여 진화했습니다. 국가 1급 보안시설인 서빙고호텔의 일이었으니 불이 번졌다면 나도 남한산성 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으리라 판단됩니다.
두 번째는 **원자력 3,4호기 시운전시 고압터빈하부에서 용접작업이 있었는데 용접불꽃에 의한 화재였습니다. 용접방재포를 설치했으나 주위에 있던 터빈오일이 묻은 기름걸레로 용접불꽃이 튀면서 화재가 발생되었으며 당사자들은 놀라서 우왕좌왕만 했지 소화기가 눈에 보이지 않는 듯했습니다. 발전기 순회점검 하고 있던 제가 검은 연기가 발생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여 고압터빈 쪽으로 가니 상당한 화염과 검은 연기가 치솟아 옆에 있던 소화기를 이용하여 화재를 진압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소화기 성능이 좋아 쉽게 진압되었습니다. 이 경우도 회사이미지와 영업에 치명적 손상을 입힐 수 있는 경우였으나 다행히 초동진화에 성공하였고 휴일이어서 사건화 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갔습니다.
우리는 두 가지 사례에서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소화기 주기점검입니다.
소화기가 오래되어 충진압력이 떨어졌다면 소화기 역할을 할 수 없으므로 초동진화에 실패하고 큰 화재로 번지게 되며 소중한 인명도 앗아가게 됩니다. 경험한 첫 번째 사례에서 두 번이나 소화기를 사용했는데 작동되지 않아 저도 당황스러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두 번째 소화기 사용법 숙지입니다.
소화기 사용법은 매우 간단한데도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으며 화재를 당하면 당황하여 더욱 그렇습니다. 사업소 안전담당자는 사용연한이 지나고 성능이 떨어진 소화기를 폐기처분할 경우 화재진압 훈련용으로 활용하여 훈련시킨 후 폐기한다면 상당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영광에서 전기팀장으로 근무할 때 시도했었는데 직원들 반응이 좋았습니다
세 번째는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준수해야 합니다.
발전소 화재의 경우 터빈유는 발화점이 높아 일반적으로 불이 붙지 않는 것으로 착각하기 쉬우나 터빈유를 닦기 위한 걸레의 경우는 그렇지 않습니다. 화기 주위 인화성 물질이 제거/격리되어야 함은 물론 용접방재포를 깔더라도 용접불꽃이 비산 되는 것을 감안하여 충분한 면적을 감당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합니다.
네 번째는 단독작업을 지양해야 합니다.
작업보조는 물론 사고 시 연락할 수 있는 보조자가 필요하며 화재원인을 제공한 당사자보다 덜 당황하므로 초동진화를 쉽게 할 수 있습니다.
다섯 번째는 소화기 휴대 및 비치장소 확인입니다
화재발생 가능성이 많은 용접기에는 휴대용 소화기가 부착되어 있어야 효율적 초동진화가 가능하며 휴대용은 용량이 적으므로 인근의 소화기 위치를 확인하여야 신속한 대처 할 수 있습니다. 기계, 전기를 막론하고 화기를 많이 취급하게 되는 계획예방정비 시에는 작업조별로 휴대용 소화기를 지급하고 있는 사업소가 늘고 있는데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산업안전 11대 기본수칙에도 나와있듯 용접작업이나 화기취급 시에는 인화성 물질을 격리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입니다. 또한 귀찮더라도 용접방재포를 넓게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입니다. 얼마 전 이천 냉동창고 화재 시에도 인화성물질을 제거 격리했다면 대참사가 일어나지 않았겠지요.
대형사고가 날 때마다 매스컴에서 흔히 사용하는 말이 있습니다. ‘이번사고 역시 후진국형 인재이다.’라고 하는데 제 생각도 같은 생각입니다. 자기 비하나 자조적인 생각을 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나라가 국민소득은 이만 불이 넘어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하나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뉴스를 보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전의식뿐 아니라 기초질서가 지켜지는 나라, 평범한 보통사람의 양식이 통하는 나라와 기업이 선진국이며 선진기업이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