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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May 26. 2024

869. 노자, 사람을 사귀고 다스리는 지혜의 철학

이은봉編著, 창刊

머리말

 지난 수십 년간 우리 교육은 지적 경쟁을 시키고 영악하고 똑똑한 사람을 만드는 일에 열을 올려 똑똑한 사람이 넘쳐나지만, 왜 세상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일까? 혹자는 자기 자식에게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되라고 교육하기 겁난다고 한다. 똑똑한 사람과의 경쟁에서 뒤처질까 걱정되는 것이다. 이 사회의 도덕적 붕괴가 벌써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기는 사람은 지극히 소수이며 다수의 패자는 소외감에 시달리게 된다. 이제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 경쟁에서 뒤떨어진 사람이라도 그윽이 자신의 내면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이 기쁨과 보람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


 똑똑한 사람은 누구인가? 이득이 될 만한 것을 모두 취하려고 하는 사람, 지식과 명예가 많고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이다. 그들은 그러한 자그만 성취가 인생에서 얻을 수 있는 전부로 착각하여 자만하고 있으며 인간의 내면적 가치를 초개같이 여기는 사람들을 말한다.

 똑똑한 사람 대열에서 소외되었다고 그들을 원망해서는 안 된다. 그대 또한 그들보다 나을 것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똑똑한 사람이 되지 못한 변명은 더욱 한심하게 보일뿐이다. 좀 더 크게 되어라. 그리고 그대들이 가지고 있는 내적 자산을 마음껏 나누어 주라. 그러면 노자의 고독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사람들은 마치 큰 잔칫상을 받은 듯,

봄날 높은 누각에 오른 듯,

희희낙락하건만, 나만 홀로 조용히 움직일 기색도 없으며 

아직 웃을 줄도 모르는 젖먹이와 같고, 

초라하게 풀이 죽어 있는 모습이 돌아갈 곳 없는 사람 같도다.

사람들은 모두 여유 만만하건만

나 홀로 궁핍한 것 같도다.

내 마음 바보의 마음인가,

흐리멍텅하도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다 유능하건만

나만 홀로 무능하고 촌티가 나도다.

나만 홀로 사람들과 달리

유모(乳母: 大道)를 소중히 여기도다. 

- 도덕경 제20장 異俗(이속): 이 세상에서 나만 홀로 바보 같도다. -


 ‘세상 사람들은 모두 영특하고 똑똑하건만 나만 홀로 우둔하고 멍청하도다.’라고 말하는 노자는 똑똑한 사람들 한복판에서 고독을 토로하고 있지만 세상 잣대로는 알 수 없는 내면의 충만함을 지니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행복한 평화와 고요를 다음과 같이 이어서 표현하고 있다. 젖먹이가 어머니에게서 최상의 편안함과 평화를 느끼는 것처럼 道 안에서 한없이 편안한 노자의 삶과 철학을 맛보기 바란다. 


無(무)의 가치

 사람들은 현상세계에 있는 것이 완전한 것이 아니고 부분적이라는 것을 모르고 그것이 전부인 줄 알고 그것에 집착한다. 눈에 보이는 것을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며 눈에 보이지 않는 道(도)나 無(무)의 가치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노자는 사실 눈에 보이지 않는 無(무)가 눈에 보이는 有(유) 보다 훨씬 더 쓸모 있다는 것을 다음 시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30개의 바큇살이 하나의 바퀴통을 共有(공유)하느니라,

그런데 그 바퀴통이 비어 있어 車(차)를 쓰게 되도다. 


찰흙을 이겨 그릇을 만들되

그 안이 비어 있어 그릇이 쓸모 있게 되도다.


문과 창문을 내어 방을 만들되

그 안이 비어 있기에 방이 쓸모 있게 되도다.


그러므로 有形(유형) 한 것이 쓸모 있게 되는 것은,

無形(무형) 한 것이 쓰이기 때문이니라.

- 도덕경 제11장 無用(무용): 비어 있는 것이 참으로 쓸모 있는 것 -


 여기서는 쓸모 있음에 대한 근본적 관점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노자는 有보다 無가 더욱 쓸모 있다고 가르치며 세상 사람들의 관점을 180도 다르게 보도록 하고 있다. 속이 텅 빈 바퀴통을 향해 있는 30개 바큇살 형상은 종종 모든 피조물로 하여금 자신에게 복종하도록 하는 지배자의 덕이나 가지각색의 사물들을 질서 정연하게 정돈하여 지배하고 있는 통일의 덕을 상징하고 있다. 눈에 보이고 만져볼 수 있는 것에만 가치를 두고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는 것을 무가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관점과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다.

 바퀴통의 비어 있음, 그릇의 비어 있음, 방안의 비어 있다는 세 가지 비유가 절묘하다. 無를 유용하게 사용하기 위해 有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無가 더욱 가치가 있고 쓸모 있다는 것을 이보다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유용성의 관점을 가지고 有는 유용하지만 無는 무용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렇다면 크게 보지 못하는 사람이다. 정말 無의 유용성을 보는 사람은 성인들이나 가능할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무시하고 눈에 보이는 것만이 실재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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