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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Aug 20. 2024

907. 연이어 예가체프, 절반의 성공?

다음번 roasting에서도 같은 맛을 재현할 수 있을까?

 Ethiopia yirgacheffe aricha G1 natural에 이어서 Ethiopia yirgacheffe G2 washed를 로스팅했다. 가공방식은 다르지만 재배지역이 예가체프이므로 비슷한 속성을 갖고 있을 테니 연달아 볶는 것도 좋을듯해서 두 번째 로스팅대상으로 삼았다.

 같은 품종에서는 크기가 큰 생두가 높은 등급, 높은 가격을 받는다. 하지만 가격과 등급은 aricha G1이 높은데 반해 생두 크기는 G2 washed가 조금 크다. G2 washed와 aricha G1 natural은 같은 품종은 아닌듯하다. 로스팅포인트는 G2 washed가 aricha보다 한 단계 높은 city다.


 로스팅 후 자료를 찾아보니 aricha G1 natural와 G2 washed의 품종은 mixed hairloom으로 같았으나 생산지역이 달랐다. 같은 품종은 생두의 크기가 클수록 품질이 좋은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아니었다. 물론 Ethiopia yirgacheffe의 경우에는 생두의 크기가 아닌 결점 원두수로 G1, G2등의 등급을 매긴다.

 공기업 지방이전으로 인해 전라남도 羅州(나주)에서 오래 생활했다. 나주는 배의 고향이므로 자연스럽게 배에 대해 주워듣는 지식이 생긴다. 나주라는 같은 지역에서도 面(면)마다 맛이 다르고 같은 면내에서도 농장마다 맛이 다르다. 나주가 좁지 않으며, 배농장마다 품종과 재배방법이 다를 테니 여기까지는 수긍할만한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처음에는 믿지 못한 이야기들이다. 같은 농장에서도 과수마다 배의 크기와 맛이 달라 주인이 차례용으로 쓰는 배나무가 있다. 같은 농장이지만 일조량과 과수의 연령에 따라 맛이 다르기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지금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15년 이후의 과수에서 맺는 배가 가장 맛있다고 한다. 아마 배나무에게 15년이란 화양연화(花樣年華)의 시기인 듯하다.

 심지어는 한 과일 안에서도 꼭지 부분보다 꽃이 붙었던 부분의 당도가 높다. 그래서 과일을 자를 때 가로로 자르지 않고 세로로 자르는 것 같다. 만약 가로로 잘라 꽃이 붙었던 부분을 먹는 사람이 있다면 상당히 유식한 빌런이다.


 G2 washed는 aricha에 비해 로스팅 포인트가 한 단계 높고 원두 크기가 커서 로스터의 예열온도와 저온로스팅 온도도 10도를 높인 170도에서 시작했다. 로스터를 170도에서 2분 예열하고 200g을 저온에서 8분간 은근하게 로스팅했으나 생두의 색상변화가 미미하다. 생두의 크기가 커서 예상보다 열을 흡수하는 체적이 큰듯하다.

 180도로 온도를 올려 2분간 저온 로스팅을 진행했다. 또한 aricha보다 고온로스팅온도를 10도 높였다. 230도로 9분간 로스팅하자 popping소리가 빨라졌다. 온도를 180도로 낮추고. 5분간 저온 로스팅을 했다. 저온 로스팅 중에도 popping이 지속되는 것을 보면 뜸 들이는 온도가 조금 높은듯하다. 예열부터 전원차단까지 소요시간은 26분이었다.


 aricha에 비해 많은 열량을 가했으나 로스팅된 원두의 색상은 aricha와 거의 비슷하다. popping과 원두의 균열상태를 보면 적어도 미디엄로스팅은 된듯하다. aricha에 비해 향과 산미, 밸런스가 처지는 품종이기는 해도 round1에 비해서는 조금 더 익혔다. 게다가 왕초보지만 나름의 실패경험이 반영된 불조절을 했으므로 실패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3일 숙성 후 맛이 기대된다. cupping note는 딸기, 파인애플, 군고구마, 망고, 아몬드향으로 과연    어떤 맛과 향을 낼 것인지 궁금하다.

 roasting 3일 후 아내는 상대적으로 풍미가 뛰어난 yirgacheffe aricha G1 natural을 내려달라고 해서 G2 washed는 순위에서 밀려 산책 나갈 때 마실 용도로 내렸다. aricha  round2 2차는 round1보다 못하다는 혹평을 받았다.

 G2 washed를 진하게 내려 맛을 봤다. round1에서는 aricha에 비해 풍미가 떨어져 천덕꾸러기 같았으나 이번에는 맛이 많이 올라왔다. 오히려 aricha보다 산미가 높고 뒷맛이 달콤하며 여운이 깊다. round1보다는 고급스러운 맛을 냈다. 이것이 최선인지 모르겠으나 커피노트에 정리했다. ‘round2처럼 Roasting 할 것’

 아침에 aricha를 맛보고 살짝 실망한 아내는 산책길에 G2 washed를 마셔보곤 만족해했다. 기대하지 않다가 괜찮은 맛을 봐서 그런지 aricha보다 낫다고 한다. 적어도 완전 실패는 아닌 절반의 성공 내지 절반의 실패 수준은 되지 않을까?


 다음번 roasting에서도 같은 맛을 재현할 수 있을까?


주의 및 경고 1: 커피에 대해 일자무식인 생초보가 좌충우돌하며 로스팅하는 이야기이므로 따라 하면 무조건 실패한다.  

주의 및 경고 2: 로스팅은 생각보다 번거롭고 시간이 소요된다. 취미를 붙이지 못할 때는 로스팅된 원두를 구입하는 것이 맛있고 저렴하다.

주의 및 경고 3: 앞으로 계속되는 커피이야기는 전문적이지 못하므로 커피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전문서적 구입 또는 전문 학원을 다니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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