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벚꽃길이 2km가 넘는다.
봄이면 서로 꽃을 피우겠다며 아우성이다. 아파트 앞만 봐도 동백이 피고 매화가 폈다. 곧이어 산수유, 목련, 진달래가 피는가 싶더니 벚꽃이 만개했고 조팝나무, 꽃사과, 만겹도화, 해당화가 피고 모과꽃, 라일락, 등꽃, 모란이 핀다. 3월에는 속도가 느리지만 4월로 접어들어 벚꽃이 지기 시작하면 꽃들도 조바심이 나는지 하루가 다르게,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앞다투어 피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 나름의 순서를 지킨다. 조물주의 조화가 신비롭다.
작은 아이가 유독 벚꽃을 좋아한다. 개화시기에 맞춰 일본을 다녀오고 벚꽃이 예쁘다는 근교를 모두 돌아다녔다. 벚꽃이 모두 떨어진 2024.04.18 작은아이 출국일이 다가오자 큰아이가 휴가를 내고 집 근처를 구경시켜 주기로 했다. 벚꽃이 지고 겹벚꽃이 피는 시기가 되었다.
경희대 국제캠퍼스는 벚꽃도 예쁘지만 겹벚꽃도 예쁘단다. 용인시 기흥구에 있어 집에서도 가깝다. 동대문구 회기동 캠퍼스도 예쁘기로 소문났는데 국제캠퍼스도 같은 건축양식으로 첫눈에 경희대임을 알 수 있다. 검색해 보니 신고전주의 양식이란다.
캠퍼스가 꽤나 넓어 발품을 팔아야 한다. 주차장에서 노천극장까지 경치구경하며 4~50분 걸었다. 거리는 2km 정도 될듯하다. 겹벛꽃도 예쁘지만 벚나무가 많아 벚꽃도 예쁠 것 같다.
경희대 캠퍼스 내에는 블로거들과 연인들 뿐 아니라 우리 같은 일반관광객들로 붐벼 사진이 잘 나올 것 같은 뷰포인트에는 줄을 서야 촬영이 가능할 정도다. 벚꽃이 한창이었을 때는 야경을 보기 위한 관람객들로 넘쳐났다고 한다.
작은아이와 함께 서울근교 여러 곳을 다녔다. 알려지지 않은 벚꽃명소가 많은 듯하다. 얼마 전 지인이 영등포구 안양천 벚꽃도 일품이라 하니 내년봄에는 영등포구로 꽃구경을 가야 할까 보다.
점심시간이 되어 근처 ‘가마골’이란 식당에 가기로 했다. 캠퍼스를 가로질러 시내버스 차고지를 지나 신갈호숫가에 위치한 식당이다. 노천극장에서 20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캠퍼스 내에 시내버스와 마을버스가 다니는 것은 봤지만 차고지가 있는 것은 처음 본다. 차고지도 매우 넓다.
식당은 캠퍼스 구내식당은 아니고 신갈호수옆에 허름한 개인 식당이다. 닭백숙과 두부김치, 미나리부추전 그리고 막걸리를 주문했다. 막걸리는 병막걸리가 아닌 주전자막걸리로 작은 주전자 하나에 8천 원이다. 허름한 식당치고는 가격은 헐한 편이 아니다.
놓아기르는 토종닭이 보이지만 우리가 먹는 닭백숙이 토종닭으로 만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손님이 여러 테이블인데 닭 잡는 기색이 없는 것으로 봐서는 손질한 닭을 납품하는 업체가 있는듯하다. 보통 이런 풍경에서는 우스갯소리로 놓아기르는 닭을 영업상무라고 한다. 누런 토종닭 영업상무는 잘생기고 가끔 꼬끼오하며 우는 소리도 낸다.
특이하게 찐계란을 한 개씩 주는데 난각번호가 없는 것을 봐서는 토종닭계란은 맞는듯하다. 구석에 위치해 있으나 소문난 집인지 손님들은 꽤 많다.
작은아이가 네덜란드로 돌아간 다음날인 2024.04.22 미사리 경정공원 겹벛꽃이 예쁘고 장관이라 하여 차를 몰았다. 전체 벚꽃길이 2km가 넘는다. 경기장 건너편 가로수 수형이 벚꽃을 닮았다. 벚꽃이 피고 지면 겹벚꽃이 피니 4월 한 달간은 벚꽃을 원 없이 볼 수 있을듯하다.
조정경기장을 따라 곧게 뻗은 길가에 끝없이 펼쳐지는 겹벚꽃길이 장관이다. 왕복 4km가 넘어 보통걸음으로 걸어도 1시간 거리인데 꽃에 취한 아내는 사진을 찍느라 걸음 속도가 느리다. 작은아이가 함께하지 못해 섭섭하다.
주차장은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 편리하나 불편한 것은 화장실이다. 화장실이 많지 않아 사정이 급하면 차를 몰고 가야 한다. 화장실이 보이면 볼일 본 후 꽃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