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두뇌부터 심장까지의 거리
1부 宿題(숙제): 재미있는 지옥, 대한민국의 난제들
이념과 갈등: 흑백과 좌우 말고 없는가
우리 모두는 보수와 진보의 긴 연속선 위 어딘가에 놓인다. 모든 이슈에 있어 늘 동일한 위치가 아닌 위치가 달라진다. 흑색과 백색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역 갈등: 작은 땅덩어리에서 왜 늘 다투는가
영호남 갈등은 부각된 것일 뿐 산 하나 넘고 물 하나 건너면 이처럼 으르렁거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계층 갈등과 빈부 갈등: 빈곤의 사실과 진실은 무엇인가
현대사회는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로 계층이 나뉜다. 2008~2018년 우리나라 상위 1% 부자의 재산증가율은 10.3%로 세계 주요 25개국 중 태국, 러시아에 이어 3위였으며 상하위 소득자 간 자산 불평등이 가장 빠른 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남녀 갈등:남성과 여성은 정말 다른가
생물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과 번식으로 이 세상은 어쩔 수 없이 암컷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세대 갈등: 저출생과 고령화에 해법은 없는가
저출생과 고령화가 불러온 세대 단절과 갈등이 문제다. 남녀갈등은 본능적인 끌림이 있어 화합의 길을 모색하게 되지만 세대갈등은 평행선 아니면 점점 더 벌어져 파국에 이를 수 있다.
환경 갈등: 경제성과 생태성의 평형은 가능한가
환경갈등은 본질적으로 세대 갈등이다. ‘환경은 미래 세대로부터 빌려 쓰는 것이다.’
다문화 갈등: 정복할 것인가, 다정할 것인가
순수 혈통은 이념적으로 뿌듯할지 모르나 유전적으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2부 敎育(교육): 같은 견해와 다른 견해를 말고 사랑하는 시간들
미국 어느 인디언 보호구역 학교에 부임한 백인 교사의 일화를 늘 가슴에 품고 산다. 시험을 시작하겠다고 하니 아이들이 홀연 둥그렇게 둘러앉더란다. 시험을 봐야 하니 서로 떨어져 앉으라고 했더니 아이들이 어리둥절해 이렇게 말하더란다. ‘저희들은 어른들에게서 어려운 일이 생기면 함께 상의하라고 배웠는데요.’
철저하게 혼자 일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늘 여럿이 일한다. 하지만 학교 체제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철저하게 홀로서기만 배운다.
3부 標本(표본): 앵무새 대화와 헛소리를 하지 않는 본보기들
두 사람 중 한 사람에게 뭔가 중요한 질문을 할 때 바로 들이대지 않는다. 이런 질문을 하고 싶다고 알려준 다음 다른 사람에게 지극히 단순한, 별 준비 없이 편안하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먼저 던져준다. 그 사람이 답변하는 동안 할 얘기를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매우 현명한 기법이다. - 미국 ABC 나이트라인 메인앵커 Ted Koppel의 인터뷰 진행방식 -
4부 統攝(통섭): 불통을 소통으로 바꾸는 시나리오들
거듭 강조하지만 소통은 원래 안 되는 게 정상이다. 소통이 당연히 잘 되리라 생각하기 때문에 불통에 불평을 쏟아내는 것이다. 소통은 안 되는 게 정상이라 해도 우리가 하는 거의 모든 일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소통이 필요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가 우리를 가리켜 사회적 동물이라 규정했다.
소통은 어렵더라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힘들어도 끝까지, 될 때까지 열심히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이제 우리 사회가 숙론을 통한소통을 배워야 할 때다.
5부 練磨(연마):바람직한 숙론을 이끄는 기술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는 속담이 있다. 상대 발언이 아무리 난해해도 의도를 파악하고 핵심을 짚어내는 능력은 일상적 인간관계에도 중요한 기술이지만 숙론을 이끄는 진행자가 갖춰야 할 으뜸 덕목이다. 대담이나 숙론이나 자신이 말을 잘하는 것이 대단한 게 아니라 상대의 말을 얼마나 잘 듣느냐가 중요하다.
토크쇼의 제왕 Larry King의 장수비결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짧고 단순한 질문을 던지며 대화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신이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들도 당신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以聽得心(이청득심), 경청하는 일은 마음을 얻는 일이다.
에필로그: 토론을 넘어 숙론으로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두뇌부터 심장까지의 거리’라는 서양속담이 있다. 앎과 실행사이에 엄청난 간극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미국에서 15년 생활했기에 그들의 삶을 좋게 이야기하면 ‘참 신중하다’지만 냉정하게 평가하면 ‘답답할 정도로 느리다’이다. 미국인은 상황을 이해하고 합의에 이르기까지 참을성 있게 토론을 이어간다. 실행단계에서도 매단계마다 토론을 반복한다.
서양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두뇌부터 심장까지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다. 과거 언론에서 전 국토가 무덤에 뒤덮일지 모른다는 우려를 쏟아냈다. 대대적인 홍보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오래된 관습의 장례문화가 바뀌지 않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변화는 순식간에 일어나 불과 10여 년 만에 화장터부족이 사회이슈가 되었다. 제대로 된 국론 문화만 정착된다면 우리 사회는 모두가 원하는 방향으로 변해갈 것이다. 그것도 매우 빠르게
아쉽게도 큰 걸림돌 하나가 가로막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숙론을 고사하고 토론 아니 논쟁도 제대로 못하는 집단이 국회다. 헌법 46조에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하도록 국민이 선거를 통해 뽑은 선출직 공무원이다. 유권자의 의사를 반영하는 대리인, 임무를 수행하는 수탁인의 역할이나 국회의원들은 집단적으로 대의를 저버린 채 국민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도 부끄러움 없이 말꼬투리나 잡고 고함치며 정쟁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그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단순하게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인데 으르렁거리면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근무시간 내내 직무유기를 하는 것이다.
나는 요사이 대한민국 정치가 조만간 놀랍도록 발전하리라는 예언을 남발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다다랐으나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단 한 분야가 바로 정치다. 그러나 이걸 그대로 둘 우리 국민이 아니다. 머지않아 우리 국민이 세계가 칭송할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 확신한다. 그 변화의 한복판에 숙론의 힘이 있을 것이다. 어린이집에서 국회까지 상대를 제압하려는 토론을 넘어 존중하고 대화하는 숙론의 꽃이 만개할 것이다.
PS 미래 판세를 분석하는 견해가 다른 분들의 책을 들춰보지 않는다. 최 교수님이 마지막페이지에 다른 견해를 피력하다니 유감이다. 국회의원이 제일 후진적이라는 현 상황에 대한 분석도 국민 누구나가 알고 있는 common sense이므로 전문가적 견해는 아닌듯하다. 맞다. 최교수님은 정치학이 아닌 생물학 전공이다.
국회의원들의 습관화된 막말은 유권자의 고개를 돌리게 하기 충분하며 자녀들의 눈과 귀를 막아야 할 정도다. 그렇다고 의원들이 못 배우거나 덜 배우거나 하지는 않았을 듯하다. 선거공보를 보면 평균학력 이상으로 기재되어 있다.
어쩌면 국회의원들은 石頭(석두)가 아니라 머리가 비상해 국민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Big Ficture를 그렸을 법하다. 국민들이 눈과 귀를 막고 외면케 해야 본인들이 편하다는 것을 체득하고 대물림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교수님 생각대로 학생중심토론수업으로 전환하는 법률을 국회의원들이 만들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의를 저버린 채 부끄러움 없이 말꼬투리나 잡고 고함치며 정쟁이나 하는 집단이 토론도 제대로 못하는데 숙론을 통해 제대로 된 법률을 제정하길 희망한다는 것은 ‘희망고문’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