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에는 Ethiopia yirgacheffe가 빠지지 않는다.
3가지 다른 맛의 yirgacheffe aricha를 만들면서 round3를 끝냈다. 로스팅 사부의 숙제검사도 무사히 넘겼다. 3가지 맛을 만들기는 했으나 의도했던 아주 덜 익힌 yirgacheffe aricha는 만들지 못했다. 그래도 3가지 다른 맛의 yirgacheffe aricha를 로스팅했으니 초보단계를 졸업하는 수준은 된듯하다.
여러 가지 생두를 경험해봐야 하는 시기인데 쇼핑몰에서 생두를 구입하다 보면 장바구니에는 Ethiopia yirgacheffe가 빠지지 않는다. 향이 짙고 산미가 높으며 바디감은 상대적으로 낮기에 취향에 맞는다. 굳이 태우지만 않으면 대충 볶아도 커피맛을 낼 수 있는 품종이기에 무심코 집어드는 것이 Ethiopia yirgacheffe다. 또한 생두 한 가지로 로스팅정도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존에 로스팅하던 Ethiopia yirgacheffe aricha G1 natural은 230˚C로 로스팅하되 덜 익혔다. 총 14분이 소요되었으며 로스팅 후 중량은 180g이니 확실히 덜 익혔다. 덜 익히면 바디감도 없고 가벼워 날아갈듯한 단점이 있으나 과일향과 장미향이 일품이었던 경험이 있다. 바디감 높은 것을 좋아하지 않으니 yirgacheffe를 선호하고 그것도 조금 덜 익히는 것을 좋아한다.
3일 후 맛본 aricha natural은 향이 짙다. 꽃향과 과일향이 어우러진 향이다. 조금 덜 볶았기에 날아갈 정도는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커피 맛은 가볍다. natural가공방식 특유의 꿈꿈 한 발효향이 살아있는데 이것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덜 볶기는 했지만 200~220˚C로 로스팅해 커피 맛보다 과일차 또는 꽃차에 가까웠던 round1 맛은 재현하지 못했다.
새로 구입한 Ethiopia yirgacheffe G1 aricha wubanchi washed는 중간 익힘 정도로 로스팅하려 한다. 밀도가 매우 높아 240˚C로 로스팅했으나 14분이 소요되었다. 로스팅 후 중량이 179그램으로 중간 익힘보다 덜 볶아졌다. 밀도가 높아 겉은 익었으나 속은 덜 익었을듯하다. 중간정도로 로스팅하려면 조금 더 볶아야 할 듯하다.
새로 구입한 aricha wubanchi washed은 약한 바디감에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맛이다. aricha natural보다 향은 떨어지나 단맛은 강하다. 조금 덜 볶아졌음에도 단맛이 느껴지는 것을 보면 wubanchi washed는 단맛이 뛰어난 품종이다. cupping note에도 캐러멜 맛이 들어가 있다.
깔끔한 맛의 원인을 찾았다. 잘 익힌 aricha wubanchi washed에서도 입이 화한 느낌의 깔끔함이 느껴져 원인을 찾아보니 캐머마일의 약한 허브향이었다. yirgacheffe aricha G1 natural에서 장미향을 느꼈는데, 이번에는 허브향이다. 커피에서 이런 향이 뿜어져 나온다는 것이 신기하다.
Ethiopia yirgacheffe G1 aricha wubanchi washed를 245˚C, 10분간 로스팅했다. 로스팅 후 무게는 169g으로 중량이 15.5% 줄었다. 로스팅 후 1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aricha wubanchi에서 참기름냄새처럼 고소한 향이 올라오는 것이 신기하다. 감소된 중량과 로스팅 후 향기를 감안해 보면 가장 잘 볶아졌다고 할 수 있다.
3일 후, 기대하며 커피를 내렸다. 그라인딩을 끝낸 상태에서도 잘 볶은 향기가 퍼진다. 커피를 내릴 때 생기는 머핀도 탐스럽고, 향도 좋다. 산미, 단맛, 향이 서로를 뽐내는 듯 개성 있는 맛이다. 바디감은 중간 익힘보다 조금 올라갔다. 하지만 캐머마일의 약한 허브향으로 인해 취향에 맞는 맛은 아니다. 로스팅을 시작한 이후 제일 잘 볶았고, 좋은 생두였으나 취향은 덜 익힌 Ethiopia yirgacheffe aricha G1 natural이었다.
2종의 aricha는 커피 품종(Heirloom)이 같으며, yirgacheffe(지역명칭), aricha(마을 협동조합)라는 같은 지역커피지만 농장이 다르고, 가공방식이 다르고, 로스팅 포인트를 달리했더니 다른 품종인 듯 맛도 다르다.
로스팅 온도에 따라 다른 맛을 내지만 농장마다 고유의 발효효소를 사용해 특유의 향과 맛이 다르다고 한다. 흡사 영광굴비같이..., 영광 법성포에는 수많은 굴비점포가 있다. 200여 점포는 고유의 맛을 가지고 있어 영광원자력발전소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단골굴비집이 달랐다. 굴비집마다 소금의 종류와 농도가 다르며, 며느리도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조미료 종류가 다르단다.
Ethiopia yirgacheffe의 특성이기도 하지만 로스팅 정도를 달리해 여러 가지 맛을 낼 수 있으니 로스팅을 처음 시작했을 때 보다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물론 아직도 남들에게 내보이기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하지만 로스팅을 시작한 이유가 ‘나만의 신선한 커피’라는 자기만족에 빠지기 위함이니 사실 남들에게 내보이는 것은 신경 쓸 필요조차 없으므로 ‘부끄러운 수준’은 수사적 표현이다.
round3에서는 생두별 로스팅온도를 설정하는 것이 가장 커다란 미션이었는데 커피 맛과 무관하게 미션은 크리어 되었다. 로스팅을 시작한 이후 횟수를 세어보니 약 30회 정도 되었으며 연습용으로 구입한 7kg의 생두를 모두 소비할 만큼의 횟수다.
30여 회의 실패 경험으로 인해 커피 맛도 향상되었고 이제는 50% 정도 성공률은 되는듯하다. 재연성 부족이 가장 커다란 문제이기는 하지만 ‘나만의 신선한 커피’로 다가가는 길은 가까워진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