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이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PART 2 슬기로운 환자 생활

by 작가정신

재작년 12월에 건강검진을 하다 내 안의 병을 발견한 후, 뉴스에 나오는 환자들은 물론 사고사를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간다. 조직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다시 검사를 받기 위해 작년 1월 1일에 입원했을 때, 병실에서 본 첫 뉴스가 강북 삼성병원 정신과 임세원 교수님이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살해당한 사건이었다.


'그날 아침에 저분은, 그 가족들은 이런 갑작스러운 마지막을 전혀 상상도 못 하셨겠지.'


마음이 아프면서 이상한 안도감? 이 들었다.



'사람의 불행은 다른 사람의 더 큰 불행에 의해서만 치유될 수 있다.'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대학 시절, 내 마음에 들어와 20년간 떠나지 않은 저 말.


강릉 펜션에서 질식사한 대성고 학생들, 코로나로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 원하던 감정평가사의 꿈도 이루고 결혼하고 이제 편히 살 줄 알았던 순간에 자살한 고등학교 동창, 심지어 암 환자를 문병하고 돌아가는 길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분. 그리고 꼭 죽음이 아니더라도 병으로 인해 사랑하는 이들과 제대로 이별조차 하지 못하고 떠나가는 사람들.


바로 우리 엄마. 나로 인한 충격에 외할머니처럼 결국 알츠하이머를 진단받은 엄마. 지금 많이 나아지셨지만, 안쓰럽고 안쓰럽다.


그에 비하면 암이라는 병은 이별을 준비하고 정리할 시간은 준다. 물론 살아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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