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슬기로운 환자 생활
어제 신경외과 외래에 다녀왔다. 담당 선생님으로부터 MRI 상 나의 종양들이 거의 다 사라져 흔적만 남았다는 이야기 들었다. 그동안 나는 일도, 운전도 하지 못했다. 나로 인한 충격으로 어머니까지 발작을 일으킨 두 달 동안은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내내 정신도 없었고 하루하루 나아지지 않는 암담한 처지에 내 인생이 나락에 떨어진 기분이었다,
그런데 이제 내 뇌 속에 종양은 없다고 한다. 의사 선생님의 그 말씀에 만감이 교차했다. 물론 방심해선 안 되겠지만, 기다리던 좋은 소식을 듣고도 실감이 나지 않아 한동안 '어, 어' 거렸다. 종양이 사라지니 더 바보스러워진 상황. ㅎㅎ
처음에 폐암 진단을 받았을 때 폐암 환우들의 카페에 가입해 도움을 많이 받았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나처럼 전이나 재발이 된 환자들이 많아서 그런지 완치 소식보단 힘든 투병 생활이 절로 그려지는 글들과 부고 소식이 상당했다. 그래서 처음에 내가 뇌전이란 의사 선생님 말씀을 듣자마자 카페의 뇌전이 관련 글들이 생각나 삶을 포기해 버린 시간도 있었다. 나에겐 지켜야 할 어머니가 계셔서 너무 늦지 않게 다시 정신 차리게 되었지만, 그날들을 생각하면 여전히 처연해진다.
앞서 지난 5월 내원시 큰 것은 2cm 로 줄고 나머지 작은 종양들도 많이 줄었다고 들었지만, 최근 책을 읽거나 집중할 때 순간적으로 어질해서 불안한 마음도 들었다. 어제 결과 들으러 가기 며칠 전부터 악몽? 도 꾸고. 그래도 나아진 건 예전에는 악몽을 꾸면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요즘은 그런 꿈이 내 불안한 마음의 반영이란 걸 알기에 그냥 넘긴다는 것.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해 들르는 횟수가 뜸해진 환우들의 카페에 저녁엔 글도 하나 남겼다. 전부터 내게 조금이라도 좋은 소식이 생기면 이곳에 꼭 올리리라 다짐했기에.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내 글로 힘든 환자들과 그 가족들 마음에 희망이 싹트길 바란다.
오늘도 어제와 다를 바 없는 하루가 시작되었다. 지난밤 정해진 시각에 약을 먹고 그로 인한 설사에 종일 시달렸고, 이번엔 발로 옮겨간 피부염으로 발가락을 스치기만 해도 통증이 만만치 않았다. 때문에 어정쩡하게 걸어 다니고 잠자리에서는 얇은 여름 이불도 조심조심히 엄지발가락 위에 덮었다. 나를 살린 감사한 약에 대한 예의로 이렇게 여러 가지로 돌아가며 나타나는 부작용쯤은 불평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걸고 있는 나의 생사에 비하면 그건 문제도 아니니까.
생명의 가치가 얼마나 될까? 요즘처럼 사람이 죽어야 폭행 사건도, 성추행 사건도 조사가 겨우 시작되는 시대에서. 60세까지가 인간의 수명이라는 이야길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암 진단을 받고서 60까지만 건강하게 살아서 인생의 마무리를 잘 하게 해달라고 기도했었지. 그렇게 앞으로 내게 남은 5969일. 내 삶은 계속될 거다.
P.S. 우리 모두 힘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