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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앙 Jun 30. 2019

여운이 가시기 전에

[씽큐베이션 1기를 마치며]


함께 해야 한다, 끝까지 가기 위해

함께 하는 것도 어느 정도 모임에 대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 ‘씽큐베이션’이 없었다면 끝까지 해낼 수 있었을까 싶다. 아래는 ‘씽큐베이션’이었기에 가능했던 일들을 적어보았다.


첫째, 평소에는 절대 고르지 않을 책을 읽게 되었다

솔직히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어려웠던 책들은 차치하고서라도, 칩 히스 댄 히스가 쓴 <순간의 힘> 외 책들은 평소라면 결코 고르지 않을 책이었다. 그럼 평소에 어떤 책을 읽어 왔는가. 당면해 있는 문제를 풀기 위해 책을 자발적으로 고르는데, <결정의 힘>, <나는 4시간만 일한다>, <메모 습관의 힘> 등이다. <결정의 힘>은 대학원을 가느냐 마느냐에 대한 고민을 심각히 했을 때, <나는 4시간만 일한다> 한창 야근이 심할 때 벗어날 수 있는 지혜를 얻기 위해서, <메모 습관의 힘>은 기록하는 것들이 많고 그게 쌓이는데 히스토리 관리를 하기 어려워서 읽었었다.

도서관에 가면 이 책의 지식들이 모두 내 안에 담겨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곤 한다
직간접적으로 인생의 시야와 스펙트럼을 넓혀준다

씽큐베이션에서 선택해주었던 책들은 평소 관심사를 벗어나 인생의 시야와 스펙트럼을 넓혀주었다. ‘처음에는 왜 이런 책을 골랐을까? 왜 이런 책을 읽고 있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던 책도 중반쯤 읽다 보면 ‘헐! 대박! 이런 인사이트가 있었어!‘하는 책도 있었고 <지구의 정복자>, 평소엔 마주하고 싶지 않은 주제에 대해서 끄집어내어 낱낱이 그 실상을 파헤쳐내는 책을 마주하고 두려움과 걱정에 대해서 조금 더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요약컨대, 책에 대한 편력이 없어지는 순간 당신은 색다른 자유를 맛본다.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고 깊게 할 수 있다.

직접적으로는 책에서 접한 지식을 실무나 생활에 바로 적용한 체화의 과정이었다. 독서활동이 아니었다면 개선될 수 없었을 일들이 생활과 삶에 적용하며 실천했다. 적용한 사례들은 서평에 적거나, 토론 과정에서 나누었다.


둘째, 가장 싫어하는 영역의 책을 읽고 가장 재미있는 토론을 경험했다

통계는 ‘내겐 너무 머나먼 당신’이었다. 고등학교 때 배운 통계를 실무에서 어떻게 적용하냐는 다른 문제였기 때문이다. <벌거벗은 통계학>은 실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례들과 함께 친숙하게 통계를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멀게 느껴졌고, 뽑힌 발제문도 마찬가지로 어려웠다. 그런데 하필 그날 스페셜 게스트가 오신다는 조원의 제보(?)가 있으셨다. 서둘러 발제문에 대한 발표 거리를 생각해서 노트에 적어두고 모임이 시작되었다.

토론 주제에 대해 발표할 내용을 미리 필기해뒀던 노트

<벌거벗은 통계학> 책의 발제문 1. 통계의 도움을 받았던 경험 2. 통계적 사고를 하는 사례나 본인의 경험 3. 잘못된 통계 수치


상상조차 못 했던 멋진 경험

당일 사회자를 맡으셨던 조원 분의 재기 발랄한 진행으로 토론 중에 나온 다른 이슈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셔서 다른 답변을 했지만, 결론은 대성공적으로 재밌었다. 그날 스페셜 게스트는 차기 그룹장을 맡으실 의사 선생님이셨는데, 의사 업무의 90%는 통계로 이뤄진다고 말씀하셨고, 상세한 설명들이 황홀하리만큼 흥미로웠다.

통계가 필자의 인생에서 이렇게 가깝게 여기지는 날이 있었다니! 그날 느낀 점은 어려운 것은 영원히 어려운 것이 아니다. 현재 당신이 어떤 상태에 있을지라도 언제든지 생각은 변할 수 있다! 사실 필자가 이렇게 토요일 귀중한 저녁시간을 내어 독서모임을 하는 이유도 지금 상태에서 한걸음이라도 더 나아간 모습, 건설적이고 발전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몸소 느꼈다. 토론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일이다. 아무리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걸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면 그것이 인생인가. 지구는 행동하는 별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표현하며 행동하기 위해,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지금 여기 살아있지 않은가.


셋째, 매주 한 권씩 3달 동안, 12권의 책을 읽고 12개의 서평을 남기고 온/오프라인 토론을 했다

오롯이 도서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강남에 있는 직장인 독서모임을 나갔다. 책 1권 읽고 나누기. 이게 다였고 여타의 원칙이 없었다. 심지어 책을 하나도 읽지 않고 모임에 나간 적도 많았다. 그래서인지 무슨 책을 읽었는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남은 건 즐겁게 식사했던 사진 한 장뿐이었다. 씽큐베이션에는 ‘마감시간’과 같은 책을 같은 기간에 읽는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 씽큐베이션에서 정해지는 규율(매주 마감시간, 발제문 올리는 시간, 발제문 투표)이 있어서 가능했다. 모임을 주도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사람 모집, 장소 섭외, 마감시간 공지(외 각종 공지사항 전달), 참여 유도 등 이를 행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 공력이 필요한지를. 그런데 씽큐베이션에는 그룹장이 계신다. 씽큐베이션에서 모두 어레인지를 해주시고, 우리는 그저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 토론하는 일에만 집중하면 된다. 이 얼마나 멋지고 감사한 일인가! 다시 생각해도 놀라울만큼 감사한 일이다. 


하나의 주제에 대한 열명의 다른 시각

함께하시는 분들은 또 얼마나 대단하신가. 함께하는 사람들 각자는 또한 자신만의 동기와 목적을 가지고 씽큐베이션에 입성하셨다. 거기서 나오는 에너지와 시너지는 대단하다. 이미 각자가 가지고 있는 동기가 강하신 분들이었기에 그 자체로써 나오는 에너지도 있었고 그래서 더욱 독려가 되었다. 어려운 책을 마주하면 느낌과 감상을 단체 톡방에 남기면서 서로 독려해주었다. 게다가 필자의 저녁 7시 모임에는 IT 업계, 인사 직무, 재무 직무, 보험 직무, 필라테스 선생님, 대학생 등 각자 다른 전공과 직업을 가지시고 각기 다른 위치에서 발군 하시는 출중하신 분들이셨다. 토론하는 과정에서 필자의 세계관을 넓혀주셨다. 각자 주장에 대한 근거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시는데  토론하는 매 주제마다 X10개의 시각이 생기는 것이다. 지금까지 온/오프라인 토론을 12번 했으며 각 토론마다 2개에서 많게는 4개의 주제를 다뤘다. 산술적으로 보면 240개의 의견을 듣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하나의 사안을 다루는 시각이 이전보다 훨씬 넓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같은 주장을 하고 있더라도 각자의 경험에 따라 의견의 ‘결’이 다르다. 이를 경청하는 경험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환상적이다.

12주간의 대장정을 마치며 고백하건대 토요일 저녁시간에 나오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귀찮음이 80%가 깔린 상태에서 나오는데 항상 귀가하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충만한 뿌듯함을 느끼며 귀가했다.


#마지막으로

의지는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는다, 자신을 일정한 환경 안에 밀어 넣지 않는 이상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향후 계획을 세우지 않을 수 없다. 독서모임에 참여하기 전까지 필자의 자기 계발 포커싱은 외국어 공부에 있었다. 주말이면 5시간 이상을 스피킹 연습에 할애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시간을 독서에 쏟고 있다. 낭비되는 시간을 더 줄여서 병행하는 습관을 들이자. 상대적으로 줄어든 외국어 학습시간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해 다음 기수에 지원하는 것이 망설여졌다. 그런데 필자는 스스로를 잘 안다. 혼자 할 것이다, 생각한 순간 망할 것이라는 점을. 그래서 다시 2기에 지원했고 바로 다음 주부터 시작이다.


서평과 토론은 꼭! 당신이 실용을 따진다면

희망적인 부분이 있다. 학습이나 계발에 있어 필자가 중요시 여기는 것은 ‘남는 것이 있는가?’와 '재미’다. 언제부턴가 쏟는 시간 대비 필자에게 남는 것을 중요시하게 되었다. 학습을 위한 학습은 중/고/대학생 시절과 1년 간 국가기관에 취직하기 위해 공부했던 자격증 시험들까지로 충분하다. 사실 필자는 1년 동안 국가기관 취업을 위해 공부하는 시간 동안 취업하면 다시는 공부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으로 공부했었다. 그래서 그 뒤로 필자가 하는 활동을 공부라고 칭하고 싶지 않다. ‘읽었는데, 좋았어. 땡!’ 이런 것은 싫다. 좋았던 점을 삶에 하나라도 적용해서 그것이 자신의 것이 된다면 그 지식을 얻기 위해 여타의 모든 것을 포기한 기회비용의 가치보다 커진다. 독서에서 끝나지 않고 서평과 토론까지 하는 남는 것이 분명한 씽큐베이션 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을 1기를 통해 체험했다.

 

간단하게 중요한 일에 집중하기

재미와 즐거움이 동반되지 않으면 동기가 절대 살아나지 않는다. 독서가 처음부터 재미있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책 읽기와 글쓰기가 즐거워졌다. 의무와 책임감보다(자기 계발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부터도 자유로워졌다) 즐거움과 행복함을 느끼는 영역이 강해졌다. 이제는 재미를 붙였으니 심리적인 싸움(이를테면 ‘지금 드라마를 볼까 아니면 책을 읽을까’)없애고  간단하게 독서/외국어/재무 이 3가지로 주제를 좁혀 자기 계발에 시간을 투자해야겠다. 재독 할 책들도 표시해두었다. 삶에 적용할 부분이 많은 양서인데 단 1주일 동안 소화하기엔 벅찬 내용이 있거나, 다시 참고해야 할 부분들이 많은 책이다.


12주 기간 동안 읽고 서평을 작성한 리스트

(*필요한 부분만 재독해야 하는 책과 챕터별로 쪼개어 다시 읽을 책을 표시함)
씽큐베이션 1기, 상징적인 이름

씽큐베이션 1기는 상징적이라고 생각한다. 대목적을 가진 모임의 포문을 열었던, 다양한 활동들이 실험적으로 (예를 들면 사회자 역할을 1회씩 해보는 기회를 주셨고, 출간 직후 저자 강연회에 참석할 기회를 마련해 주셨다) 진행되었고 그에 대한 긍정적인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다음 2기가 기다리고 있다. 여전히 설레고, 행복하다.

조원들 덕분에 여전히 설랜다

(*참고: 브런치는 익명의 공간으로 남겨야 표현의 자유가 확장될 수 있기 때문에 실명을 지웠다. 사적인 공간으로써 특히 공적인 영역에 있는 회사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지 않다)


마지막으로 3개월이라는 긴 여정을 함께 해준 토요일 저녁 1기 우리 모임에 깊은 감사와 사랑을 드린다.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안 계셨다면 지금의 성장이 있을 수 없었다.


#잊을 수 없는 #씽큐베이션 #1기 #뜨거웠던 순간들 #함께 #대교 #체인지그라운드 #더불어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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