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완벽한 인물이 있을 까. 위인전이라 하면 보통 거의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여 지레 겁을 먹고 피하기 일쑤다. 그와 나는 DNA부터 다르다며 낙심하기 좋다. 이순신도 마찬가지다. ‘명량대첩’이라는 매우 큰 승리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아는 그런 인물이건대 단순히 장수로서 대승리를 이끈 인물이라는 점 외에도 그가 일생 동안 행동해온 내면적 면모들은 소름 돋을 만큼 완벽했다.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모순적이게도, 그를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말도 안 되는 승리를 이끈 비범한 인물이 가진 평소의 생각, 행동을 따라가면서 그를 닮고 싶어졌다. 현재 필자가 가지고 있지 않은 면모들이 포착되었다. 어쩌면 필자보다 훨씬 더 안 좋은 상황 속에서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들에 따라 살아가는 모습에 흠칫 놀랐다. ‘만약 필자가 이순신이 처한 상황이었다면’이라는 가정하에 매 에피소드들을 읽어 내려갔는데, 필자와 반대되는 행동을 취하셨고 그런 점들이 매우 부끄러우면서 반성이 되었다.
저자는 이순신의 삶에 기조가 되었던 가치들을 자력自力(주인정신), 정正(오직 바른 길로 사는 것), 성誠(지극한 정성), 애愛(忠)의 4가지 인격적 품성으로 분류해두었다. 이순신의 삶에서 몸소 실천되어 한 나라의 장수로서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나라의 신하로서 발휘된 리더십의 면모들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자질들로 비춰졌다. 특히 리더를 맡고 있는 사람이나 리더가 될 사람이나 리더가 아니어도 한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필요한 자질들이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어떻게 와 닿는지, 왜 그런 자질이 필요한지 재해석해보았다.
필자가 포착한 이순신으로부터 닮고 싶고 배우고 싶어하는 자질들은,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자질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2단계로 나눌 수 있겠다. 현대인이 성공하려면 당장 실천하면서 갖추어야 할 3가지 모습과 3가지를 갖춘 뒤에도 지속 지향해야 하며 실천해야 할 3가지로 나누었다.
현대인이 지금 당장 닮아야 하고, 배워야 하는 면모 3가지
1. 사람, 상황, 환경 탓하지 않기 (자력정신과 창의적이고 발전적인 에너지 방향)
불평불만, 비난, 비판하지 않는 면모다.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별의별 사람들을 다 만난다. 직속상사, 동료, 부하직원 그리고 가장 가까운 가족관계인 부모님, 형제자매 그리고 친구, 지인까지 말이다. 이들 각자는 주변 환경을 조성하여 떼려야 뗄 수 없는 생활의 질을 좌지우지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본인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직장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화를 내는 상사를 참아야 한다. 억울한 마음이 치솟아 오르며 ‘나중에 나는 결코 저런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하며 억울한 마음을 잠재우지만 그 역시도 어려운 날이 많다. 상사의 부당한 처사와 언행에 대해 반기를 들며 시원하게 내지르는 모습이나 퇴사하는 모습을 그릴 때도 있다.
동료나 부하직원은 어떠한 가. 역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들은 왜 예의가 바르지 않을 까’, ‘그들은 왜 일에 책임지려 들지 않고 수동적일까’, ‘왜 일을 남에게 미루려고 할까’등등 수 차례 의문을 던져보지만 소용없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나와 같이 생각하면 좋으련만 그렇지가 않아 차오르는 답답함과 분노 지수를 간신히 억누르며 퇴근하기 십상이다.
가까운 인간관계를 조성하는 부모님, 형제자매, 친구, 지인 또한 본인의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건 매한가지였다. 필자는 모든 부딪치는 상황마다 불평했다. 요컨대 세상만사 본인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 답답하고 쉽게 불평이 쌓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비판하고 비난했다. 이 사람 때문에 힘들고, 어렵고 지친다고. 그리고 이런 상황들 때문에 어떠한 일을 할 수 없다며 주변을 둘러싼 요소들을 변명거리로 삼았다.
필자의 평소 모습이 이러하건대 이순신의 모습은 전혀 달랐다. 여기에서 필자는 많은 영감을 받았다. 이순신의 상황을 보자면 그가 부딪치는 90% 이상의 일들이 모두 이순신에게 불리한 상황이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사람이나 상황, 환경을 탓하지 않았다. 이순신은 불평, 비난, 힐난할 시간에 그 감정 에너지를 창조적이고 발전적인 부분으로 승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이순신만큼 힘들 순 없겠다’라는 가정이 불현듯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모든 불리한 상황들을 극복해내고 최종적으로는 본인이 목표했던 목적을 관철시켰으니 이는 정말이지 고무적인 측면이다.
400여년 전 조선에 많은 정치권력 싸움이 벌어졌다. 현대사회처럼 실력만으로 가기 어려운 상황들이라 수많은 유혹들이 있을 때마다 그는 정치 권력의 욕심보다 본인이 이뤄야 하는 일을 준비하는데 정성을 쏟았다. 이처럼 멋진 실력가이자 영웅이 다시 출현할 수 있을까. 그가 겪었던 고난 중에 제일은 아마도 정치권력 싸움으로 4년 동안 피땀으로 이룬 인력과 물적 자원이 한 순간에 한 줌 재로 변해버린 고난의 시절이었을 것이다.
당시 이순신을 넘어뜨리려는 원균을 비롯한 내부 모함 세력과 왜적의 이순신 제거 술책이 있었다. 여기에 자주성 없이 변칙적인 인사정책을 쓰는 국왕까지, 조선 내부는 이순신의 편을 들지 않았다. 되려 이순신이 ‘조정을 속이고 적을 치지 않았다’는 명목으로 죄인이 되어 체포되었다. 이순신은 사형 직전까지 갔다가 몇몇 선비들과 중신들의 간언으로 옥문을 나온다.
옥에 투옥해 있는 기간 동안 원균의 부실한 군진 관리와 전략의 부족으로 이순신이 4년간 공들여 일궈놓은 인적, 물적 자원이 잿더미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 속에서 “신에겐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라는 명언이 나왔다. 자신을 죽이려 들던 국왕과 조정 대신들에 대한 원망은 없었고 오직 국토를 지키고 백성을 구해야 한다는 일념만 있을 뿐이었다.
2. 주변을 돌보고 사랑하는 마음 – 부모님에 대한 깊은 효심
당대 최고의 영웅의 면모에서 필자의 눈에 가장 예외로 비추어 보였던 면모는 단연 남다른 리더십이었다. 리더십 가운데 주변사람을 돌보는 사랑하는 마음이 기본으로 이었다. 그가 책임지는 휘하의 부하용병들, 식솔들이 많았음에도 항상 효심으로 어머니를 챙겼다. 이런 모습에서 큰 목표를 둔 사람은 ‘수신제가치국평천하’ 즉, 자신을 갈고 닦고 집안을 평화롭게 하는 사람만이 천하를 얻는 다는 말이 떠올랐다.
물론 이순신에게 가정사가 아무리 중하다 해도 나라를 지키는 일과 비교할 수 없어 나라의 부름이 있으면 언제든 출사할 준비가 되어 있는 인물이었다 해도 기본적으로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은 자신과 가족, 특히 부모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즉, 부모님에 대한 효심은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뿌리를 같이 한다. 사실 자신의 목표를 챙기다 보면 주변사람을 챙기는 것이 쉽지 않다. 자신에게 딸린 식솔은 물론이거니와 가장 사랑하는 마음을 다했던 어머니에 대한 효심은 또한 필자를 반성케 했다.
이순신도 아버지를 떠나 보낼 때 아쉬움을 많이 남기는 이별을 했다고 썼다. 필자도 아버지와 헤어지기 전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에게 좀 더 잘 할 걸, 살아 계실 때 더 신경 쓰고 사랑을 많이 드릴걸’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어머니가 살아 계시는 동안 효심을 다하자고 매번 결심을 하지만 팍팍한 현실 속에 자신 하나 챙기는 것도 버겁다 여기는 적도 많았다.
고백하건대 필자는 ‘사랑하고 아끼며 챙기는’ 행동은 둘째치고 부모님 속 썩이지 않는 자식으로서의 행동을 하는 것조차 쉽게 하지 못했다. 평소 부모님으로부터 쏟아지는 잔소리를 듣기 싫다며 방으로 휙 들어가버리거나, 말을 끊거나 혹은 반기를 들고 직접 부딪치기도 했다. 훗날 이런 행동들은 배우자가 생기고 똑같이 자식이 생겼을 때 반드시 후회하리라는 점을 안다. 사춘기적 반항심을 접고 이순신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심신(心身)을 닦고 집안을 정제(整齊)한 다음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天下)를 평정(平定)함)’의 태도를 반드시 배워야겠다.
이순신은 ‘자신을 바르게 하고 집안을 평화롭게 한 자만이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얻는다’는 사자성어가 딱 인물이 되어 현실로 나타난 사람이었다. 본인 자신을 돌보듯 평소 부모님을 돌보고 그들의 입장에서 챙기어야, 비로소 부하직원들을 거느리며 큰 일을 도모할 수 있는 리더로서의 면모도 갖출 수 있다고 해석이 되었다.
이순신의 부모님에 대한 효심은 곳곳에 드러난다. 함경도에 있을 때 아버지의 부음을 듣고 1,000리가 넘는 먼 길을 밤낮 없이 달려가는 가 하면, 어머니를 자신의 일터와 가까운 곳에서 모심으로써 조석으로 문안 드리기 편하도록 하였다. 전쟁터에서 자신의 일을 다하며 어머니를 수시로 문안하고, 맛있는 음식이 생기면 어머니께 보낸 일 등이 그의 일기 속에 드러나있다. 효심이라고 하여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순신이 보여주었듯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을 평소에 작은 행동들로 실천하는 것이 바로 깊은 효심임을 배웠다. 시각을 다퉈 전쟁상황에서 나라의 안위를 돌보는 장군도 이러할진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과연 무슨 핑계와 변명을 대며 부모님을 챙기지 못한다고 말을 할 수 있을 까 싶었다.
3. 평소에 준비하는 힘 – “신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나이다”
스티븐 코비 박사는 그의 베스트셀러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당신이 하는 모든 활동을 4분면으로 나눈 시간관리 매트릭스를 소개한다. 그는 성공하려면 ‘중요하나 긴급하지 않은 일’을 많이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티븐 코비 박사가 『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라는 책을 읽었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이순신은 소중한 것을 먼저 하였기 때문에 성공했습니다”.
현대인은 저마다 이런저런 많은 이유들로 인해 정작 자신에게 진짜 중요한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 못한다.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을 위해 충분히 노력한다고 말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매일 무엇인가 목표를 위해 나아가는 이순신의 모습은 가히 귀감이 될 수밖에 없다. 이순신은 당장 처리해야 하는 일들을 빠짐없이 돌보면서도, 훗날의 목표를 관철시키기 위해 필요한 일들을 평소에 항상 고민하고 실천했다. 그리고 평소에 차곡차곡 쌓았던 실력과 요소들이 실전에서 모두 빛을 발했다. 이 부분에서 깊고 묵직한 울림이 전해졌다.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 가. 당신은 무엇을 하는 동안 가장 많이 시간을 쏟고 있는가’. 이순신의 주도 면밀한 완벽한 준비력을 읽고 있노라면 필자에게 이와 같이 묻는 것만 같았다. 이순신은 매일 매일 목표를 위해 행동하고 실력을 갈고 닦는다. 매일 일기를 쓰며 본인의 하루를 점검하고 미래를 계획했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이순신을 직접 만났다면, 아마도 그의 얼굴에서 이미 ‘승리자의 얼굴’이 드러났을 것이다.
이순신의 준비력 중에 단연 제일 가는 상징물은 거북선이다. 당시 육지의 전투에서 왜적은 ‘조총’이라는 신무기를 가지고 있었고, 조선은 아직 활을 사용하고 있었다. 왜적을 이기기 위해서는 조총을 이길 새로운 무기가 필요했다. 게다가 당시 조선의 재정이 엉망이어서 부대 운영과 군비 확충은 지휘관 개인의 의지와 역량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전쟁이 코앞에 와있는 상황에서 조정의 도움을 받기는 어려워 유비무환과 자조 정신으로 거북선을 만들어냈다. 180년 전에 있었던 군선의 전통을 되살리고 과학적인 연구로 1년 동안 전심전력을 다한 끝에 전쟁반발 하루 전에 거북선을 완성시켰다. 거북선이 없었다면 임진년 4대 전투에서 승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평소에 연구하며 행동으로 실천하고 일기를 쓰며 자신을 갈고 닦은 이순신의 모습에서 승리자는 승리할 수 밖에 없는 모습을 평소에 보인다고 확신했다. “신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나이다” 이 말이 가진 묵직한 위력은 그의 평소 일관되었던 전투에서 이기기 위해 두루 정비했던 외부∙내면적인 준비로부터 나온 가장 멋있는 말이었다. 필자도 누군가에게 “저는 이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라고 말할 날이 왔으면 좋겠다. 기회는 갑작스럽게 오며 그 승리의 기회와 기운을 가져가려는 운명은 평소에 준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