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일찍 읽었더라면 하는 책이다. 무엇에 대한 사람의 걱정과 두려움은 그 무엇에 대한 명확하지 않은 지식 때문에 일어난다. 이 책은 죽음과 죽어감에 대해 아주 상세히 기술해놓았다. 이건 너무 자세하지 않은가? 마치 죽어가는 사람을 눈 앞에서 보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기술했다. 아침이고 낮이고 출근하고 퇴근하는 길에 읽으면서 눈물을 참느라 혼났다.
비영속성, 고통과 즐거움의 핵심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을 견딜 수 있을 정도라면 그 이유는 그것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일것이다. 당장은 고통스러워도 이 고통이 오래지 않아 끝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사람은 죽음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영원하지 않은 존재다. 이 육신은 언젠가 소멸할 것이고 이 사실을 인지하고 사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삶의 깊이는 다를 것이다.
갑작스럽게 닥치면 준비가 되지 않는다
죽음과 죽어감에 대한 책. 죽음은 떠올려보기라도 했지만 죽어감에 대해서는 그렇게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어쩌면 외면하고 싶은 주제이어서 굳이 떠올라도 자꾸 회피하려고 해서 그럴런지도 모르겠다. 병원에서조차 죽음과 죽어감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었다. 치료에 대해서, 희망에 대해서 말할 뿐이다. 그러다가 죽음에 아주 가까이 갔을 때 그 때서야 죽음에 대해 언급한다. 그 때는 이미 늦었다고 생각한다. 환자도 환자 주변의 사람들도 죽음을 마주하고 준비할 마음의 준비를 충분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죽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화들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죽어가는 사람의 신체적, 심리적, 정서적, 영적인 변화와 함께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환자를 대할 때 흔히 저지르는 실수들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기술해두었다. 우리가 실수하는 이유는 이런 상황을 한 번도 마주해보지 못 했기 때문이고, 한 번도 혹은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며, 환자를 바라보는 스스로의 어려움이나 힘듦도 있을 것이다. 필자가 저지른 실수들이 떠올랐다. '그 때 왜 그랬을까.' 라는 생각 때문에, 그 돌이킬 수 없는 실수 때문에 죄책감이 들었다.
함부로 속단해서 환자를 대하지 말아라
죽음을 가장 가까이서 마주했던 지난 날의 기억들이 상상할 수 없을만큼 생생하게 떠올랐다. 죽음을 가까이에서 겪고도 일부러 회피했다. 생각이 나면 일부러 전환해서 깊이 생각하기 전에 그 생각을 그만두었다. 아직까지도 낯설고 믿기지 않는 경험이었다. 슬프고 아쉬웠고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그런 일을 마주하기 전에 더 일찍 이 책을 읽었더라면 환자를 더 성숙하게 대했을텐데. 죽음과 죽어감에 대해 더 일찍 알았더라면 떠나가는 그를 위해 해줄 수 있는게 더 많았을 것 같다. 진정으로 그에게 필요한 무엇들을 위해 옆에서 묵묵히 도와줄 수 있었을 것 같다.
"죽어가는 사람이 하는 말에 함부로 반박하지 마라. 자신의 감정 상태에 대해서, 천국에 대해서, 통증 우려에 대해서, 치료 확신에 대해서 하는 말을 그대로 발아들여라. (중략) 그들은 매 순간 죽어라 노력하고 있다. 당신도 그래야 한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한 살이라도 더 빨리 알았더라면
그래서 이 책은 죽음과 죽어감에 대해 한번이라도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모든 이에게 늦기 전에, 더 늙어가기 전에 읽어 두었으면 하는 책이다. 그리하여 보다 성숙한 관점에서 환자와 그 가족 그리고 훗날 자신을 대해야 하는 것이다. 다음 죽음을 마주한다면 예전보다 성숙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갖가지 재료로 화려하게 만든 조화보다 시들어버리는 생화를 좋아하고, 금세 떨어져 발길에 차이고 말 단풍을 일부러 찾아가 구경하며, 산기슭 너머로 저물어가는 석양을 넋 놓고 바라본다. 금세 사라지고 말 취약성이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