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륙 곳곳에 가을비가 내릴 거라는 예보가 무색하게 하늘은 무척 맑았다.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제법 선선해졌다. 그래도 비 소식에 맞게 구름이 곳곳에 떠 있어 때론 한낮의 태양빛을 부드럽게 가려주었다. 덥기도 하고 춥기도 한 온도차가 반복되는 하루였다.
올여름부터 국지성 폭우나 예보에도 없던 갑작스러운 비, 종일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와 달리 맑은 날씨를 맞이하는 일이 꽤 많았다. 그래서 때로 날씨 때문에 바뀐 주말 계획이 오히려 색다른 체험을 선사하기도 했다. 비가 올 것이라는 소식에 근교로 나가려다 동네에서 머무는 날처럼 말이다. 작년보다 더워지고 습해진 탓에, 비록 왕복 4시간이 걸릴지라도 층고 높고 널찍한 사무실이 무척 좋았던 여름이었다. 반면 38도를 웃도는 습한 여름, 공원은 모처럼 당기지 않는 공간이었다.
9월 중순, 올림픽공원을 정말 오랜만에 찾았다. 이번에는 새로운 구역을 탐험했다. 하천처럼 생긴 곳에서 송파올레길 입구로 들어가 외곽을 라이딩하다 올림픽공원 입구로 빠져나왔다. 그 공간은 마치 늪지대를 닮아 물뱀이 살 것만 같았다. 재작년 계곡에서 봤던 실물 뱀 세 마리가 문득 떠올랐다.
바리케이드 너머의 풍경
올림픽공원은 새 단장 중인지 곳곳에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었다. 조형물을 새롭게 쌓아 올리고 있었다. 우리나라에 러너가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십여 명의 러닝 크루가 줄지어 달리는 모습이 흔한 풍경이었다. 아빠, 엄마, 아들로 보이는 세 명도 일렬로 지나갔다. 구릿빛 피부에 군살 하나 없는 근육질 체형의 가족이었다. 애견인들이 다양한 견종을 데리고 나와 줄을 서 있었는데, 애견 행사가 있는 모양이었다. 워낙 많은 사람이 다양한 취미 활동을 하고 있어 공원 벤치에 앉아만 있어도 사람 구경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를 것 같았다.
한강은 말해 무엇할까. 가을철 한강은 사람들로 더욱 붐볐다. 언제나처럼 차박을 하듯 트렁크를 열고 차 안에서 한강변을 보며 수다를 떠는 사람들, 잔디밭에 미니 테이블을 가져와 삼삼오오 피크닉을 즐기는 이들로 가득했다. 한 곳에 머물며 피크닉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따릉이를 타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한강을 가로지르는 기분은 끝내줬다. 특히 특정 구간을 지날 때마다 에어컨처럼 시원한 바람이 자연스럽게 불어와 그리도 반가웠다.
원격근무를 하다 퇴근하고 밖으로 나왔는데, 서울시 카카오톡 채널에서 메시지가 왔다. "퇴근길 한강버스를 타세요." 잠실역에서 출발하는 그 한강버스를 목격했다. 저녁 8시가 넘어 어둠이 내린 가운데, 한강 중앙에 뱃길을 알리는 지표등이 둥둥 떠 있는 길을 따라 한강버스가 출발했다. 잠실과 여의도를 오가는 버스였다. 멀리서 보면 그리 빨라 보이지 않았지만 무척 신기했다. 이제는 한강버스를 탈 수 있다니! 낭만 그 자체였다.
공 던지는 할머니
자전거를 타고 1시간 내내 달리다 잠시 멈추게 했던 산책길이 있었다. 그곳에서는 히잡을 쓴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수영장이라는 공간을 눈치채지 못할 만큼 광활한 공간이었다. 자세히 보면 해변의 모습을 본떠서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한 계단씩 지대가 낮아졌다. 곳곳에 세로로 선 노란색 조명등은 로맨틱한 분위기를 더했다. 수영장으로서 물이 차지 않을 때는 이렇게 예쁜 산책로가, 돗자리를 깔면 휴식처가 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수영장 가운데 멀리서 강아지에게 공을 던져주는 할머니가 계셨다. 강아지는 인간으로 따지면 청소년기쯤 되는지 성격이 발랄하고 에너지가 넘쳐났다. 강아지는 끊임없이 공을 물어다가 할머니에게 다시 던져달라고 했다. 강아지가 꼬리를 한껏 흔들며 할머니를 위로 올려다볼 때마다 할머니에게 '얼른 빨리 멀리 던져줘' 하고 말하는 듯했다.
할머니는 던지고 강아지는 공을 따라 달려가서 다시 물어오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할머니가 귀찮지 않을까, 좀 힘드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저 강아지 덕에 적적하지는 않으시겠다 하고 괜스레 안심이 되었다.
한강변에서 우연히 출발하는 한강버스도 구경하고, 원래는 광활한 수영장인 곳도 걸어본 후 따릉이를 타고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갔다. 공원 곳곳에 우거진 숲 사이로 진한 숲 내음이 났다. 숲 향을 좋아해서 아로마를 사서 방에 뿌리거나 몸에 바를 정도인데, 마치 비가 한차례 내리고 간 것처럼 자전거를 타는 동안 짙은 숲 내음이 지속해서 풍겨왔다. 가을에는 무엇을 하든 다 좋다. 더 추워지기 전에 야외로 나가서 선선한 바람을 마음껏 만끽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