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언니 story 2. 교육 아닌 교육의 시작
90분 강연과 n회차 동아리의 형태로 청소년 친구들과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한 반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기도 했고 전교생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기도 했다. 동아리는 자기주도학습과 셀프코칭에 관심 있는 열 명 내외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골룸 프로젝트의 세 가지 시스템을 적용해 매주 90분씩 진행되었다. 첫 동아리는 시행착오를 통해 청소년이라는 낯선 대상에 대해 이해하고 다듬어나가는 과정이었다.
골룸 나눔은 “여기 왜 오셨나요?”라는 질문으로 문을 여는데 스스로 이 시간에 대한 의미를 부여해 의도한 대로 활용케 하기 위해서다. 골룸 동아리의 첫 시간도 Why(왜)로 시작한다. 필요를 파악하려는 이유도 있지만, 이 시간만큼은 끌려가지 않고 끌어가는 시간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청소년 친구들이 골룸 동아리에 온 이유는 이러했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걸 찾고 싶어서, 쓸데없는 시간을 줄이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싶어서,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지키는 방법을 알고 싶어서, 좋은 습관을 들이고 싶어서, 일상생활에서 즐거움을 찾고 싶어서, 동기부여가 필요해서 기타 등등.
골룸 동아리에서 나의 역할은 골룸 나눔 때와 같다. 가르치는 역할이 아닌 가이드의 역할, 대화의 안전지대를 만드는 역할,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다. 매주 목표와 목적, 시간과 우선순위, 기록과 시각화, 달란트, 환경설정, 감사, 말, 에너지 등 한 번쯤 깊이 생각해 볼 만한 주제를 선정해 도움이 될만한 자료와 질문을 준비한다. 자리는 서로 마주 볼 수 있는 모둠 형태로 만들고 가운데 A4 종이, 색깔 펜, 포스트잇을 놓아둔다. 모든 기록은 A4 종이에 남기는데 골룸파일에 나만의 기록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재미를 느끼게 하기 위함이다. 틀 없이 자유롭게 원하는 대로 원하는 만큼만 기록하면 된다. 그날의 자료와 질문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글로 먼저 적고 낯설지만 자신의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진다. 열 명이 함께하면 열 개의 다른 관점이 존재한다. 내 얘기를 나누고 친구들의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과 영감이 될 수 있다.
매주 액션플랜을 만들면서 골룸 동아리를 마치는데 마찬가지로 틀은 없다. 나의 예시로 힌트만 주고 A4 종이에 자유롭게 각자의 스타일 대로 만들게 한다. 그렇게 한 주를 살아본 후 그다음 시간에 스스로 피드백하며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천천히 찾아 나갈 수 있게 가이드한다.
한 번에 에너지를 쏟아붓는 특강도 물론 재미있고 의미 있지만 이렇게 지속적으로 만나 은은하게 관계성을 쌓으며 서로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봐 주고 응원해 주는 동아리가 너무 좋다.
골룸 동아리 마지막 시간엔 함께한 친구들에게 피드백을 받는다. 특강, 수업, 워크숍 무엇을 하든 간에 피드백은 꼭 받아 꼼꼼히 살핀다. 청소년 친구들의 생각과 느낌이 고스란히 담긴 글들 속에서 교육자로서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본다. 수많은 멋진 교육자들 사이에서 나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언인지를 본다. 피드백은 좋은 질문과 좋은 고민을 안겨주는 고맙고 소중한 자료이다.
스물다섯, 라이프코치라는 업을 발견했을 때 연기와 마찬가지로 배워봐야 내 건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들을 수 있는 코칭 교육을 찾아들었다. 처음 듣게 된 마스터 코치 폴정 박사님의 ‘인스파이어링 관계 코스’라는 교육에서 사전 과제로 ‘목적 가치 매트릭스’라는 검사를 했는데 1위는 기여, 2위는 관계, 3위는 존중이 나왔다. 결과지에 ‘사람들이 깨어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것’, ‘다른 사람의 목적을 이루는 것, 상대방의 꿈을 이루어주는 것, 기대 없이 주고받는 것, 비전을 이루기 위해서 행복한 이기주의자가 되어야 해’, ‘관계 계발을 통해 존중받고 존중하는 모임을 만들 것’ 이런 메모를 써 놓은 걸 나중에 보게 됐는데 진짜 신기했다. 골룸 프로젝트, 골룸 동아리가 그냥 마냥 좋은 데엔 이유가 있었다.
교육이 나랑 정말 맞는 일인가 의심하던 때도 있었다. 이 구간을 지나고 나니 새로운 기회들이 다가왔다. 지인들을 통해 좋은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여러 회사를 만나 교육자로서 코치로서 더 많은 청소년과 청년들, 멋진 동료들과 함께할 기회들이 주어졌고 10여 년째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프리랜서 교육자의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