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언니 story 2. 교육 아닌 교육의 시작
목표(goal)를 이룸(room)이라는 뜻이다. ‘비전’은 손에 잡히는 goal이라는 단어로, ‘모임’은 있어 보이는 project라는 단어로 바꾸니 그럴싸한 네이밍이 완성되었다.
스무 살부터 주체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나를 또래 지인들은 신기해했고 고민 상담도 종종 해왔다. 나에 대해 잘 모르겠다, 내가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모르겠다, 하고 싶은 게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대부분 이런 고민이었다. 그런 고민을 털어놓을 때면 몇 시간이고 열정적으로 나의 노하우를 알려주었다. 그러나 이 열정이 별 도움이 되진 않았던 것 같다. 만났을 때만 반짝 타오를 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금세 꺼져버리고 마는 미미한 불꽃이었던 것이다. 그냥 알려주는 것만으론 실제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단 걸 깨달았다.
골룸 프로젝트는 멤버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고민하며 기획한 일년짜리 프로젝트다. 기획 의도는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가는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 바쁜 일상을 벗어나 진짜 나에 대해 생각할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실제적인 도움이 되려면 방법만 알려주고 마는 게 아닌 시도하고 지속할 수 있는 시스템과 환경이 필요했다.
그래서 만든 첫 번째 시스템은 ‘골룸파일’. 클리어 파일에 골룸 표지와 골룸 일년 플랜을 작성해 맨 앞 장에 끼워 넣으면 준비 완료. 많은 이들이 연초에 버킷리스트나 목표를 세우지만 이루지 못하는 이유를 파악해 보니 Next step이 없기 때문이었다. 목표를 세우긴 세웠는데 그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는 것이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목표를 측정할 수 있는 행동 단위로 바꾸고 쪼개고 쪼개고 또 쪼개는 것이다. 목표라는 커다란 바위를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작은 돌멩이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일년짜리 바위를 12조각으로 쪼개면 한달짜리 액션플랜을 만들 수 있다.
클리어 파일 맨 앞장 이후부터는 매달 초 A4 종이로 나만의 액션플랜을 만들어 끼워 넣는다. 액션플랜뿐 아니라 그달의 간직하고 싶은 리플렛, 손편지, 워크지 등도 함께 끼워 넣는다. 매달 말엔 피드백을 하고 다음 달 액션플랜을 만든다. 이렇게 열두 달이 지나면 한 해 동안의 성취와 성찰, 간직하고 싶은 기록으로 꽤 두꺼워진 나만의 일년 포트폴리오가 완성된다. 빵빵해진 골룸파일은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두 번째 시스템은 ‘골룸 나눔’. 한 달에 한 번 세 시간의 깊고 유쾌한 대화 모임이다. 나는 사유와 성찰을 나눌 수 있는 대화 아젠다를 만들어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하면서 대화를 나눈다. 찌든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페르소나를 벗고 있는 그대로의 나로 존재할 수 있도록,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존중과 경청의 마인드 셋으로 안전지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렇게 말하니 어쩐지 진지하고 무거울 것 같지만 오히려 자유롭고 편안하다. 다른 사람들의 얘길 들으며 내 머릿속에선 나올 수 없는 인사이트를 얻기도 하고 혼자 고민하던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해결책을 얻기도 한다. 평소엔 골룸 카톡방에서 골룸스러운 대화와 나눔이 오간다.
세 번째 시스템은 ‘골룸 연말 파티’, 텔(tell) 네(your) 비전 (vision) 파티. ‘네 비전을 말해봐’라는 뜻이다. 골룸 프로젝트와 함께하며 조금이나마 삶의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다면, 작은 성취나 성장의 경험을 했다면, 새로운 목표나 비전이 생겼다면 그걸 축하해 주는 자리를 만들고 싶어 기획했다. 모두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삶을 나누고 축하하는 이런 자리가 여기저기에서 활발히 이루어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