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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쁘고 슬기롭게 Dec 23. 2020

쉼표가 아닌 느낌표가 필요한 시점

코로나 블루

맞춰놓은 알람 소리에 눈을 뜨자마자, 일어나 씻고 준비하고 정해진 시간 내에 출근을 한다. 회사에서도  순간 정신없이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어느새 퇴근 시간이 되어있다. 밀린 업무나 급한 일들로 야근을 하기도 하고, 가끔 정시에 퇴근을 하는 날이면 친구들을 만나 저녁   하고 집에 돌아간다. 씻고 침대에 누워 핸드폰  하다 보면 어느새 자야  시간. 나의 반복되는 일상이자, 크게 다를  없을 현대인들의 일상이다. '시간 없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정도로 매일을 바쁘게 살아가는 요새 사람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한국인의 노동시간은 OECD 34개 국가 중 1위이며 직장인의 85%가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할 정도로 많은 업무에 시달린다고 한다. N포 세대, 번아웃 현상, 월요병 등 지금의 사회를 수식하는 단어들을 보면 우리의 삭막한 삶을 느낄 수 있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 힐링을 위해 우리는 '쉼표'를 찾곤 한다. 매번 쉼 없이 돌아가는 나날들이기에, 잠시 모든 것을 멈추고 조용히 주변과 나 자신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원하게 되는 것이다. 삶의 의욕을 잃고 슬럼프에 빠지지 않고, 다시 한번 도약할 힘을 얻기 위해서는 우리 삶 중간중간 '쉼표'는 반드시 필요하다.


매일 바쁘게 살아가는 날 속에 익숙해진 우리들, 특히나 어렸을 때부터 경쟁에 노출되며 치열한 삶을 당연하게 받아들인 한국인들은 '쉼'에 익숙하지 않다. 여행 하나를 가더라도 여행지에 대한 공부와 철저한 계획을 세워 떠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오죽하면 TV도 인터넷도 없어 물리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진정한 '쉼표' 여행지들이 생겨났을까.

코로나 블루

하지만 요즘은 어떠한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일상이 제한당한 지 어언 11개월. 매일 얼굴을 마주하던 동료들을 온라인을 통해서만 보게 되고, 자주 만나던 친구들과는 언제가 될지 모르는 다음 약속을 기약한다. 종교 활동은 물론이고, 취미나 운동 등 모든 외부 활동이 차단되면서 강제적인 집콕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비자발적 쉼표'를 얻게 된 것이다.


강제적 집콕으로 바빠서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다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은 많아야 주 1-2회 정도였던 예전에 비해, 코로나 이후 일 2-3회 식사를 하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많은 대화를 나누고 영화를 보는 등 가족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냈다. 처음 몇 달은 괜찮았지만, 그 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지며 사회 활동의 결핍이 가정에서의 시간만으로 채워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나도 여느 많은 사람들처럼 심리적 고립감과 불안함 등을 느끼는'코로나 블루'를 겪게 되었다.



우울증을 극복하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활동  하나가 운동으로 알려져 있다. 운동을 하면 몸의 활동이 강화되고 신진대사가 원활해지며 기분도 좋아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일정 수준의 자극을 느낄  있는 액티비티가 사람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에는 매우 중요하다. 운동과 같이 우리의 심장박동수를 빠르게 뛰게   있는 신나는 무언가로 기나긴 쉼표로 인한 무기력함을 날려버릴  있을 것이다.


일상의 '쉼표'는 이걸로 충분하다. 이제 쉼표가 아닌 '느낌표'를 느낄 수 있는 활동을 해야 할 시점이 왔다.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고, 강렬하고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하고 나서 "진짜 재밌어!!!!"라며 느낌표를 잔뜩 찍어 친구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그런 무언가가 필요하다.


1년에 1-2번씩 가던 해외여행, 주말이면 콧바람 쐬러 가던 교외 드라이브, 친구들과 만나 수다 떨며 한 잔 마시던 커피, 종종 가족들과 가던 외식. 당연하게만 느껴졌던 그 감사한 일상들이 다시 내게로, 우리에게로 돌아올 수 있는 날을 학수고대하며 오늘도 하나의 쉼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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