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의 러이 끄라통 축제 ; chiang mai, 2017
11월의 치앙마이는 그 어느 때보다 조용했다. 국왕의 서거 1주년을 기념하여 도시 전체가 흑백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러던 와중 축제기간이 되자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축제의 이름은 러이 끄라통. '끄라통'은 바나나 나무의 줄기나 연잎으로 만든 조그마한 배란 뜻, '러이'는 '멀리 보낸다'는 뜻으로 끄라통 배 안에 향, 초, 동전 따위를 넣어 강물 위에 띄워 흘려보내는 축제가 바로 '러이 끄라통'이다. 태국인들은 소원을 담은 배가 흘러가는 동안 초가 꺼지지 않으면 그 소원이 이뤄진다고 믿는다고 한다. 소원을 실은 풍등을 밤하늘에 띄우기도 하는데 이 행사의 이름은 '이펭'이라고 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푼젤』의 환상적인 풍등 장면은 이 축제를 모티브로 했다. 내가 이 유명한 행사를 모르고 치앙마이를 찾았을 리가 없다. 치앙마이에 오기 전부터 나는 벌써 마음속으로 풍등 10개쯤은 날렸던 것 같다.
축제날이 되자 치앙마이의 올드타운을 비롯한 도시 전체가 수많은 관광객들로 불어났다. 2주 넘게 치앙마이에서 지내면서 봐왔던 마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축제에 사람이 모여드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막상 정신없는 축제 현장에 가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부담스러웠다. 내가 혼자였기 때문이다. 혼밥, 혼술, 혼영화 다 해봤지만 혼 축제는 처음이라 적잖이 서럽고 외로웠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가족, 커플, 친구 단위로 하하호호 웃으며 하늘 위로 풍등을 띄우고 있었다. 하늘은 순식간에 소금을 뿌린 듯 셀 수 없는 풍등으로 메워져 갔고, 그것에 감탄하기도 잠시 시선을 내리면 군중 속의 고독을 입 안에 앙 물고 묵묵히 사진만 찍으며 돌아다니는 내가 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민망한 기분에 풍등이라도 하나 띄워볼까 싶었지만 그것 또한 한 명이 잡아주고 다른 한 명이 불을 붙여줘야 띄울 수 있는, 그러니까 최소 2명 이상이 붙어야만 띄울 수 있는 것이었다. 소원을 담아 멀리 날려 보내는 축제라며. 혼자선 소원도 못 빌다니, 이거 서러워서 원.
군중들 틈에서 발에 차이며 서성이던 나는 더 이상의 감흥이 사라져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을 사들고 일찍 숙소로 돌아왔다. 집에 간다고 누구 하나 나를 기다리는 건 아니었지만, 그 현장에 계속 있다간 방방 튀는 그 색깔들이 내게 조금씩 묻어 검은색이 되어버릴 것만 같았다. 아직 문을 닫지 않은 루프탑의 수영장으로 올라갔다. 루프탑 너머 저 멀리 까만 하늘 속 하얀 풍등들은 여행을 떠나는 별들처럼 한 곳을 향해 일제히 날아가고 있었다. 소원을 들어주러 가는 중일까. 차가운 물속에 발을 담그고 맥주 캔을 땄다. 사람들은 저 풍등에 무슨 소원을 담았을까, 자그마치 몇 개의 소원이 저 하늘에 흩뿌려져 있는 걸까 새삼 감탄하며 홀짝홀짝 맥주를 마셨다. 취기가 살짝 오르자 가족들이 보고 싶어져 영상통화를 걸어 풍등이 뿌려진 밤하늘을 전송했다. 그제야 외로움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보고 싶은 얼굴을 보고,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바람은 시원하고, 하늘 위엔 행복한 소원이 가득하고. 이 축제, 생각보다 꽤 괜찮잖아. 외로움으로 시작한 축제의 마무리는 결국 따뜻했다. 아쉬운 건 소원 하나 띄우지 못했다는 것. 그래서 화면 너머 먼 땅에 마음을 담아 소원을 띄우기로 했다. 마음으로 띄운 그 소원은 잘 전달이 됐을까? 그 소원, 정성 들여 불을 붙여 높이 띄웠는데. 다 같이 오래오래 행복하자는 소원.
instagram@bpmbear
http://instagram.com/bpmb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