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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un Jun 13. 2016

에어비앤비로 여행하기 <나리타>

에어비앤비X배낭여행 콜라보

여름방학을 이용해 40만원 들고 40여일간 유럽, 발칸 배낭지역으로 배낭여행을 가기로 했다. 40만원만 들고가는 이유는 간단했다.

1. 수중에 있는 돈이 40만원 뿐이다.
2. 작년 여행을 통해 큰 돈 없이도 여행이 가능하단 걸 깨달아서 문제 없을 것 같다.

운 좋게 출국 한 달전, 도쿄를 경우하여 비엔나로 입국하는 오스트리아 항공 티켓을 100만원에 겟했다. 두 번 경유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7-8월 초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100만원에 유럽행 왕복티켓은 무척이나 개이득. 그리고 나 여러번 경유 하는거 좋아한다. 여행할 국가 말고 다른 국가도 한 번 더 경험할 수 있으니까!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사면 복숭아 맛 피크닉을 덤으로 주는 것 같달까.

오스트리아항공, 승무원들 유니폼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빨갛다.

교통은 해결되었는데 숙박이 해결이 안됐다. 그러다 에어비앤비라는걸 알게됐다.-당시는 2014년이었다.-에어비앤비는 서비스를 시작한지 얼마 안됐었는데, '현지인 집에서 잔다'는 매우 매력적인 컨셉으로 숙박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여는 패기넘치는 숙박사이트였다. 사실 '카우치서핑'을 통해 현지인 집에서 자며 누구나 꿈꾸는 현지인처럼 그 도시에서 살아보는 여행을 많이했음에도 불구하고 에어비앤비가 매력적으로 다가온 이유는 바로 돈을 지불한다는 면이였다.

에어비앤비 옛날 로고는 이랬다.

돈없이 떠나는 여행에 돈을 지불해서 더 좋다니? 아이러니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는 '카우치서핑'을 이용하며 좋았던 점도 많았지만, 좋은만큼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상황도 많았더랬다. 일단 '카우치서핑'은 비영리목적 사이트이기에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 마냥 공짜라 좋을줄 알았는데 사실 난 호스트의 집에 묵는 내내 '빚진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그렇다고 숙박비라며 호스트 손에 돈을 쥐어주기엔 '카우치서핑'의 모토와도 맞지 않고 그런 행동이 혹여나 그 나라의 문화상 실례가 되는 행동일 수도 있고. 대신에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그림그리기나 노래불러주기, 혹은 설거지나 청소등-나서서 먼저 하긴했지만 그래도 몇 날 며칠간 남의 집에 머무른다는게 생각보다 많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또한 작은 선물을 준비해 작게나마 내 마음을 표현하며 훈훈하게 마무리 지어 좋은 추억으로 남긴 경우도 많으나, 가끔은 너무 열정적인 호스트의 제안에 곧 죽을 것 같이 피곤한 상태에도 억지로 도시관광을 할 때도 있었고 집으로 돌아와 문이 닫혀있어 몇 시간동안 밖에서 기다린 적도 있었다. 여러가지 정황상 "No"라고 거절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빈번했다. 밝은 미소로 "Ok"만 외치는 오케이맨 노릇도 점점 지쳐갔다. 분명한 장점뒤엔 단점들도 존재했다.

카우치서핑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단점 또한 존재한다.

그리고 '카우치서핑'은 내가 스스로 호스트를 검열하고 선택해야하기에 위험한 상황에 닥칠 위험이 좀 더 높다. 실제로 목숨을 위협할 정도의 위험을 느낀적은 없었으나 위험한 상황이 '아예' 없었던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에어비앤비는 호스트와 손님 사이에 '에어비앤비'라는 중개자가 개입하기 때문에 '안전'하다. 문제가 생기면 해결해줄 사람이 있기때문이다.

어찌됐든, 에어비앤비를 알게됐으니 경유지인 나리타에선 에어비앤비를 이용하기로 했다. 대기시간이 18시간이니 1박을 해결하긴 해야했고, 나리타 공항 근처엔 카우치 구하기도 어렵고 근처 숙박은 다 비쌌기에 에어비앤비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더군다나 이벤트 기간이라 할인받아 1박에 3만원정도. 첫 에어비앤비로 완벽한 조건이었다. 이 정도면 완전 이득!


7년만에 다시 찾은 나리타공항. 고등학교때는 나리타 공항에서 그냥 바로 도쿄 시내로 들어갔지만, 이번엔 숙소로 가기위해 나리타의 어느 작은 마을에 들어 왔다. 공항에 도착했을 땐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날 줄 알았는데 그냥 낯익은 느낌. 한국의 어느 다른 공항에 와있는 듯한 낯익음. 열일곱에 이곳에 도착해 모든것이 낯설게만 느껴졌던 그 느낌이 되살아날 것을 기대했는데, 그냥 그렇네.. 한 편으론 다시 이 곳에 온게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 땐 내가 언제 또 이 곳에 와볼까 라는 생각을 해봤는데, 다시 이 곳에 와 있으니까 말이야. 참 신기하다. 게다가 마음만 먹으면 여기서 전철타고 내가 살았던 도쿄 카메아리로 갈 수도 있다. 고등학생때와 달리 이젠 뭐든 내 선택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이다. 다른 곳들도 마찬가지겠지..? 작년에 내가 그토록 가고 싶었던 할슈타트에 가서 '내가 언제 또 이런 곳에 와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 또 가게 됐고, 잘츠부르크에서 둥지를 틀고 산다는 소망은 아주 시간이 많이 지난 뒤의 일처럼 느껴졌는데 이번에 또 찾아가는 나를 보니 그리 불가능한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든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목표만 있다면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숙소로 가는 버스 안. 날이 저물기 시작했다.

나리타 에어비앤비는 생각보다 꽤 거리가 있었다. 버스타고 1시간정도 들어가야 했으니까... 비행기 짐 찾고 버스타고 이번 여행의 첫 번째 호스트인 케이코 집까지 찾아간다. 날은 이미 저물어 완전히 캄캄해졌고, 케이코가 버스정류장에서 마중나와 있었다. 케이코는 걱정이 됐는지 계속해서 내게 연락을 취하려 했었다 했다. 아무래도 내가 완전 어린앤줄 아셨던 것 같은 모양인데 진심 어린 내 걱정에 살짝 감동했다.

케이코 아주머니 집 부엌과 식탁
앤틱한 선풍기
내게 내어주신 방
지금은 유학 가있는 아들 방. 나중에 손님방으로 쓰신단다.

케이코는 에어비앤비 메시지로 저녁을 먹고 와달라고 부탁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저녁을 먹고 와 줘! 왜냐면 내가 카레를 만들었거든!" 이였다. 응? 자신이 카레를 만들었는데 왜 저녁을 먹고 와 달라는거지? 오히려 그 반대가 되야하지 않나? 하며 일단 집에 도착했는데, 역시나. 잘못 쓴 것이였다. 자신이 카레를 만들어놨으니 저녁을 먹고 오지 말라는 얘기였다. 케이코에게 받은 메시지를 보여주니 잘못 썼다며 수줍게 웃는다.

정성스러운 야채카레
아오마메와 차가운 아사히 맥주

그리고 맛있는 카레를 만들어준다. 야채가 듬뿍 들어간 맛있는 카레. 자신의 에어비앤비 첫 손님이라며 맥주와 아오마메(일본식 안주인 초록색 콩)도 준다. 황송하기 그지없다. 에어비앤비는 처음 이용해봤는데 이거 뭐, 카우치서핑이랑 똑같잖아?! 카우치랑 똑같은 경험하지만 내가 지불한 숙박비가 있으니 마음의 부담이 적다. 케이코 아주머닌 내가 낸 숙박비의 곱절이상으로 신경써주셨지만 말이다.

케이코의 집에 도착했을 때 가장먼저 반겨준게 이 개, 벤이다. 벤은 사람을 엄청 좋아했다. 들어와서 핥고 뛰어다니고 난리도 아니였다. 나중엔 지쳤는지 소파에 얼굴을 기대고 잠들어 있었다ㅋㅋㅋ 귀여워.

마떼! (기다려!)
요시! (먹어!)

벤은 말을 무진장 잘듣기도 했다. 양상추를 들고 마떼!(기다려)라고 말하면 멈춰 있고 요시!(먹어)라고 말하면 그제서야 먹는다. 나도 해봤는데 말 정말 잘듣는다.

음식 준비를 하는 케이코 아줌마. 사진찍는게 부끄러우시다 면서도 포즈를 취해주신다. 얍.

음식도 너무 맛있었고, 케이코 아줌마도 너무 친절했고, 여행의 첫 시작이 느낌이 좋으니 들떠있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첫 여행지 비엔나에서의 숙소들이 해결이 되지 않는 바람에.. 자기전에 스케줄을 짜면서 앞 날에 대한 걱정을 좀 하기도 했다. 사실 비엔나 카우치만 구하고 시작하려고 했는데 서울에서 너무 정신 없기도 했었고, 승낙해준 호스트가 갑자기 잠수타더니 한 몇주일 있다가 안 된다고 통보해버리는 바람에 멘붕이 오기도 했었다. (아, 지금 생각해도 화가 난다.) 그 호스트 하나때문에 다른 호스트를 구할 수 있었던 시간들을 버리게 된 것 아닌가. 이번 여행은 대부분 카우치로 해결을 하려고 했는데 시작부터 된 게 없으니 막막했다. 그래도 다행히도 다음 날 비엔나에서 첫날 호스트는 구해놨었다. 문제는 그 다음. 되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더군다나 이 집, 와이파이가 안된다. 여기서 다음 호스트를 구해볼 생각이였는데 와이파이가 안되니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피곤함을 핑계로 자버렸다.


케이코가 다음 날 몇시에 일어날거냐고 깨워주겠다고 해서. 개인적으로 비행기에 대한 악몽이 있어서 한 6시간 전에는 일어나야 할 것 같아 일찍 깨워달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정말 일찍 깨워주셨다. 정말 일찍... 일어났는데도 깜깜해서 놀랐다. 해가 뜨기도 전에 깨워준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모든 창에 커튼같은게 쳐져있어서 깜깜. 커튼을 쳐내고 나니 밝은 빛이 나의 아침을 밝혀준다.

1층으로 내려가니 케이코가 아침까지 준비해줬다. 폭풍감동... 스크램블 에그와, 오렌지주스, 요거트, 샐러드, 소시지, 모닝빵까지..!! 호텔 부럽지 않은 아침이다. 작년에 유럽에서 이용한 호텔 조식이 정말 이렇게 나왔는데.. 맛있기도 정말 맛있다. 정성들여 차려주셨으니 맛있게 싹싹 비워먹는다.

케이코는 이렇게 오늘의 아침스케줄을 포스트잇에 써주기도 했다. 6:00 wake up이라고 되있는데.. 한 30분 더 일찍 깨워주셨던 것 같다.
아침을 다 먹고 케이코가 버스정류장까지 태워다 준다. 케이코가 공항까지 태워다주고 싶지만 나이가 들면서 멀리까지 운전하는데 큰 두려움이 생겼다며 버스정류장까지만 데려다주겠다고, 미안하다고 하셨다. 버스정류장까지만이라도 태워주는것도 참 감사한데. 어제 저녁과 오늘 아침 그리고 이렇게 데려다주시기까지. 귀한손님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챙겨주시니 황송할 따름이다. 나도 귀국하면 여행자들에게 조건없는 호의를 베풀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버스 정류장에 조금 일찍 도착해서인지 케이코가 버스가 올때까지 기다려준다. 기다리는 동안 나보고 노래좀 해달라고 해서 두 곡이나 불러드렸다. (에어비앤비에 내 전공이 뮤지컬이라고 적어놨었다) 엄청나게 좋아하셔서 나도 참 기분좋았다. 이윽고 버스가 도착했고 기분좋게 인사하고 헤어졌다. 헤어짐은 아쉽지만 동시에 43일간 유럽발칸여행의 기분좋은 시작이다.

나리타 공항으로 돌아가는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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