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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un Jun 13. 2016

에어비앤비로 여행하기 <잘츠부르크>

에어비앤비X히치하이킹 콜라보


잘츠부르크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도시다. 첫 유럽여행에서 만난 잘츠부르크는 온통 좋은 이미지뿐이였기 때문. 나중에 잘츠부르크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마냥 '이 곳에 살고싶다'가 아니고, '이 곳에 살아야겠다'였다. 그만큼 잘츠부르크가 좋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 다시 한 번 더 찾기로 했다. 많은 것들이 그리웠다. 잘츠부르크에서 만났던 호스트 우바, 미라벨 정원의 아름다운 마당과 하늘, 예술간판이 즐비한 깨끗한 게트라이데라이거, 그 곳에서 먹었던 음식들, 광장에서 K-POP 팬이라며 같이 사진을 찍어 달라 부탁했던 터키 소녀 둘, 모차르트 쿠겔과 당일치기로 간 할슈타트까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쁨을 가지고 맞이하는 아침이였다.

호스텔에서 내려오는 계단길

호스텔에서 짐을 싸고 키를 반납하고 아침 식사를 하러 나온다. 그리고 난 내 생애 최악의 빵과 마주하게 되는데....

지옥의 바게트

무늬만 바게뜨지 식감은 뭉쳐놓은 종이다. 신문지를 잔뜩 뭉쳐서 물에 적셔놓으면 똑같은 맛 날 것 같다. 돈 아끼겠다고 크림치즈나 다른거 넣어먹을 것 사지 않고 저렴이 바게트와 햄만 샀는데... 최악의 아침식사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아침부터 술. 맥주는 나의 힘! 오늘은 이번 여행 중 첫 히치하이킹을 할 것이기 때문에!! 기분좋게 맥주(라고 쓰고 음료수라고 읽는다)한 캔! 그리고 잘츠부르크로 고고!

히치위키가 찾아준 히치포인트. 근처에 주유소가 있다.

아침에 열심히 히치위키를 통해 찾은 장소에 도착했다. 히치위키(www.hitchwiki.org/)는 전 세계의 히치하이커들이 히치하이킹 정보를 올려놓은 곳으로 히치하이킹 하기 좋은 장소를 찾아볼 수 있다. 나도 이번 여행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사이트인데, 의외로 유용하게 쓰이지 않을 때도 많았지만, 도움을 많이 받긴했다. 특히 이 비엔나 > 잘츠부르크 구간은 히치위키의 위력을 느낀 구간.

이번 여행 첫 히치하이킹 드라이버 울프, 밀란.

가자마자 바로 잡았기 때문이다. 히치위키에 나와있는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주유소에 있던 머리 긴 남자가 다가와 능글맞게

"여기서 히치하는규나~ 힘내라규~ 여기 히치 장소로 진짜 짱이야! 핫핫핫!"

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던지고 쿨내를 풍기며 사라지더니 다시 돌아와서는

"내 뒤에 있는 저 차 애들 뮌헨 간다는데, 잘츠부르크 거치지 않을까? 내가 함 물어봐줄까?"

라고 했다. 'OK' 하고 부탁했더니 곧 그 차량으로 다가가 몇 분간 무슨 얘길하더니  내 쪽을 보며 오케이 사인을 던진다. 린츠까지 태워 줄 수 있다는 사인이였다! 유후! 이거 시작부터 너무 쉬운거 아니야?
차량은 벤앤제리스 아이스크림 트럭이였다. 지금은 장사를 안하는지 안에 있는 물건들은 엉망이였다. 냉장고며 아이스크림 기계며 정신없이 널부러져있었다. 약간 음산한 분위기이긴 했으나 내가 벤앤제리스 아이스크림을 좋아해서 그런지 이상하게 자동으로 신뢰가 갔다.

사인카드 스케치북에 적어준 이름, 울프와 밀란

이름을 적어달라고 부탁했다. 울프와 밀란. 독일 청년 둘이였다. 뮌헨에 일이 있어서 가는 중인데, 잘츠부르크쪽으로 안가고 린츠에서 다른 방향으로 간다고. 그래도 린츠까지가 어디야. 린츠에서 조금만 더 가면 잘츠부르크인데!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다가 울프가 자신이 전 날에 한 숨도 못잤다고 너무 피곤해서 그런데 뒤에서 좀 자도 되겠냐고, 미안하다며 뒤에 자리를 깔고 잤다. 잘 때 라디오 드라마를 들으며 자야한다며 라디오 드라마를 틀어놓고 자는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나도 라디오 들으면서 자면 잠 잘 자는데...
이윽고 린츠에 도착. 울프와 밀란 그리고 주위 차량들의 응원메시지와 에너지를 받으며 헤어졌다. 마치 전장에 나가는 장군이 된 기분... 고마운 친구들! 그러나 지옥은 그 순간 부터였다.
결론만 말하자면 약 7시간동안 그 곳에서 정체되어있었다. 정말, 도무지, 아무도, 차를 세워주지 않았다. 날은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뜨거운 아스팔트엔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며 등에선 땀이 흘러 흠뻑젖고, 목은  말라가다 못해 타들어가고.... 한 두시간? 세시간? 기다렸나. 안되겠다 싶어 근처에 있는 버거킹으로 가 콜라를 들이킨다. 이야... 콜라가 이렇게 맛있었나? 콜라는 피자랑 햄버거 먹을때 빼곤 절대 안마시는데... 콜라가 그렇게 시원하고 맛있을 수가 없다. 이왕 버거킹 들어온거 저녁까지 햄버거로 해결한다. 다 먹고나선 소프트아이스크림 까지..! 잠시 히치하이킹을 어찌 해야할지, 이 곳에서 다른 히치포인트가 있을지 찾아본다. 찾아보니 다 내가 갔던 장소다. 뭐, 방법이 없다. 다시 똑같은 장소에서서 마냥 기다려보는 수 밖에.
다시 돌아가서 차를 잡기 시작한다. 날이 저물면 히치하이킹은 완전 실패다. 날이 저물면 아무도 안 세워줄 뿐더러, 내가 잘 보이지도 않을테니까.. 그렇다고 노숙을 할 수도 없다. 노숙을 할 마땅할 장소도 없고 침낭도 없으니까. 무조건 가야한다. 잘츠부르크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그렇게 간절하게 바라니 7시간만에 차 한대가 섰다. 와! 이 짜릿함 때문에 히치를 하는걸까? 땡볕 아래서 7시간을 기다려 잡은 차는 그냥 이동수단 그 이상의 의미였다. 일단! 잘츠부르크까지 갈 수 있어! 오늘 안에!!! 유후!!!
차 주인은 선글라스를 쓰신 빼쩍 마른 할머니였다. 영어를 전혀 할 줄 모르시는 할머니. 그렇다고 독어로 막 말씀하시는 것도 아니다. 그냥 태우고, 앞만 보고 운전하시고, 내릴 때 조심하라 얘기해주고 끝! 완전 쿨! 쏘 쿨! 완전 쿨한 할머니였다. 어쨌든 잘츠부르크에 도착...! 와!!! 내가 다시 여기 왔구나. 숨을 크게 한 번 들이 마신다. 반갑다!! 잘츠부르크.

반갑다, 잘츠부르크!!!

그런데 두 번째 난관에 봉착. 날은 저물기 시작했는데, 숙소가 해결되지 않았다... 일단 내가 아는 길을 통해 미라벨 정원으로 간다. 작년에 이 곳에서 와이파이를 잡아 쓴 기억이 있어서.. 와이파이를 잡아 숙소를 잡아보려고 갔는데.. 왜.. 올해는 와이파이가 안 잡히는 걸까.. 멘 붕.
결국 오늘은 진짜 노숙을 할 수 밖에 없다. 여행자 인포메이션도 닫았고, 눈에 보이는 건 온통 고급 호텔 뿐이고, 발품 팔아서 숙소 찾기엔 너무 늦었고.. 노숙이 답이였다.
그래도 숙소값을 아꼈으니.. 기분이나 내자며 맥주를 마시러간다. 작년에 카우치 호스트와 같이 갔던 아이리쉬 펍. 뭔놈의 맥주가 2잔에 10유로야. 그래도 숙소값보다는 훨씬 싸니까...

풀밭에 누워있으니 조용한 잘츠부르크의 야경이 흐른다.

맥주를 마시고 나와서 노숙할 곳을 물색하기 시작한다. 들어갈 수 있는 건물들은 없고, 공원은 벌레가 너무 많고, 으슥한 곳은 위험할 것 같고... 돌아다니다 찾은 곳이 강가에 있는 풀밭이였다. 풀밭에 누워 다리위에서 연주하는 색소폰 연주를 듣는다. 오.. 좀 운치있는데.. 이거 호텔보다 나은것 같기..도..근데... 강 옆이라... 너무 추워. 침낭도 없어서 얇은 담요로 버티고 있는데.. 아무리 여름이라지만 밤공기는 차고.. 강 옆이라 더 차게 느껴진다..... 결국 자리를 뜨기로 한다.
그리고 다시 장소를 물색한다. 무슨 축제 기간인지 강 옆에 문을 닫은 노점상들이 잔뜩 있다. 포장마차처럼 천으로 다 둘러싸여 있는 노점상들인데 그 곳에 들어가 몰래 자도 괜찮을 것만 같다. 그 곳은 왠지 따뜻하고 아늑할 것만 같다. 하지만 양 옆으로 자전거 타는 사람이며 술 마시는 사람이며 조깅하는 사람이며 너무 많이 지나다닌다. 어떻게 아무도 모르게 저 속에 들어갈 수 있을까..? 결국 아무도 안지나가는 틈을 타 가방을 먼저 집어넣고 몸을 집어 넣어 노점상안으로 들어간다. 아... 들어왔다. 이제 자면 되는데.. 침낭도 없고.. 그냥 시멘트 바닥에 담요를 깔고 눕는다. 배낭은 배게로 삼아 머리를 눕힌다. 이제 자기만 하면 되는데... 자면 되는데.... 하아... 여전히 너무 춥다. 강 옆이라 그런걸까.. 너무너무 춥다. 결국 가방에서 옷들을 꺼내 입는다. 밖에서 소리가 들릴까봐 조심조심 옷을 꺼내서 조심조심 입는다. 반팔이고 긴팔이고 겉옷이고 있는 옷 다 껴입지만, 그래봤자 여름 옷들.. 뭐.. 안 입은 것보다야 낫지만. 큰 도움이 되진 않는다. 그래도 일단 잠은 자야 하기에.. 눈을 감는다.
자는동안 밖에서 수많은 목소리들이 들린다. 지나가는 자전거 소리, 술먹고 꺵판치는 목소리, 걸어가는 발소리, 대화하는 소리.... 어떤 사람들은 술에 취했는지 지나가며 모든 노점상들을 손으로 다 치고 지나간다. 내가 자고 있던 그 노점상 천막도 손으로 막 두드린다. 무서워 죽겠다. 폭풍이 하나 지나간 것 같으면 또 다른 사람이 천막 근처에서 어슬렁 거린다. 천막앞에 멈춰서는 것들은 죄다 두려움이 대상이다. 뭔가 죄 지은것도 아닌데 추운것보다 그게 더 무섭다. 한 사람은 천막앞에 멈춰서서 한참을 서있다. 30분 넘게. 진짜 무섭다. 갑자기 문 열고 들어오면 어떡하지.. 덜덜덜... 그러다 다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다. 다시 30분....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야. 잠도 못자게. 그 사람의 정체는 다음 날 알게 된다. 여튼.. 추워서 덜덜 떨고 무서워서 덜덜 떨며 내가 자고 있는건지 극기 훈련을 하는건지 모르겠는 밤이 지나간다.

내가 잤던 천막 부스 (새벽에 일어나서 보니 이런데더라)

어젯밤 천막부스 근처에 몇십분동안 서성이던 사람의 정체는 아무것도 아니였다. 그냥 사람이였다. 술에 취했는지 고민이 많은지 여기저기 천막 앞을 서성이며 몇십분씩 서서 사색 중이였던 것이다. 해가 뜨자마자 천막 밖으로 나오자 다른 천막 앞에서 서성이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자던 천막 뿐만이 아니고 여러 천막을 순회중이였던 것이다... 괜히 쫄았잖아. 어쨌든, 서성임 속에서도 한 두시간 잔 내가 대견하다. 새벽에 천막에서 나오자마자 한마디 한다.
"어제 노숙을 하면서 정말 큰 교훈을 얻었어. 노숙은.. 하면 안되는거란걸..."
정말.. 노숙은 할 게 못된다. 침낭이 있다면 모를까.. 담요하나만 가지고 하려거든 그냥.. 조금 비싸도 호스텔 가서 자라고 하고 싶다. 다음날 체력이 말이 아니니까. 다른건 다 괜찮은데 추위는 정말 못견디겠다. 겨울을 버티기 힘들어하는 나로서 추위는 정말 곤욕이다.

새벽의 잘츠부르크
새벽의 잘츠부르크 시내
아무도 없는 새벽, 도로 위의 나

그래도 새벽에 길을 거닐으면 좋은점은 이거다. 거리에 아무도 없다는 것...! 나 혼자 이 아름다운 풍경을 다 가진 듯한 느낌!

공기도 상쾌하고 햇빛도 적당하다. 점점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조용한 잘츠부르크의 길을 걷는 것... 이걸로 노숙한 보람이 있었다.

잘츠부르크는 원래 조용하긴 하지만, 새벽이 되니 더할나위 없이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차도 단 한대도 다니지 않아서-쓰레기 청소하는 차만 몇 대 지나다녔다- 도로 한가운데 서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새벽의 공기를 만끽하니 어젯밤의 노고가 가시는 듯 했다.

하지만 어쨌든 오늘 잘 곳은 찾아야 할 게 아닌가. 지금 체크인이 가능한 곳이라면 어디라도 가서 짐을 풀고 씻고 잠을 자고 싶다. 피곤한건 둘 째 치고 어제 씻지 못해서 찝찝해 죽겠다.

미라벨 정원
미라벨 정원
미라벨 정원
미라벨 정원
미라벨 정원

어쨌든 지금은 문을 연 상점도, 숙소도 없다. 일단 좀 활동적인 시간이 될 때까지 시간을 죽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어제 갔던 미라벨 정원으로 다시 돌아가 조용한 미라벨 정원을 만끽한다. 아무도 없으니... 정말 좋다.
이 곳에서 어글리 코리안 짓 좀 했다.. 창피하지만.. 분수대를 보니 사람들이 동전을 많이 던져놨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50센트 이하의 작은 단위의 동전들이였는데 5라고 써있는 동전이 있는게 아닌가...! 헐..! 5유로? 분명 그 모양은 5유로였다. 적당히 큰 크기에 은색으로 반짝이는 그 모습! 어떤 사람이 던져놓았는진 모르겠지만.. 5유로라면.. 한 사람의 점심 정도는 해결 할 수 있는 돈이 아니던가. 1유로였으면 안 그랬을텐데, 5유로 잖아. 5유로.. 고민하다가 분수대에 손을 집어 넣어봤다. 아.. 너무 깊어서 못 꺼내겠다. 보기보다 동전까지의 깊이가 꽤 있었다. 그래서 포기하려고 다시 돌아서는 순간 5유로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이렇게까지 구차해지고 싶진 않았는데. 아직 여행이 한 달이나 넘게 남지 않았나. 5유로면.. 나한테 정말 큰 돈인데. 다시 분수대로 돌아가 2차 시도. 결국 5유로를 꺼내는데 성공한다! 그런데... 그런데...... 동전을 자세히 살펴보니 좀 이상하다.
"어? 이거 유로가 아닌데"
잘 보니 카릴문자가 써있다. 하... 이거 러시아 동전인가... 알고보니 유로가 아니였다. 여기서 쓸 수 없는 동전이다. 양심과 자존심을 버려가며 시도한 결과물이 처참하니 비참하고 어이없고 웃겨서 분수대 앞에서 한참동안 웃었다. 그래.. 누가 미쳤다고 여기에 5유로를 던져놓겠는가. 그래서 다시 5라고 써있는 동전에 사과를 하고 분수대로 집어 던진다.

'아무리 가난해도 양심은 안팔게..'

퐁당!


몇 시간이 지났을까. 풀밭에 잠깐 누워 햇빛의 포근함 속에서 편히 잠이 들었다 깨어나 숙소를 물색한다. 사실 이 때 굳이 에어비앤비를 하지 않고, 호스텔을 찾아가서 바로 짐을 풀어도 됐는데, 계속해서 에어비앤비를 검색했다. 에어비앤비는 집 주인의 승낙이 필요하므로 최소 몇 일에서 몇 주 사이전에 예약을 해 두는게 좋다. 그래서 어려울 수 밖에 없는데, 어렵게 굳이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구한다. 첫 날 에어비앤비의 기억이 좋았기에 피곤한 그 와중에 조금이나마 좋은 경험을 하고팠나보다. 그렇게 싼 것도 아니였고 거리도 잘츠부르크 시내랑 가깝지 않았는데 고집한걸 보면 말이다.

잘츠부르크 구석구석
걸어서 35분걸리는 에어비앤비

그래도 숙소까지 걸어가며 아름다운 골목길도 지나가고, 사람들이 잘 가지 않을 것 같은 곳들도 구석구석 돌아다녀본다. 잘츠부르크가 이런곳이였던가? 작년에 봤던 것과 새삼 다른 느낌이다.
에어비앤비 숙소는 잘츠부르크 시내와 꽤 거리가 있는 곳이였다. 놀랍게도 잘츠부르크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도 완전히 시골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마치 잘츠캄머굿트 지역을 걷는듯한 느낌이였다. 예쁜집들이 가득하고 에메랄드빛 강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며 아름답게 마을 중앙으로 흘러간다. 걸으면 걸을수록 에어비앤비 숙소에 대한 기대감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동네가 너무 예쁘니까.

잘츠부르크 에어비앤비
잘츠부르크 에어비앤비 프라이빗룸

그리고 도착한 에어비앤비 숙소. 호스트의 이름은 Markus. 30대 중~후반정도 되어보이는 아저씨였다. 키는 거의 190이 넘어 보일정도로 컸고 얼굴의 거무잡잡한 수염이 얼굴을 덮고 있었다. 벨을 누르자 환히 웃으며 반갑게 맞이 해 준다. 오늘 잘 침실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에 대해 설명해주고 모르는게 있으면 자신한테 편하게 물어보라고 한다. 침실 맞은편엔 그의 작업실이 있어서 그가 계속 컴퓨터로 무언가 작업을 하고 있다.
설명을 다 듣고 숙소에 들어와 짐을 내려놓는 순간 얼마나 마음이 편안한지-. 어젯밤 노숙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이 모든 것들이 너무나 감사하게 느껴졌다. 전날 밤 천막안에서 잤으니 그럴만도 한 것 같기도... 내 한 몸 뉘일 침대와 씻을 수 있는 곳 그리고 이런 것-예를 들면 수건같은 것-까지 다 있는게 얼마나 고맙고 행복했는지! 사람은 부족함을 겪어봐야 그제서야 감사함을 느끼나보다. 어떻게 보면 참 간사하지만, 그래도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게 어디냐며. 간사하지만 감사함을 느끼는구나.
밀렸던 빨래를 꺼내들어 markus에게 부탁 해 빨래를 해결하고, 몸을 뉘이고 쌓인 피로를 풀어준다. 이렇게 피곤한 상태로 숙소까지 왔는데도 아직 정오를 조금 넘은 시간이다. 적당히 쉬다가 시내로 나갈 준비를 한다. 시내 구경도 할겸, 밥도 먹어야 해서.

갑자기 비가온다

그런데 버스를 타고 시내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쏟아진다. 단순한 소나기 일 줄 알았는데, 계속해서 거칠게 내리다 마침내는 쏟아져 내린다. 하하하하.. 어떻게 나오자마자 이렇게 비가 내릴줄이야. 갑자기 불현듯 생각 난 건 방 문을 열어놓고 왔다는 것! 방 문에 냄새나는 청바지를 널어놨는데 다 젖게 생겼다.. 서둘러 markus에게 연락하니 신경써줘서 고맙다고, 비내리자마자 닫아놨으니 걱정 말라고 한다. 아이고 다행이다.

케밥먹으며 감상하는 비오는 잘츠부르크

이제 밥을 먹어야 하는데, 가난한 배낭여행자가 여기서 뭘 사먹을 수 있으려나. 식당 음식은 기본으로 10유로가 넘는 것 같아서 아예 메뉴판을 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또 마트에 가서 빵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게... 케밥. 마트에서 맥주를 사가지고 케밥 하나 사서 먹는다. 비가 내리는 바람에 아무 건물이나 들어가 쏟아지는 비를 배경음악으로.. 그냥 배 채울 생각으로 케밥을 먹는다. 뭐.. 비가 오는데 우산도 없고.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잖아.. 결국 다시 숙소로 돌아가기로 한다.

돌아오는 길에 버스를 탔는데, 기사 아저씨가 굉장히 유쾌하고 친절하셨다. 내가 한국인이라고 하자 자신이 예전에 태권도를 배워본적이 있다며 반가워하며 이것저것 말을 걸어주신다. 작년에 왔을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것 같아 기뻤다. 작년에는 한국인이라고 하면 죄다 북한얘기만 꺼냈는데.. 북한이랑 요즘 사이는 어떠냐, 북한과의 관계에 대에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번엔 사람들이 서울 얘기도 많이 하고, 자신이 여행 왔던 곳들도 얘기해줘서 재밌고 뿌듯했다.
숙소로 다시 도착했는데, markus가 창문을 바지가 널어진 상태로 닫았더라...ㅎㅎㅎ 그래서 반은 쫄딱 젖었고 반은 안 젖었다. 뭐야 이게....ㅋㅋㅋㅋㅋㅋ 상식적으로 바지를 빼고 문을 닫아줘야 하는거 아닌가. 너무 급해서 그냥 닫아버렸나..? (아님... 신종 엿먹이기 수법인가...) 다음날 아침에 나가야 하는데.. 빨래가 마를지 안 마를지 걱정하며 하루가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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