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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자까 Jan 04. 2022

두번째 파인다이닝 - 트리드(TRID)

군밤과 트러플 슈


나는 약간 가성비충이라 비싼 식당을 좋아하지 않는다. 삼겹살을 네 번을 사먹을 수 있는 돈을 한 끼에 써버리는게 영 아까웠다. 그런데 최근 파인다이닝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근 일년간 두 번 정도 다녀왔는데, 단순히 식사를 하러 간다기 보다는 새로운 음식을 맛보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경험적인 면에서 만족스럽다.



두번째로 다녀온 곳은 청담에 있는 "트리드(TRID)"

(첫 번째 파인다이닝 리뷰는 개인 인스타에 있음ㅎ)

맛있는 식사를 대접해주신 여자친구님 감사합니다.


메뉴판의 사악한 가격..


생일이라고 예약했더니 축하한다는 메세지가 적힌 메뉴판이 준비되어 있었다. 내심 기분이 좋았다.


또 좋았던 점은, 주문 후에도 메뉴판을 안 치워서 나 같은 음식알못에게 무슨 음식을 먹는지, 재료가 뭔지를 확인하면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다.


매 음식을 내오면서 설명을 열심히 해주시지만, 사실 뭐라고 하는지 기억에는 잘 남지 않는다.


우리는 한우 타르타르와 제철 생선회를 하나씩 고르고, 메인메뉴는 이베리코 살치와 1++ 한우 채끝을 골랐다.




1. 트러플과 군밤 슈

얘네들 진짜 맛있음.


많은 후기에서 트러플 슈가 진짜 맛있다고 했는데, 우리 둘다 군밤 슈가 더 맛있다고 했다.


군밤 슈 먹고 나서 트러플 슈를 먹으라고 안내해주시는데 이 때 한 입에 먹어야 안의 크림이 빠져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슈가 그렇게 크진 않았는데, 더 크게 만들어서 입안에 가득차게 먹었으면 훨씬 좋았을듯.


트러플 슈는 시그니쳐 메뉴였는데, 추가메뉴로 더 시키고 싶었으나 6천원에 1개 나올 것 같아 안 시켰다.



2. 한우 타르타르, 제철 생선 회

한우 타르타르는 검정색의 보리새우 칩 위에 올려서 함께 먹는다. 보리새우 칩은 찐한 새우깡 맛 같았다. 입안에 퍼지는 새우 특유의 고소함에 바삭함을 더했다. 그 위에 올린 한우 타르타르는 육회로 내어져서 쫀득하게 씹힌다. 


제철 생선 회 요리는 잘게 썬 백김치를 광어 지느러미가 감싸고 있었다. 그 위에 생선 육수로 만든 젤리와 콘소메가 올라가 있다. 지느러미살의 기름짐과 백김치의 개운함이 조화롭게 어울렸다. 나에게는 생선 회가 더 맛있었고, 여자친구는 한우 타르타르를 더 맛있게 먹었다. (그래서 내가 회를 두 점 먹었다.)



함께 곁들인 와인 : 픽션 레드

달지 않고, 새큼함. 떫지 않음. (한잔에 18,000원..) 스테이크 먹을 때 잘 어울림



3. 제철 버섯 요리


송고버섯을 튀겼다. 그리고 가다랑어포를 이용해 만든 소스를 밑에 깔았다. 바삭하진 않지만 그 덕에 버섯의 쫄깃함과 잘 어우러진다. 버섯탕수가 생각났지만 가다랑어포 소스 덕에 전혀 다른 맛이 났다. 중간중간 은행과 무피클을 먹어주면 맛을 더욱 잘 느낄 수 있었다.



4. 아귀간 리조또와 갑오징어 구이




리조또에 아귀간의 녹진함을 더했다. 덕분에 색감도 누렇다. 그렇지만 해산물 내장의 녹진함은 많이 중화되었다. 

그 위에 탱글하면서 쫄깃한 갑오징어를 올렸다. 약간의 불향이 맛을 더한다. 

얇게 썬 깻잎을 튀겼는데, 바삭한 깻잎 볶음 맛이다. 바삭함과 깻잎향이 입맛을 돋군다.

그리고 진짬뽕을 연상시키는 고추기름 같은 소스(?)가 매콤하게 리조또의 느끼함을 잡아준다.

그 안에 정체를 숨기고 숨어있는 하얀 방울토마토는 극강의 새콤함과 달콤함을 보여준다. 따로 먹어도 맛있지만 리조또와 함께 먹으면 약간의 강렬함이 중화되면서 고소함과 새콤달콤함이 온 입안에 퍼진다.



5. 대3치 & 미소 뵈르블랑 소스


부드러운 삼치구이가 나왔다. 껍질은 짭짤바삭하다. 아껴뒀다 제일 마지막에 먹었다.


그 밑에는 노란색의 미소 뵈르블랑 소스가 있다. 미소된장과 버터와 와인을 졸여 만든 뵈르블랑을 섞어서 만든 소스는 강하진 않지만 다소 심심할 수 있는 삼치살의 풍미를 더해준다.


그리고 저 초록색 소스는 뭔지 모르겠지만 진하고 깊었다. 삼치구이와 정말 잘 어울렸다.


중간중간 유자소스로 덮인 볶은 야채로 입가심을 한다.




6. 최고급 이베리코 살치, 1++ 한우 채끝 스테이크

스페인산 최고급 이베리코 살치 스테이크(좌)와 1++ 한우 채끝 스테이크(우)


혹시 이베리코 살치와 한우 투쁠 스테이크를 같이 시키셨다면, 반드시 이베리코 살치 스테이크부터 드시길 바랍니다.




이베리코 살치 스테이크 먼저 드시고,

이베리코 살치 스테이크는 스페인산 최고급 이베리코 돼지고기를 사용한다고 한다. 부드럽고 맛있지만, 한우 스테이크를 맛보고 이걸 먹게 된다면 최고급 햄을 먹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렇지만 레몬즙을 넣고 볶은 근대와 건포도와 함께 먹으면 궁합은 상당히 좋은 편. 


한우 스테이크 드세요..


한우 스테이크는 정말 최고의 맛이었다. 무슨 xx탄으로 구웠다는데 그건 모르겠고, 겉딴속촉으로 잘 구워진 스테이크는 그 자체로도 간이 잘 되어 맛있었다. 그렇지만 저 파마산 치즈가 들어간 갈색 소스 (찾아보니 쥬jus라고 하는 소스 종류가 있음)와 함께 곁들인다면 엄청난 풍미의 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다.






디저트 : 버터스카치 아이스크림과 마시멜로 구이


마지막 디저트로 훈제 계란이 아닌 고양이 발바닥도 아닌 버터스카치 아이스크림과 마쉬멜로우 세 방울이 나왔다.


디저트로 나온 훈제계란

저 훈제 계란은 진짜 천상의 맛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맛있었다. 


트리드에 오는 이유는 저 훈제 계란을 맛보기 위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시원하면서도 달달하고 버터의 강한 풍미가 더해진 버터스카치 아이스크림은 왜 저 큰 대접에 계란만큼 들어있는지 너무 아쉽다.

디저트로 나온 고양이 발바닥

강한 아이스크림 맛 덕분인지 마시멜로는 그렇게 달게 느껴지지 않았다. 저 위의 정체모를 풀은 기호에 따라 어울리지 않을 수 있겠다.



디저트 : 치즈케익


생일이라고 하니 치즈케익을 서비스로 주신다. 볼록한 치즈 주위로 견과류와 무화과잼이 더해졌다. 그리고 식용 금가루 까지 올라가 있다. 새해 첫 날부터 금가루를 먹게 되다니, 올해는 금전적인 운이 따르지 않을까.





전체적으로 특색있는 요리들로 구성되고 맛 또한 정말 좋았다. 룸도 준비되어 있어서 아늑하게 식사를 할 수 있어서 편하게 먹었던 것 같다. 아쉬웠던 점은 양이 조금 모자랐던 것(배는 찼지만 배부르지는 않은..)과 룸 치고는 옆방 소음이 그대로 전해져 왔던 점이다. 그렇지만 만족도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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