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해우소

꽃이 핀다는 의미

봄에 전하는 슬픈 이야기...

by 도연아빠

내가 근무한 기관 중에 신축한 지 2년 된 곳이 있었다.

신축 건물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분야가 조경이다.

건축물 사용 승인 전에 건물의 하자 여부만 신경을 쓰기 때문에

사용승인이 떨어지면 그때부터 조경에 관심을 둔다.


가장 경제적인 조경 방법은 묘목 또는 씨앗을 사서 부지에 심거나 뿌리는 것이다.

큰 나무 또는 꽃을 사서 이식하려면 예산이 상당히 소요된다.

그곳은 박물관 또는 미술관처럼 급히 조경을 꾸며야 하는 곳은 아니었기에

긴 시간을 갖고 나무 또는 꽃을 키우는 조경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당시 매화 및 매실나무는 어느 정도 자라 있는 묘목 값이 저렴했다.

두 종은 큰 묘목을 사서 관내 부지에 심었다.


2년이 지난 어느 봄날, 내 키만큼 자란 매실나무에 꽃이 피었다.

꽃이 피고 지면 열매가 열린다는 것을 알고 조경담당 선생님께 말을 걸었다.

'주무관님, 우리 땅이 나무가 자리기에 참 좋은가 봐요.

2년 만에 꽃이 피니 잘하면 열매도 달리겠네요!'

그분은 나를 보고 씨익 웃었다.

'도연 아빠, 나무가 일찍 꽃을 피운다는 건 환경이 나쁘다는 의미야.

말 그대로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

그래서 자손이라도 퍼트리기 위해 빨리 꽃이 피는 거지.'


자살에 대한 뉴스를 접하면 어느 때인가부터 이 말이 떠오른다.

식물은 삶을 빨리 마감해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씨앗을 남긴다.

인간의 자살은 무엇을 남기나?




오늘 재택근무라서 집에 있다가 119 소방차와 경찰차가 아파트 단지로 들어와서 놀랐다.

아파트 입주자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니 입주민 한 분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셨단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분양받아서 입주한 곳인데 이런 사건은 처음이다.

특히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1학년 생들의 하교 시간이라서 더 비극적인 장면으로 다가왔다.

참... 남길 말이 없다.

오열하는 유족을 보니 눈물만 남기는 것 아닌가...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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