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회계직 공무원의 원인 분석
며칠 전 방위사업청 출신 선배 공무원의 빠른 쾌유를 기원하는 글을 올렸다.
그 글 중에 그분께서 기관장의 전보조치를 막아준 내용을 언급했었다.
오늘 뉴스에서 나온 강동구청 110억대 횡령 사건을 보며 그 일을 소개하고 싶어졌다.
강동구청 횡령사건의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회계원칙 위반이다.
공직은 이익을 목표로 하는 기구가 아니다.
따라서 현금을 다루는 공무원은 예외적인 것이며 이 들을 대상으로
회계직 지정 후 출납공무원 이라는 권한을 부여한다.
현금의 유통은 항상 은행의 통장번호를 매개로 이뤄진다.
따라서 통장 개설도 기관장 관인이 아닌
현금출납공무원 직인으로 개설이 되어야 한다.
(예외적으로 직원들 의료보험료 등 공제금액을 잠시 보관하는 통장 1개는
기관장 직인으로 개설되나 이 통장에서의 입출금은 은행 직원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현금출납공무원 직인으로 개설된 통장은 모두 디지털 예산회계시스템에
등록해야 하며 입출금 기록도 함께 전산화된다.
횡령을 할래야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뉴스를 보니 SH공사 직원이 이런 말을 했다.
'강동구청장 직인이 찍힌 통장인데 우리가 문제 있다고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즉, 출납공무원이 아닌 사업부서의 직원이 기관장 직인을 가져다
통장을 만들고 그 통장으로 SH공사와 현금 거래를 한 것이다.
횡령 공무원이 속한 부서 간부 중 1명이라도 회계절차를 알았다면
즉시 해당 통장을 폐기하고 세입세출외현금출납공무원을 지정하고
통장을 만들어서 시스템으로 관리를 시켰을 것이다.
내가 몇 해전 당한 일이 아주 비슷하다.
내가 속한 부서 중 일부는 기관장 직인으로 통장을 만들어
현금을 유통하였으며 서무에게 그 일들을 맡기고 있었다.
내가 바로 잡고자 한 부분이 이거였다.
'임의 통장 즉시 폐기, 출납공무원 지정 후 만든 통장으로 업무 추진'
그러자 각 부서의 일부 서무들이 기관장에게 내 조치는
불필요한 시스템 등록을 해야 하는 갑질이고
지금 절차로 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내용으로 보고를 했었다.
난 지금도 조용한 목소리로 나에게 비아냥대던 기관장의 말을 잊지 못한다.
'도연 아빠, 타 부서 업무에 관심이 많다고 하더군.
많이 한가하지? 다른 업무 해볼 생각 없나?'
내가 몸담았던 기관도...아니 대다수 공직사회가 강동구청과 비슷한 환경일 것이다.
회계업무는 비고시 출신들이 전담하는 업무이고
다수의 서무들은 전임자가 처리한 절차대로만 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외교부 등 현금거래가 국경을 넘거나 사례비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실내외에서 벌어지는 부처들이 회계 원칙 위반을 하고 있다.
모두들 하찮은 일이라 생각하기에 계속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비고시 출신 공무원들이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검찰, 감사원, 또는 내부 감사관에서 누군가를 표적으로 징계 등
처벌하려 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포승줄이 회계원칙이다.
승진에 도움 안되고 잡일이라해도
혹시 모를 위기 상황에서 나를 구해줄 유일한 방패는 회계원칙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내 팀장님 같은 분은 공직사회에서 매우 드문 사례다.)
당시 조직의 회계 문제를 개선하지 못했지만
내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 공부하고
기관장의 전보조치를 막아준 그분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다.